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Dec 01. 2023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by 미야시타 타츠

저희 어머니는 식당을 하셨지만 대부분의 음식을 잘 못하셨습니다. 아버지와 싸우고 나서 곰국을 끓여 한 달 내내 먹이기도 하였고 형의 무심코 던진 맛있다는 한마디에 신이 나서 그 반찬을 일 년 내내 본 적도 있고 반대로 맛없다고 하면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음식을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란 저는 반찬 투정을 하지 않게 되었고 어디 가서도 맛있게 먹습니다.(실제로 맛있습니다.) 어머니가 대부분의 음식을 못하셨지만 가끔 김은 떠오릅니다. 다른 건 어머니의 창의력에 바탕을 둔 음식을 하셨지만 김만큼은 좋은 것을 구해다가 몇백 장을 직접 구워서 한가득 해주셨습니다. 심지어 외국에 있는 제 친구들에게도 선보인적이 있는데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가끔 어머니가 해주신 김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밥에 김치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신 김이 소울푸드입니다.


이 책은 책에서 나오는 요리는 무엇이든 맛있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던 작가의 음식 에세이입니다. 저의 소울푸드인 김뿐만 아니라 만두 같은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부터 이름부터 생소한 아펠쿠헨이나 손이 많이 갈 거 같은, 그래서 집에서는 하기 힘든 애플파이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일화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여기에 그치면 그냥 음식에 관한 책으로만 여겨졌을 테지만 작가는 여기서 식사 장면을 넣었고 우리의 홀대받은 하루를 위로합니다. 학생들은 공부에 치이고 직장인들은 일에 치이고 어머니들은 육아에 멘탈이 털린 하루를,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간편해서 좋은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운 바쁜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맛의 언어로 차려낸 가정식을 우리들에게 권합니다.


책에서 읽었던 여러 음식이나 술이 떠올랐습니다. 하루키의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히 <1q84> 에서 나오는 비교적 싸다는 스카치 하이볼은 어떤 술일지 궁금했고 <먼 북소리>에서 나왔던 정어리 파스타는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되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었던 책들 안에서 몰랐던 음식을 한 번씩 찾아서 먹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P : 작은 기쁨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져 가는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우리의 삶 속에도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회분은 있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나이가 들다 보니 가족들 모두가 모이기도 힘든 생활들을 하고 있는데 티브이에서 특정 음식을 볼 때나 일하면서 먹는 특정 음식을 먹을 때 항상 생각나는 건 어머니와 형제들이었습니다. 특히 일하고 밥하고 쉬다가 또 밥을 하고 주무셔야 했던 반복된 일상에서 살았던 어머니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음식에는 사람이 있고 그 안에 또 사랑과 여러 사연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