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막다른 골목의 추억

by 무무

막다른 골목의 추억 -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제게는 책과는 상관이 없는 제목과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에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던 엄마를 위해 막내 동생의 짐을 덜어주고팠던 큰 이모는 저를 데리고 이모 집으로 많이 데리고 가셨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주일에 3~4일은 큰 이모네 집에서 사촌 형, 누나들과 부대끼며 살았습니다. 철물점을 하는 이모네 집은 정말로 막다른 골목에 있었고 바로 옆집은 가게를 같이 하셨습니다. 이모도 넉넉지 않는 형편이었기에 저를 가게에 홀로 남겨두고 이 동네 저 동네로 바쁘게 돌아다니시면서 일을 병행하셨습니다. 멍청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던 저는 동네 아저씨들의 표적이 되어 혼자 철물점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담배며 기물이며 무한 외상을 날리게 되었고 이모한테 걸려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울면서도 큰 이모네와 그 집을 사랑하였고 아직도 그곳에 살고 계셔서 가끔 찾아뵙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제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모두들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5명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들은 상당히 심각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현재 지금 그들이 안고 있는 슬픔에 더해 과거의 상처마저 있습니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상처들은 새로 생겨난 상처의 아픔과 함께 다시금 떠오릅니다. 그들은 그렇게 책 제목과 같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책은 시종일관 밝고 기분이 사뿐해지는 듯합니다. 작가는 짧은 이야기 안에서 탄탄하게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처럼 그 아픈 상처를 따라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다른 좋은 것들을 비추어 줍니다. 터널에 들어가자마자 보일 듯 말듯한 빛처럼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입니다. 막다른 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나를 막아선 그 장애물 앞에서도 삶은 무언가 다른 것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 또한 서서히 추억이 될 수 있다고 보여줍니다.

P 87 : 건물 너머로는 저 멀리 별이 무수히 반짝였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많든 적든 생명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아 이렇게 따분해하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에 안도하면서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이곳에 있지만, 여기서 나갈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고요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고요함에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삶에서 길을 잃고 헤매 보기도 하셨을 거고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실 수도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어둡고 상처였던 과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분들과 같이 아주 담백하고 가뿐한 어조로 이야기를 합니다. 굳이 심각하게 감정을 휘몰아치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오히려 덤덤하게) 그 아픔이 잘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는 잠시 눈을 돌려, 그 막다른 골목에 있는 것들을 찬찬히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길의 끝에도 사람들이 있고 허름하지만 당신이 잠시 몸을 웅크릴 어떤 장소가 있으며 누군가의 마음이 있고 그리고 아주 미미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좋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