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Feat. CVS 드라이브 쓰루

by Crys

한동안 컨디션이 좀 별로였다. 여름 날씨 같았던 남캘리포니아 날씨가 자고 일어났더니 가을 날씨로 바뀌어서 밤낮 기온차가 화씨 30도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아침엔 난방해야 할 정도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데, 낮엔 반팔 입는 한여름 날씨 같았다. 신체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여름인지, 가을인지 헷갈려하는 게 분명했다. 원래 편도선이 잘 붓는 편이라 목이 깔깔한 게 느껴졌지만, 이래 저래 잘 버텨왔다.


쉬는 날 아침 일곱 시부터 18홀을 돌았는데,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고, 체감온도도 엄청 낮았다. 게다가 골프카트 위에 올려놓은 셀폰 화면 위에 재가 쌓이는 게 보였다. 어디선가 또 크게 산불이 난 게 분명했다. 나중에 그날 아침 얼바인에서 불이 나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날 볼일 보러 약간 남쪽으로 내려갔더니, 얼바인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검댕이가 하늘에 둥둥 날아다니는 게 보일 정도였다.

쉬는 날이었지만,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이 쑤시고 목이 아팠다. 출근하기 전 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자가 건강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거기 다 걸렸다. 일단 매니저한테 연락한 다음, 인사과(HR)에 전화해서 Sick Day를 쓰기로 했다. 그날은 밥 먹고, 약 먹고, 잠자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다음 날 역시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쉬었다. 몸살감기라고 생각됐지만,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몰라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팬데믹 초창기였던 작년 3,4월엔 내가 살고 있는 카운티에서 코비드 검사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카이저(Kaiser Permanente) 병원 두 군데가 전부였다. 게다가 카이저 보험 소지자에 한했고, 이주 이상 기다려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초창기와 달리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7,8월부터는 전국 9,800개 지점을 가진 약국 체인인 CVS에 가면 무료 드라이브 쓰루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CVS는 약국이긴 한데, 예방주사도 놔주고, 경우에 따라 약국 내에 클리닉도 있다. 또한 마트처럼 공산품도 판다. 일단 매장 사이즈가 월마트와 비견할 정도로 넓다. 보험이 있으면 보험회사에 검사 비용을 청구해서 검사받는 사람 부담은 없으며, 보험이 없어도 검사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의료보험관리공단이 없고, 전부 사보험이어서 의료보험 없는 사람도 가끔 있다.


당일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안티젠 테스트는 내가 살고 있는 인근 지역에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하고 이틀 후 결과가 나오는 PCR 검사로 예약했다. 보통 CVS 드라이브 쓰루는 약 타가는 사람이 이용한다. 창문 열고 약을 건네주기도 하지만, 우리 동네 같은 경우는 창문 아래 박스를 열고 약을 꺼내가게 돼 있다.


검사일 아침 드라이브 쓰루로 가서 창문을 내리니까, 인터폰으로 방문 용무부터 물어보았다. 코비드 검사받으러 왔다니까 개인 정보 확인한 다음, 검사 키트(kit)를 떨어뜨려 줬다. 검사 키트 꺼내고 차 창문을 올린 다음, 검사 방법을 지도해 줄 전화를 기다렸다. 검사받는 사람이 감염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약국에서 온 전화를 받으니까, 검사를 하려면 두 손을 써야 하는 관계로 스피커 모드로 바꾸라고 하였다.


전화로 검사방법 지도해 주는 사람이 창문 너머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키트를 열어 내용물 확인부터 했다. 그런 다음, 기다란 면봉을 꺼내 하라는 대로 살짝 돌려 코에 삽입하였다. 이때 덜 들어갔다 싶으면 그걸로 부족하니까 좀 더 깊이 넣어야 한다는 지시를 줬다. 난 재채기가 나와 검사하는 사람이 앞에 있었으면 그 얼굴에 할 뻔했다. 샘플 채취가 끝나면 용액이 담긴 시험관에 면봉 끝을 부러뜨려 떨어뜨린 다음, 뚜껑을 덮으라고 하였다. 시험관 스티커에 인쇄된 내 이름과 생년월일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켰고, 시험관이랑 검사 용지를 커다란 지퍼백에 넣고 키트에 딸려온 알코올 세정 휴지로 겉을 잘 닦으라고 시키는 대로 했다.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려 드라이브 쓰루에 따로 설치된 박스에 지퍼백을 넣는 걸로 검사는 마무리되었다.


이틀 후, 음성 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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