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물

뜨개질1

by 오동

즐겨 듣는 팟캐스트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 '인생을 살아가며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 하나씩은 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음악과 체육은 항상 곁에 두고 있었지만, 미술에서 만큼은 꾸준히 하는 것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도 미술시간이 즐겁지 않았고, 한때 오일파스텔을 배우겠다고 온갖 재료를 사두었지만 오래가지 않아 창고에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꾸준히 하는 미술 활동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바로 뜨개질이다.

뜨개질이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기 전인 2022년도에 처음 코바늘 뜨개를 배웠다. 일을 잠시 쉬며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상봉에 있는 공방에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나무 책상에 둘러앉아 차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뜨개질을 하는 시간은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새로운 취미를 시도할 때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그것을 직접 해볼 때에만 알 수 있는 전문 용어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편물'은 뜨개를 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말한다. 컵받침, 가방, 조끼에서부터 쓰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실을 매듭을 지어 완성을 하면 편물이라 명명할 수 있다.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일단 해보지 뭐'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해보고 나서 아니면 그때 가서 관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또 그 '아니라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다시 시도해 보기도 한다.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장난을 치다 넘어져서 한쪽 눈을 크게 다칠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시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눈 아래쪽의 피부가 깊게 패여서 오백 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흉터가 남았다. 이후로 다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두려웠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도전했고, 나는 요즘도 날이 좋을 때면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으로 향하곤 한다.


나에게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완결을 맺는 것이다. 필사를 해서 어휘력을 높여보겠다고 선물 받은 필사집은 3일째에서 멈춰있고, 월간 다이어리를 사서 호기롭게 월간 계획을 세웠지만 주간계획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시작할 때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지만 이내 폭삭 사그라들고 만다. 여행을 갈 때도 비행기를 사는 순간과 계획을 짜는 순간들이 가장 즐겁다.

내가 느끼는 뜨개질의 매력은 편물 하나를 완성하는 순간의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작은 편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큰 가방 한 개를 만드는 동안 5개의 컵받침을 만들 수 있다면, 컵받침 1개를 완성할 때마다의 만족감을 더한 것의 총량이 가방 한 개를 완성했을 때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도 굉장히 작게 세분화해서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를 했을 때마다 체크표시를 해가며 지워나간다. 비록 크게 봤을 때 하나의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뭐야 벌써 이만큼이나 했잖아? 대견하군'하면서.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승까지의 멀리 보이지 않는 목표보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목표 지점들이 필요하다.


응원하는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인 김원중 선수의 등번호가 써진 유니폼을 가지고 있다. 야구의 가장 마지막 이닝인 9회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무리 투수인데, 일반적으로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나고, 정신력이 강한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야구는 9회 말 2 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끝날 때까지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야구이기에 이들의 역할은 더욱 소중하다. 이렇게 무언가를 완성하고 마무리하는 것에 최대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진정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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