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택시

By 금정연

by 무무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인(?) 금정연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본인을 활자 유랑자, 생계형 독서가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아마 이분이 소개하는 글들은 멋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책을 소개할 때는 ‘그래 이렇게 나도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쓰기는 하지만 항상 인스타 제한에 압박을 느끼는 저는 그렇게 난 못쓴다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작가님의 몇 줄 안 되는 글들로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는 것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볼라뇨를 모르던 시절, “두 종류의 독자가 있다. 로베르토 볼라뇨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와 볼라뇨를 좋아하는 독자. 볼라뇨를 읽지 않을 순 있지만 볼라뇨를 일단 읽은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라는 말로 저에게 새로운 작가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고 그 이후 언젠가 독자적인 책이 나오면 꼭 읽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 유심히 지켜보던 시리즈 중, 작가의 이 책이 나와서 내심 반가웠습니다. 책을 쓴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일지라는 형식으로 뭔가를 쓰기에 편할 거 같아서 시작한 이 책은,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작가의 일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건 먼 거리건 늘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택시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는 작가님은 은평구 변두리에 살아서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네 이름도 생소해서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 여러 번 말해야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여는 이 책은 작가님이 겪은 택시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는 기사가 제일 편하고 고마운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서 원치 않는 대화, 특히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내내 떠들어대는 경우에는 진이 빠진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택시를 타면서 겪은 일들과 무슨 일로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와 함께 동승해서 이동했는지를 꼼꼼하게 택시 일지로 적었습니다. 이외에도 어쩌다 시나리오를 쓰는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적은 시나리오 일지, 오전 수영장을 택시 타고 다니면서 적은 수영장 일지 등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저는 핸드폰을 열어서 간단하게 적거나 카페나 집에서 쓰는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움직이는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쓸 수 있다는 작가님이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그렇다고 단순한 일지는 아니었습니다. 일지는 그저 거들뿐 택시 타면서 겪은 별의별 일들을 무심한 듯 위트 있게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책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P :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하는 책이 많아집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쓰는 글이 싫어집니다. 이것이 독서와 글쓰기의 아이러니입니다


저도 글을 쓰거나 피드를 쓰면서 ‘아 오늘은 잘 안되네, 아 좀 더 잘 쓰고 싶은데’를 많이 생각하는데 작가님도 그런다니 동지를 만난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오늘은 책도 책이지만 이 시리즈를 소개하고 싶어서 이 책을 꺼냈습니다. 출발은 1인 출판 기업 3곳의 대표님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에게 자신이 구축해 온 세계를 책으로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세계에 조금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내가 살아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세계를 얇은 분량의 한 권의 책을 통해,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편적인 설득력이 있다고 믿었다는 한 출판사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고 뒤에서 책 한 권밖에 살 수 없는 독자이지만 잘되는 바람으로 한 권씩 구매하고 있고 다행히 이 시리즈의 도전은 순항 중인 듯합니다. 2017년에는 58회 한국 출판문화상도 받았고 <월간 아무튼> 시리즈로도 나와서 확장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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