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내 얘기 같은지 <산후 조리원>
요새 눈물이 많아졌다. 애도 안 낳았는데 왜 이렇게 애 키우는 엄마들만 보면 맘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지. 확실히 내가 출산 적령기가 됐나보다. 주위에 하나 둘씩 애기 낳는 친구들도 생기고, 전혀 남 얘기만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사실 <산후조리원>을 꼼꼼히 보지는 못해서 몇몇 장면들로만 기억하지만 왜이리 매 에피소드가 이렇게 웃픈건지 모르겠다.
첫번째로 내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막 출산한 여성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맘 편히 못마시는 장면이었다. 진짜 내 친구, 언니, 동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맘이 아프다. 의학적으로 출산 후에 무조건 꽁꽁 싸매고, 따뜻한 것만 마신다고 해서 산후통, 산후풍이라고 부르는 통증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데 도대체 출산을 한 여성에 대한 수많은 규칙은 다 누가 정한건지. 그리고 왜 이리 날 가르치려는 선생님은 많은건지.
그렇게 해서 내 몸이 부스러지고 다 망가지는 고통을 겪고 간신히 애를 낳아서,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거 다 참고 견디면 또 바로 애를 봐야 되는데 그럼 내 커리어는? 나도 내 커리어가 있고, 아기를 낳기 전에 내 삶이 있는데 애는 누가 보며, 내 커리어는 누가 책임져 주는가?
두번째 기억나는 건 엄마들이 시터를 구한다고 서로 경쟁을 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현진은 대기업 임원이어서 출산 휴가 이후 바로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를 봐주기로 한 친정엄마는 갑자기 수술을 하셔서 아이를 봐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데 마침 조리원 먹이사슬에 정점에 있는 다른 엄마도 시터를 구하게 되면서 둘이 업계 1위 시터를 놓고 서로 면접을 한다. 이걸 둘이 싸움을 하는 것처럼 표현한 게 재미있으면서 슬펐다. 애기는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이 만들었는데, 일과 육아를 놓고 양단간의 결정을 해야하는 것도 여자, 시터 구한다고 빨빨 거리면서 돌아다녀야 하는 것도 여자, 몸 망가지는 것도 여자. 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모두 다 여자들만 이렇게 자기 미래를 걸고 아등바등 해야되는건지. 다 내 얘기 같고, 내 친 언니, 동생 얘기 같아서 막 눈물이 핑 돈다.
얼마전에는 지하철에서 유모차를 끌고 여성 두분이 출구를 빠져나오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계시길래 얼른 달려가서 문을 잡아 드렸다. 그런 모든게 다 화가 난다. 이놈의 지하철 개찰구 문은 왜 유모차 하나 알아서 빠져나오질 못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왜 아빠는 애기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같이 나갈 수 없게 휴가도 맘대로 못 내는건지. 그렇게 애 낳아야 된다고 지랄 염병들을 하면서 왜 뭐 하나 쉬운게 없는지. 화가 너무 난다. 그냥 살기도 존나 빡빡한데 노키즈존은 또 뭔가? 너네 가게 베이비 체어도 없고, 애 먹일 메뉴도 없어서 안간다고. 애기랑 가고 싶지도 않다고. 왜 사돈의 팔촌의 아는 사람한테 들은 진상 부모 얘기는 그렇게 많은지. 내가 겪어본 바로는 애기랑 같이 있는 사람 구박하고 무시하고 면박 주는 사람 밖에 없던데.
지난주엔가는 우리 팀에 출산 휴가 가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사람한테 대고 본부장이란 놈이 한다는 얘기가 "6개월이면 돌아오죠?" 무슨 우리 부모님들 옛날에 애 낳자마자 밭매러 가던 시절 소리를 하고 앉았는지. 지금 육아휴직 1년도 누구 코에 붙이냐 싶은데 6개월? 6개월만에 돌아오라고? 나는 애도 안 가졌는데 피가 거꾸로 솓았다.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바라볼 거라고는 꼴랑 1년짜리 육아휴직, 돈도 안 주는 육아휴직인데 뭐 얼마나 대단한 일 한다고 그걸 6개월만에 돌아오라 염병을 떠는지.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 쒸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