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yssey 그 여정의 목적지 <FAME>

by 다정정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다룬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이다. 라이즈는 미니앨범 이후 바로 정규 앨범인 <Odyssey>로 컴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본인들의 여정을 이 앨범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데뷔곡이었던 'Get a guitar'는 그동안 SM 남자 아이돌 그룹이 잘 시도하지 않았던 대중성 있는 곡으로 빌보드 차트에도 진입하며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라이즈는 이후에도 'Siren', 'Talk Saxy', 'Impossible', 'Love 119' 등 다양한 곡들을 통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해 왔다.


라이즈는 데뷔조로 짜여지고 함께 연습한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만큼 데뷔와 활동 자체가 멤버들의 서사였고, 그것을 Realtime Odyssey라는 컨셉으로 활용해서 성장이 곧 세계관인 그룹을 내세워왔다. Rise & Realize. 성장하고,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라이즈가 나아갈 방향이었다.


그런데 정규 1집인 <Odyssey>은 그 방향이 결국 어딜 향하는지 지목하는데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조각처럼 여러 장르와 사운드들이 합쳐져 있고 라이즈에게는 무슨 장르든 잘 어울린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왜 성장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성장해야 하는지가 빠져있어 앨범 전체가 표방하는 성장이란 메시지가 조금 공허하게 느껴졌다. 특히 앨범 전체의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타이틀곡인 Fly up은 데뷔곡과 비슷한 분위기의 로큰롤, 그리고 더블타이틀처럼 함께 활동했던 Bag, Bad, Back과 잉걸은 각각 힙합, 동방신기를 연상시키는 SMP(SM Music Performance)였는데 이로 인해 앨범과 색깔과 방향, 나아가 그룹의 색깔과 방향까지도 모호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즈가 마치 빈 그릇처럼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재능있는 멤버들로 구성됐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너희가 제일 잘하는 건 뭔데? 너희가 원하는 게 뭔데? 너희 목표는 뭔데? 특히나 공백기가 꽤 길었던 만큼 팬들은 아마 정규 1집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데뷔 때부터 계속해서 성장과 실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규 앨범인 <Odyssey>는 이것의 연장선이었을 뿐, 답을 주지는 못했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 <FAME>은 바로 우리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래서 '무엇을 위해' 성장할 것인지, 라이즈가 원하는 성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들고 온 앨범이다.


라이즈는 일반적인 앨범 프로모션의 팝업스토어 대신, 전시회라는 형식으로 이번 싱글의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영국의 저택에서 찍은 성숙한 분위기의 사진, 그리고 고요와 파동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투어를 통해 성장한 멤버들의 모습을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여러가지 파동 속에서도 스스로는 고요함을 유지하는 멤버들 각자의 방법을 팬들과 공유하는 전시였다.




<고요와 파동 Silence: Inside the Fame>은 내면의 성장을 향한 항해를 거쳐, 반응하고 부응하는 대상으로서의 자각과 실재의 정체성이 가진 바람 사이에서 고요한 파동을 감각하는 라이즈의 시간을 담았다. 여전히 미숙한 존재로서 가진 불안, 사랑과 인정을 구하는 마음, 아티스트로서 도약을 소망하는 목표를 드러내면서, 이들의 음악은 보다 구체적인 현실로 실현된다. 명성과 두려움, 환호와 침묵이 혼재하는 곳에서 라이즈가 전하는 사운드, 이미지, 그 속에 스민 불완전한 진심은 우리가 삶의 한 순간에 어떤 식으로든 통과해야 하는 성장-실현의 경험을 닮았다.

- 전시 소개글 중에서



Realize에는 실현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깨닫다 라는 의미도 있다. 나는 이번 투어를 통해 라이즈 멤버들 각자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불완전한 한 인간으로서의 멤버들의 솔직한 모습, 압박감과 불안이라는 파동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면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Realtime Odyssey 그 자체였다.


아이돌 산업은 아이돌 아티스트를 즐거움 내지는 행복을 약속하는 이상적인 존재로 상정한다. 이들은 존재 자체로 사랑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여기에는 도덕적 가치로서의 '인성'이 결합되어 있다(안희제, 2023). 내면마저 이상화 되어있는 존재들인 아이돌 아티스트는 언제나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등 감정 노동을 수행하는데 아이돌 산업을 향유하는 이들에게도 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안희제, 2023).


여기서 감정 노동은 수행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아이돌 아티스트 각각은 본질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 아티스트 각자는 아이돌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본질). 그러나 아이돌 아티스트로써 이들이 팬들과 공유하는 모습은 '아이돌'로서 창조된 하나의 이미지이다(수행).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가장 큰 동기인 것 같습니다. - 원빈

성장의 속도가 느려도 방향이 틀리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은석

저에게 안정감은 멈춘 상태가 아니라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 성찬

긴장감은 늘 저와 함께합니다.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긴장 속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 쇼타로

제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더 솔직하게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 소희

저에게는 혼자만의 작고 사소한 순간이 중요합니다. -앤톤


- 고요와 파동 전시회 중에서



수행과 본질은 뗄레야 뗄 수 없다. 그리고 경계 역시 흐릿하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그 멤버의 '본모습' 이라고 여겨야 할까? 그리고 어디까지를 '꾸며진 모습' 이라고 여겨야 할까? 라이즈는 수행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 그 모두를 '자기 자신' 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아마도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나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는 내가 있다. 여기서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라이즈 역시 이 물음을 던지고,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바로 본인들이 추구하는 '성장' 이라고 답한다.



They don’t really love me
Shout, loud, cry, tears, Fear, pain, but keep going
All I did it for My love, not fame

Will she love me
내가 무너져도 난 아닌 척해
Do I look like I’m good
숨 막히는 밤이 나를 끌어안지
이런 내 모습 보일까 봐


All this fake fame,
maybe I don’t need it
끌어안아 한 조각의 Feeling
오직 깊고 짙은 사랑을 원하는 걸

Won’t stop On the way
달려 널 위해 날 보는 지금 넌 어때
아직도 원해 Where u at

Still can’t see
멀리 소리쳐 너를 찾아
Shout loud for your name

- Fame 중에서


팬과 대중 그리고 아이돌 아티스트 본인 사이에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아이돌 아티스트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이 사람들이 진짜 내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꾸며지고 만들어진 내 모습을 좋아하는걸까? 나 역시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약한 사람인데. 그걸 알고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까?


이 필연적인 불안 속에서 라이즈는 있는 그대로 그것을 드러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걸 통해 그들과 똑같이 불안하고 나약한 인간인 우리 모두와 연결되길 원한다. 그 매개체는 바로 '사랑'이다.



타이틀곡인 Fame은 라이즈의 그 외침, 불안 속에서도 결국 원하는 건 이 순간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연결되는 것임을 강렬한 비트로 표현했다. Fame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혼란과 그 속에서의 깨달음을 매우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




뮤비의 첫 장면에서 기타치는 앤톤이 등장한다. 여기서 기타는 아마도 타이틀곡인 'Get a guitar'를 상징하는 것 같다. 기타는 즉 갓 데뷔했던 라이즈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이후 멤버들이 모여 모니터 속의 자신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뮤비에는 모니터 속 세상과 바깥 세상이 구분되어 등장한다. 여기서 모니터속 세상은 아이돌 아티스트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상징하는 수행적인 것, 바깥 세상은 아티스트 이기 이전의 한명의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개인을 상징하는 본질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유리벽 안은 아마도 모니터 속 세상을 의미하는 것 같다. 멤버들은 모니터 속 자신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이러한 혼란은 두 모습의 멤버들이 겹쳐있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러한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이즈 멤버들의 해답은 바로 그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경계가 허물어지며 모니터 속 멤버들의 모습은 붕괴되고 마지막에는 실제 세계의 멤버들만 비추며 불타는 기타와 함께 뮤직비디오는 끝난다.




누구나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아이돌 아티스트가 이런 감정과 흔들리는 내면을 드러내기란 더욱 어렵다. 이번 앨범은 불안한 내면마저 수용하고, 그것 마저도 진정한 나 자신이기에 대중들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그 본질적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라이즈의 선언이다. 또한 자아는 완성된 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이 변화 과정이 바로 라이즈가 지향하는 Realtiem Odyssey의 성장이다.


긴 아픔도 견딜 수가 있는 걸
나의 목숨도 전부 바칠 수 있어
난 오직 너만 바래
내 모든 걸 다 바칠 만큼
I’m falling 너여야만 해
다른 사람 말고
‘Cause baby you’re sticky like honey

말로만 끝인 게 아니야 때론 부족할 수 있겠지만
난 오직 너만 바래 유일한 너 Baby you're sticky like honey

- Sticky Like 중에서


또한 라이즈는 이야기한다. 그런 나라도, 부족한 자신일지라도 팬들을 향한 자신들의 진심은 영원하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야 라이즈라는 Odyssey의 첫 장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새롭게 보여줄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더욱 기대된다.




*참고문헌

안희제. (2023). 망설이는 사랑 - 케이팝 아이돌 논란과 매혹의 공론장.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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