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의 말 [마음산책]
몇 년 전에 갔었던 독일의 인상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착하고 축구를 좋아하고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외국인들에 대해 굉장히 포용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베를린을 떠나 프라이 부르크를 들린 적이 있는데 한나 아렌트가 태어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소시지와 맥주를 광장에서 마시며 그녀를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책들은 늘 좀 난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읽기가 어려웠기에 늘 고민이 되는 책이었기에 그녀의 책을 사 오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후회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를 책으로만 알았고 그녀에 대한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 그녀의 생각을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4편의 인터뷰를 실은 책이었습니다. 흥미를 끈 건 단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것과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2번째 인터뷰였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운 독일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게 늘 의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책에서 말한 악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를 곱씹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당시 유럽 사람들은 독일 전체가 악하거나 치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히틀러가 악하고 악마 같은 존재이며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다 같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충격을 빠뜨린 거는 유대계 출신의 독일인 한나 아렌트였습니다. 그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인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기록을 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세상에 나온 후였습니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납치해서 예루살렘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독일인을 유대인들이 만든 나라 법정에 선 이 일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뉴요커> 잡지사에서 탐사취재를 많이 하던 곳이라 철학자이자 유대인이지 신인인 그녀가 취재하길 바랬고 그녀는 예루살렘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모든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5편의 연재를 하며 크게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아이히만이었습니다. 일명 유대인 청소라는 명목 하에 엄청난 짓을 저지른 사람의 모습은 옆집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공무원이었습니다. 그저 명령에 따라 일을 수행하였고 절차대로 하였을 뿐이고 한 사람도 자신은 죽이지 않아서 무죄라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것을 보고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악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엄청난 동기부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전쟁 당시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게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이 기사가 나간 후 독일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P 25 :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정확히 알아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쓰지 않아요. 보통은 앉은자리에서 단번에 쓰는 편이에요. 글 쓰는 속도가 비교적 빨라요. 타자 치는 속도가 내 집필 시간을 좌우하죠.
P 190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한 의도 중 하나는 악惡이 위대하다는 통설을, 악마 같은 세력이 위대하다는 통설을 깨뜨리고, 사람들이 리처드 3세 같은 엄청난 악인들에게 품고 있는 존경심을 사람들에게서 걷어내는 것이었어요.
한나 아렌트는 끊임없이 생각하기를 강조합니다. 살아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하였고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춰버린 듯한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듯 한 책이었습니다. 나치에 반대하면서도 적극적인 저항은 하지 않고 그 만행을 방관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서 그녀의 사상이나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