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우라 에스키벨
잘못 번역된 책 제목이나 영화 제목을 보면 당황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fall은 아담과 이브의 타락에서 비롯된 타락을 뜻하기 때문에 타락의 전설로 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책 중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에서 toll은 일반적인 종이 아니라 사람이 죽었을 때 치는 조종을 뜻합니다. 의역이 완전히 잘못되는 경우의 예도 있지만 멋지게 재해석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져 멋지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중 하나입니다. 원제는 <Like Water for Chocolate> 은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하면 “초콜릿을 끓이기에 가장 적절한 온도의 물”을 가리킵니다. 실제로는 흔히 분노에 차 있거나 열정에 휩싸여 있을 때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으로 멋지게 의역하여 때로는 달콤하지만 어떨 땐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티타의 삶을 담아낸 멋진 제목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국내에 처음 들어왔던 1993년보다 오히려 지금 더 깊은 감성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이 드는 게 음식 하나하나에 감정과 사연을 담아낸 표현이 먹방을 통한 재미와 힐링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음식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인공 티타는 주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엄마인 마마 엘레나는 티타가 태어나고 2일 후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은 충격 때문에 젖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에 요리사 나챠는 옥수수로 만든 묽은 죽을 먹입니다. 티타는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문의 규칙으로 막내딸은 평생 어머니를 돌보며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전통에 반발합니다.
티타가 만든 요리들은 그녀의 감정을 반영합니다. 티타는 앞서 언급한 규칙 때문에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결혼을 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마마 엘레나는 페드로에게 티타 대신 그녀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할 것을 제안하고 페드로는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티타를 바라보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택한 이 무모한 선택은 티타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듭니다. 티타가 페드로에게 받은 장미꽃으로 만든 장미꽃잎 소스를 얹은 메추라기는 그녀가 품은 사랑의 열정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요리를 맛본 티타의 언니 헤르투르디는 장미꽃잎에 담긴 사랑의 열정에 빠져 혁명군 장교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립니다.
티타가 만드는 요리에는 그녀의 감정이 담기고 이 감정은 주변 사람들을 물들입니다. 티타의 요리에 눈물이 담기면 사람들은 우울해하고 사랑이 담기면 열정과 기쁨에 빠져듭니다. 또 어떤 요리는 마음에 위안과 따스함을 주기도 하는데 마마 엘레나는 티타와 페드로가 가깝게 지내는 걸 불쾌하게 여기고 급기야 페드로와 로사우라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보내 버립니다. 그리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티타를 모질게 괴롭힙니다.
책에서 나왔던 요리 중에 쇠꼬리 수프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쇠꼬리 수프는 티타의 멘토이자 그녀와 같은 사랑의 슬픔을 간직한 나챠가 선보였던 요리인데 그녀는 이 음식을 통해 나챠가 그녀에게 주었던 애정과 같은 따스함을 느끼며 마마 엘레나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합니다.
작품 속 여성들은 모두 나름의 슬픔과 행동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사랑과 전통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대물림하는데 티타가 선보이는 힐링은 자신에 대한 치유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보여줍니다.
P : 티타,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 진실이야. 진실은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P :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티타의 언니와 결혼을 결정하는 페드로의 모습과 그런 페드로와 계속해서 사랑을 나누는 티타의 모습, 강압적인 마마 엘레나의 모습이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랑에 대한 열정과 여성들의 연대와 이해, 여기에 음식을 통한 힐링의 순간은 마법과도 같은 특별함을 선사합니다. 언어를 통해 섬세하게 묘사되는 맛과 향을 통한 사랑과 힐링의 순간은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