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스페이스 프로젝트 1편
서울에서 유명한 바(Bar)하면 몇군데가 떠오른다.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바(Bar)를 지명할 순 없지만,
적어도 여기서 말한 유명한 바(Bar)는 그 곳만의 느낌이 확실히 있어보인다.
그런데 이제 바(Bar)를 준비할 때 구상하고 있는 공간의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 등에서 무작위로 멋있고, 예뻐보이는
사진들을 수집해 자신만의 바(Bar) 인테리어를 준비한다.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확실한건 그렇게 완성된 바(bar)를 가보면 그 곳만의 느낌이 느껴지기 보단
오히려 익숙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솔직히 공간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나름 비용도 많이 투자했고, 신경을 안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경쟁력 없는 공간이 만들어졌을까?
나는 똑같은 접근방식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나도 상업공간 인테리어만 15년을 넘게 했다.
해오면서 스스로도 느꼈던 것이 있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정과 맡아야 하는 최소한의 프로젝트들 때문에 속도를 위한 프로세스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 프로젝트를 맡었을 때는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다.
잘못된 프로세스는 아니고,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라면 모두가 하는 프로세스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1차 상담을 통해 2차 미팅 일정을 잡고, 그 기간은 대부분 1-2주 내외, 2차 미팅에서 시안과 견적을 제출하고, 결정되면 계약 후 바로 시공. 대부분 익숙한 프로세스다.
상업공간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보니, 이런 프로세스 방식으로 굳어졌다.
여기서 내가 느낀 문제는 클라이언트와 만나 오로지 인테리어 관련한 대화밖에 나눌 수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대로 해주는게 빠르다는 것.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온 이미지를 대부분 그대로 활용해서 조합한 시안을 제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런 문제들이 느껴졌다.
사실 여기서 내 욕심으로 좀 더 디자인을 제대로 해보자고 설득할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난 끈임없이 클라이언트들에게 만날 때 마다 요구했다.
심지어 무료 강의도 개설해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비스트로바를 준비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고맙게도, 이번 클라이언트 덕분에 나도 원하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해볼 수 있었다.
내 방식은 클라이언트를 만나 대화부터 시작했다.
단순히 비스트로바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그 클라이언트, 즉 사람에게 먼저 집중했다.
왜, 비스트로바를 하고 싶은건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지, 방문한 손님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 클라이언트에게 바는 무엇인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등.
처음 비스트로바를 어떤 영감 때문에 선택하게 된 것인지,
그 순간의 느낌에 대한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을 질문하고 듣고, 반복했다.
단순했다. 어쨌든 그 공간을 통해 꿈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난 공간보단 사람에 집중했다.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대화의 시간이 제법 길었다. 일반적으로는 설계해서 시안을 보여주는 기간 만큼 대화만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한가지 결심히 들었다.
절대! 기존 바(Bar)하고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지 않겠다.
이 클라이언트만의 비스트로바를 만들어야겠다.
왜냐하면 이 클라이언트는 바의 모든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비스트로바에서도 클라이언트만의 느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비스트로바에 대한 영감을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서 전부 찾았다. 컬러도 재질도, 분위기도, 조명계획도, 로고도. 전부 클라이언트에게서 찾았다. 처음 클라이언트에게 기획안을 보여줬을 때가 생각나는데, 사실 클라이언트는 처음부터 알아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평소 생각해왔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사실, 당황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믿어줘서 고마웠다.)
컬러를 많이 과감하게 사용했고, 비스트로바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보틀 진열장에 힘을 많이 썼다.
평소 그리던 이미지와는 다른 공간 인테리어 기획안을 어떻게 클라이언트는 믿었을까?
나는 대화라,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이야기 했다. 기획안의 의도, 이유, 이유, 또 이유.
단순한 내 열정이 아니라, 그 공간이 왜 이렇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려드렸다.
그리고 결국 컨펌이 됐다.
나는 분명히. 밝혔다. 내가 작품활동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대화속에서 발견한 클라이언트만의 느낌과 그 느낌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공간의 이미지!
그 이미지를 현실로 꼭! 실현시키고 싶었다.
난 믿고 있는게 있다.
동물이건 (동물까지 비교할 건 아니긴 하지만...) 사람이건 자기공간이 생겼을 때 힘을 갖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고,
핀터레스트에서 인기있는 이미지로 만든 공간은 힘이 없을까? 그것도 자기 공간인데?
음... 개인적으론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공간 분위기이기 때문이니 그 공간이 뭔가를 가져다 주겠지! 하는 은근히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아닐까? 진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진정한 나를 닮은 공간을 만들면 그땐 상황이 좀 달라진다.
공간에 기대하기 보단, 나=공간이기 때문에 함께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할까?
결국은 방문하는 손님들도 뭔가 남다른 공간에 사장님과 이야기 거리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많은 손님들이 공간에 대해서 궁금해 했고,
클라이언트는 손님들에게 만든 스토리를 그대로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렇다.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공간은 유행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다
나는 사람의 결을 공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한다.
그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프로젝트도 브랜드를 이해하고, 로고작업에서부터, 간판,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 촬영까지
다방면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클라이언트 소개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받는다.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생각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