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아르텔]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제목에서의 기발함이었습니다. 더 좋았던 것은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시는 따스한 정이 인상 깊어서였습니다.
이 책은 제목답게 고양이가 책을 구하기 위해 나쓰키 린다로 앞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판타지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를 잃고 삶의 막막함 속에 슬픔에 빠진 나쓰키 린다로 앞에 얼룩이라는 이름의 얼룩 고양이가 나타나 도움이 필요하다며 책을 구해야 한다며 신비한 모험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에서는 현실에 빗대어 볼만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책 숫자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며 나타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바빠서 사람들과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조차도 나눌 시간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그저 책을 읽고 사유하고 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많이 읽는 것 만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자칭합니다.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이 바쁜 세상에 책을 온전히 다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줄거리 요약본만 읽으며 속독법을 개발하여 시대에 맞는 정보만을 습득하면 된다는 부류지만 그에게 있어 책은 그저 정보만을 취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책으로부터 마음의 양식은 얻지 못하고 결핍되어 피폐해지기만 합니다.
세 번째 부류는 바로 책만 잘 팔면 된다는 사람입니다. 잘 팔리는 책만 만드는 잘 나가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는 책으로 빈약한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읽는다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맞춰 생각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출판사 사장의 이야기는 현시대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힘들어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등장인물은 바로 책 자신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잊혀가는 책 자신을 나타냅니다. 늘 자신이 없었던 린타로와는 달리 스스로 선택한 소박한 일상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새로운 린타로가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이 책 안에서 주인공의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P 65 :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작가이면서 현직 의사인 나쓰카와 소스케는 작가명입니다.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케'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풀 베개>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얼마나 책을 좋아했으면 일본의 유명 작가의 이름과 작품에서 작가명을 만들었을지 순수한 느낌도 들어서 좋았습니다. 하루키와 오사무가 빠져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