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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Jul 17. 2024

실행

완벽한 준비란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이야기 중 일부로 시작합니다.


울창한 숲이 있고 그 입구에 게임마스터와 여러 종류의 무기들-총, 칼, 석궁, 해머, 탄약, 소몰이 막대, 고춧가루 스프레이, 커다란 질식용 비닐봉지-, 그리고 A와 B, 두 게임 참가자가 있습니다. 한 사람만 남는 서바이벌 게임이고, A와 B는 앞에 놓인 무기들 중에 두 가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습니다. A는 이 게임을 위해 2년 간 훈련을 해왔는데 총과 칼을 선택했고, B는 고춧가루 스프레이와 커다란 질식용 봉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숲의 북쪽으로, 남쪽으로 이동했고 게임은 시작됐습니다. 

한 시간쯤 후, A가 먼발치에 있는 B를 먼저 발견했고 총을 겨누었습니다. B는 봉지에 고춧가루 스프레이를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웅웅웅'대는 큰 소리들이 주변에 울려 퍼졌고, 수만 마리의 벌떼가 두 사람 위에 있었습니다. A는 적이 아닌 수많은 벌떼에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고 끝내 사망했습니다.


결론은,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앞날-울창한 숲-, 시장에 대해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직원회의가 있었습니다.

한 달 단위, 주 단위로 해야 할 일들-영업, 주문, 제작, 납품-의 업무 회의였습니다. 이 제품은 언제 출고가 되고, 설치가 언제까지이니까 이때까지는 생산팀에서는 생산해야 하고, 그러려면 제작 도면은 언제까지 나와야 하며, 도면이 나오면 구매팀은 언제까지 재료를 준비해야 줘야 한다는 등등의 회의입니다.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영업팀, 기술팀, 제작팀, 자재구매팀 등이 업무 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 회의에는 대표님이 참석하지는 않습니다. 실무자들의 회의인 거죠. 그런데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것은 대표님 혼자 미팅을 다녀온 건이라서 대표님이 참석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연락하여 참석을 하셨죠. 좀 큰 건이었습니다. 


"여러분, 겁을 내지 마세요. 왜 다들 겁을 내요? 그리고 여기 앉아서 완벽하게 논의하고 회의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식으로 하면 시간만 낭비하는 거예요. 일단 실행해요. 움직여요. 그러면서 방법을 찾아봅시다!"


'와~ 소름!'


조금 전 이 책을 읽는데 대표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책에서 본 내용과 어찌나 똑같던지...


'역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통하는 데가 있는가!'


사실, 제가 입사해서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전화번로 제품 문의가 들어왔고, 견적, 현장 방문, 결제, 납품 설치를 진행한 첫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가 혼자 다 한 것은 아니죠. 견적서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회사의 기본가야 정해져 있지만, 비규격제품에 대한 내용은 대표님께 문의를 해야 했습니다.


다음단계 역시 도전적입니다. 현장을 방문해야 하는데, 방문해서 뭘 보고 와야 하는지부터를 모르는 거죠.


사실, 나보다 8개월 먼저 입사하신 영업팀 선배가 듣는 그간의 잔소리를 통해서,

'아, 이것 준비해야 하는구나! 저것도 놓치면 안 되겠네!' 등등 


또 다른 직장 상사에게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아주 자세하게 물어물어 준비를 했습니다. 많이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납품 설치 당일,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결론은,

'그래도 변수가 생긴다!'


출장팀과 현장을 가고 오면서 출장팀 팀장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장 100곳을 가면 100가지 변수가 생긴다! 그래서 견적을 내기 전에 현장을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장팀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변수가 생긴다! 그 변수의 폭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발로 뛰고 부딪치면서 경험을 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서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가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머리로는 알겠는데 제 몸은 여전히,

'그래도 되도록이면 자세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가는 게 낫지 않나?' 이러고 책상 앞에서 만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겁을 내고 있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야단맞지 않고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자 하는 교만, 오만, 아집 때문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더딘 성장과 시간 축내기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도 말이죠!


이제부터는 직접 숲을 경험하고 필요한 무기들을 챙겨서 몸으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나만의 솔루션을 만들어가 봐야겠습니다.

Pixabay

상상을 해봅니다. 전문가로서 성장해 있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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