10년 된 원목 식탁을 그대로 두기로 한 결정

새것의 유혹 vs 지속의 가치, 추억이 쌓인 가구

by WorthWorks LEE

주말에 부모님 댁에 갔다가 거실 한쪽에 놓인 원목 식탁을 봤습니다.

10년도 더 된 식탁이었습니다.

그 식탁, 표면은 여기저기 흠집투성이고, 색도 바랬고,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엄마가 말씀 하셨습니다.

"이거 좀 낡았지? 바꿀까 했는데 나름 추억들이 생각나서"


그 말을 들으며 식탁을 자세히 봤습니다.

모서리에 작게 패인 흠집. 가운데 희미한 얼룩. 알 수 없는 낙서들.

전부 기억이 나는 흔적들이었습니다.

원목식탁에는 가족의 기억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은근히 많은 고객들도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10년 된 원목식탁을 두고 버려야하나...

그래서 그런 기억이 담긴 오래된 가구들을 남기는,

아니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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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늘 '새것'을 원할까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는 빠릅니다.

그레이지톤이 유행이었다가, 따뜻한 우드톤, 미니멀 등.

앞으로 또 뭐가 올지 모릅니다.

가구 회사들은 계속 신제품을 내놓고, 인스타그램엔 새로운 스타일이 넘쳐나고,

광고는 속삭입니다. '이제 바꿀 때 아닌가요?'

그러다보면 멀쩡한 원목 식탁도 낡아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래됐다 = 낡았다 = 촌스럽다"는 등식이 자동으로 그려지죠.

10년 쓴 식탁은 그저 오래된 게 아니라, 버려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새것은 기분 좋습니다.

포장 뜯을 때의 설렘, 흠집 하나 없는 깨끗한 표혐, 최신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만족감.

하지만 그 기분은 얼마나 갈까요? 3개월? 6개월? 1년?


15년간 많은 집을 봐왔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됐습니다.

새것이 주는 만족감은 짧지만, 오래된 것이 주는 위안은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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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원목 식탁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된 원목 식탁에는 10년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첫 아이 백일상을 차렸던 날, 시댁 식구들 모여서 명절 음식 만들던 날,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밥먹던 날,

부부싸움하고 서로 말 없이 밥먹던 날, 친구들 불러서 와인 마시며 떠들던 밤,

새벽에 혼자 앉아 차 마시며 고민하던 시간.


그 모든 순간이 원목 식탁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흠집 하나하나가 사건이고, 색바랜 자국 하나하나가 기억입니다.

새 식탁은 깨끗하고 예쁠지 몰라도, 이 이야기들은 담을 수 없습니다.


오래된 원목 가구는 시간이 만든 고유한 질감을 가집니다.

나무는 세월에 따라 색이 변하고, 표면은 사용할 수록 부드러워지고,

전체적으로 깊이가 생깁니다.

이걸 '파티나'라고 합니다. 일부러 만들 수 없는,

오직 시간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된 원목 식탁은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이 식탁은 우리 가족을 10년간 지켜봤어"라는 연속성.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존재.

그게 주는 위로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멀쩡한 원목 가구를 버리고 새것을 사는 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낭비입니다. 수리하고 관리하면서 오래 쓰는게 진짜 가치있는 선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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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원목 식탁을 살리는 방법

"그래도 너무 낡아 보이는데요"

그럼 버리는게 아니라 살리면 됩니다.

원목 식탁이라면 재마감을 고려해보면 좋습니다.

표면을 샌딩해서 오래된 코팅을 벗겨내고,새로 오일이나 바니시를 칠하는 겁니다.

흠집은 남겨둬도 좋습니다. 그게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훨씬 깔끔해지고 색도 살아납니다.

원목 식탁 리폼 비용은 새 식탁의 1/3 정도입니다.

다리나 의자만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원목 상판은 그대로 두고 다리를 모던한 철제 다리로 교체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됩니다.

혹은 의자만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바꿔서 믹스매치하면,

오래된 원목 식탁이 오히려 빈티지 감성의 포인트가 됩니다.

일상적인 관리도 중요합니다.

원목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오일을 발라주면 좋습니다.

흠집은 우드 마커로 살짝 커버하고, 얼룩은 베이킹소다와 레몬으로 닦아내면 됩니다.

작은 관리만으로도 원목 식탁 수명이 10년은 더 늘어납니다.

새 가구를 사야 한다면, 오래된 원목 식탁과의 조화를 고려해보세요.

의자는 새걸로 사되 식탁은 남기는 식이죠.

오히려 이렇게 새것과 옛것을 섞으면 공간이 더 깊이감 있고 개성 있어 보입니다.

전부 같은 시기에 산 가구로 채운 집보다, 시간의 층이 쌓인 집이 더 매력적입니다.

예산이 정말 부담된다면요? 그냥 두세요.

닦고, 관리하고, 사랑하면서 계속 쓰면 됩니다.

트렌드 따라가는 데 지친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진정성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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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지키기로 한 사람들

요즘 우리는 낡은 원목 식탁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재마감을 하고, 의자는 새것으로 바꾸고, 조명을 식탁 위에 새로 달았습니다.

원목 식탁 리폼 비용은 가구에 따라 다르지만,

좋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 보단 저렴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새것을 사는 건 쉽습니다. 돈만 있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있는 것을 지키고 가꾸는 건 다른 종류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겠다는 용기, 나만의 기준을 지키겠다는 용기, 오래된 것의 가치를 믿는 용기.

10년 된 원목 식탁은 낡은 게 아닙니다.

10년의 이야기를 품은 겁니다. 10년의 식사를, 대화를, 웃음을, 눈물을 함께한 가구입니다.

그걸 새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더 행복해질까요?

모든 가구가 새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것 하나쯤은 지켜도 괜찮습니다.

아니, 지켜야 합니다. 그게 진짜 우리 집을 '우리 집'답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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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쌓인 공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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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것을 살리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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