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임신 23주가 되었다.
시험관 3차만에 성공한 아이의 태명은 찰떡이다. 애를 낳아도 정말 괜찮을지, 진짜 잘 키워낼 수 있을지, 숱한 망설임 끝에 난임병원 문턱을 넘어서면서도 솔직히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기원하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태명부터 지어놨었다. 기존의 내 삶을 너무 크게 뒤흔들지 않기를, 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에 '찰떡'같이 잘 어울려주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1차 기형아 검사도 니프티 검사 신경관 검사 등등도 무사히 통과하고, 주수보다 퉁퉁하게 잘 크고 있다. 임신 초기 한 13주까지 입덧이 조금 있었고 잠이 쏟아지긴 했지만 별다른 이벤트 없이 나도 잘 지내는 중이다. 완연한 중기에 접어든 요즘은 종일 뭔가를 먹고 있다. 배가 수시로 고픈데 조금 먹으면 또 금방 배가 부르다. 퇴근 직전까지 이것저것 주워먹었더니 더부룩해서 저녁으로 순두부와 단호박을 먹었다. 역시나 금새 출출해져서 밤 10시에 옥수수를 쪄서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써야 할 글이 안 써지니 아무 말이라도 적으면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올해 목표 중 굵직한 하나가 '출산' 또 다른 하나가 '출간'이었다. 연초에 날마다 아랫배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고, 노트북을 펴고 앉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과연 올해 하나라도 이룰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던 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하나라도(임신이라도) 가시권에 들어와서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에세이는 날마다 한없이 외면하고싶기만 한 것인지. '잘 쓰고 싶은 욕심'에 한없이 잡아먹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