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사생활 침해
요즘 한국엔 CCTV 설치 안된 곳이 없다고 한다. 한국 나가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지하철 역내, 건물 안은 물론, 교통량 많지 않은 지방 국도에까지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보았다. 또한 차량마다 설치된 블랙박스는 교통사고로 인한 분쟁의 여지를 감소시켰다고 한다. 미국은 주마다 CCTV에 대한 법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는 공공장소(도로, 박물관, 쇼핑센터 등) 외에 설치된 카메라가 있는 경우, 카메라 녹화 중이라는 표지가 없으면 모두 불법이다. 다시 말하면 만일 엄마가 아이를 맡겨놓고 감시 목적으로 자기 집에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고용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비디오나, 음성 녹음만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우리 삶에 의도치 않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가운데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줌(Zoom)의 상용화일 거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행으로 회사의 원격 미팅, 학교 원격 수업 등이 모두 줌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뉴스에 등장하는 패널을 모두 방송국으로 부르기 힘들게 되자, 웨벡스(Webex)나 스카이프(Skype) 등을 통해 연결된 전문가가 자기 집안 거실이나 서재에서 전국 방송을 하게 됐다.
출근하지 않고, 통학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집에서 비디오를 통해 바깥세상과 교류하다 보니, 새로운 생활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바깥출입을 하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편한 잠옷 차림으로 지내게 되었다. 간혹 줌 미팅이 있을 때, 윗도리만 갈아입고 아래는 그대로 잠옷 차림이나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어도 미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였다. 집안 청소를 안 해 엉망이어도 카메라 뒷 배경만 깨끗하게 치우거나, 그도 아니면 상큼한 백그라운드 이미지를 사용하면 되었다.
팬데믹 시대에 편리함을 제공한 줌이지만, 줌의 상용화로 인해 예기치 못한 피해도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줌을 사용함으로써 야기된 의도치 않은 사생활 침해이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카메라를 통해 아이의 선생님은 아이들 집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부모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음성 소거(mute)를 해 놓으면 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에 능숙하지 않은 부모는 선생님이 듣는 줄도 모르고, 부부싸움을 해서 듣는 사람 민망하게 했다고 한다. 또한 컴퓨터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하다 낯 뜨거운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긴 이와 비슷한 불상사를 이미 예측했던 영화 <Why Him?>이 있긴 하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친구가 부모와 비디오 콜(video call)을 하는지 모르고 불쑥 여자 친구 아파트에 나타나 다짜고짜 바지를 벗고 엉덩이를 흔든다. 그런데 비디오 콜은 프로젝션 화면을 통해 여자 친구 아빠의 생일파티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공개되고 말았다. 이때 엄마는 너무 창피해 비디오 콜을 종료하려다 할 수 없이 랩탑을 부숴버리고 만다.
세상엔 의도치 않게 재밌는 일이 생기고, 또한 우연히 않게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소셜미디어 발달한 세상에 그것이 퍼져 나가는데,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직장 동료 중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었던 부모들의 팬데믹 스트레스 중의 하나가, 시도 때도 없는 줌 연결 때문에 혹시나 창피당할 일 없도록 조심하는 거였다고 말한다. 자기 집에서 편하게 옷 입을 수도 있고, 막 샤워하고 나와 가운만 걸치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조차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내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행동하지 못했다면,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