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 산책

빌 브라이슨

by 무무

영국은 유럽 서북쪽에 위치한 비교적 작은 섬나라입니다. 영토에 비해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는 영국은 대영제국 시절 전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보유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영국을 신사의 나라라고 알고 있지만 박지성이나 손흥민이 뛰었던 프리미어 리그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또는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아일랜드와 벵골 대기근의 원인이었고 아편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식민지 지배하에서는 쿠르드족 대학살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드레스덴 폭격 등 역사에 지탄받을만한 일들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영국은 아직도 신사의 나라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극명하게 나뉘는 평가만큼이나 다양한 이면을 가지고 있는 영국이지만 실제로 살아본다면 어떤 나라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직접 살아볼 기회는 없었지만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엄청난 지식으로 빌 브라이슨 형님께서 23년간 살아온 이 나라를 구석구석 누비며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본 영국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유럽 배낭여행을 마치고 잠깐 방문한 영국에 매력에 빠져 정착하게 된 그는 영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지만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결국 그는 영국 생활을 정리하며 고별여행을 떠나는데 자신의 고향인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국을 돌아보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처음 빌 브라이슨은 프랑스 칼레로 갑니다. 20년 전 영국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도버해협을 건너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여행은 도버를 출발해 잉글랜드 남부와 웨일스, 잉글랜드 북부를 지나 스코틀랜드 최북단 존 오그로츠까지 영국 전체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훑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때로는 거주민의 입장에서 영국을 바라본 그는 영국의 소소한 결점을 들추다가도 다시 사랑스러운 면을 조명합니다. 영국의 결점부터 매력과 아름다움까지 담아낸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영국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P :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돌집 하나가 있다. 나의 조국보다 훨씬 더 오래된 집이었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작은 나라에는 이곳 못지않은 장소가 너무도 많다. 갑자기, 순식간에, 영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좋던 나쁘던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오래된 교회도, 시골길도, 지나친 낙관주의자들도, “정말 죄송한데요”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내가 모르고 팔꿈치로 툭 쳤는데도 먼저 사과하는 사람도, 병을 유도, 토스트에 들어간 콩도, 6월에 건초를 만드는 일도, 바닷가 부두도, 왕립 지도원에서 만든 지도도, 밀크티와 핫케이크도, 여름 소나기도, 안개 자욱한 겨울날도 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모두 사랑했다.


P : 핸드패스트 곶은 풀로 뒤덮인 절벽으로, 족히 200피트(약 60m) 정도 아래에 위험스러운 포말이 일렁이는 바다가 있다. 절벽 끝까지 기어가 아래를 내려다보려면 대담한 용기와 어리석음이 특별한 혼합을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빌 브라이슨의 글은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익살맞습니다. 그가 전해주는 영국의 많은 마을과 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기록은 어딜 다니지 못하는 지급 갈증을 해소해 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명색이 여행 관련 책인데도 불구하고 여행 사진도 없어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무대에 홀로 올라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는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처럼 글이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알게 해주는 작가입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 우리들을 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그는 소박하면서도 오래되고 변치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