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2020년 팬데믹 한가운데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는 2016년의 그것에 비하여 조용하다 못해, 11월에 선거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통상 7월 말쯤이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전당대회를 끝내고, 양당 대통령 후보 모두 아이오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및 펜실베니아 등 보라색 주(Purple States)로 매일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선거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작년 대통령 선거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당대회가 연기되어 대통령 선거일 삼 개월 전인 8월이 되도록 공식적인 대통령 후보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태였다.
민주당의 경우, 인파가 모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전당대회 대신 온라인 컨벤션으로 포맷을 바꾸어 진행하였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은 고향인 델라웨어주에서 조용히 대통령 후보직 지명을 수락하였다.
반면, 공화당 후보였던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 백악관 앞마당에 1,500명이 넘는 손님(마스크 한 사람 거의 없었음)을 모아놓고 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장장 70분 넘게 하였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실내에서 개최하는 기존의 대규모 유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오클라호마에 이어 아리조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었다. 당시 집회에 참가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아랑곳없이 가까이 붙어 앉은 모습이 보도되면서 비판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와 같은 인구도 많고, 경제력도 막강한 주가 아니라, 인구수나 경제력 측면에서 별 볼 일 없는(?) 보라색 주의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보라색 주는 파란색으로 표현되는 민주당과 빨간색으로 표현되는 공화당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를 일컫는 용어다. 예를 들어, 내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파란 주(Blue State)로 구분되고, 텍사스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빨간 주(Red State)다. 그런데 오하이오는 2012년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지만, 2016년도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미국인들은 다수의 의견보다 소수의 의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듯한 현재 대통령 선거 제도에 좀 회의적이기도 하다. 특히,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국민투표에서 거의 삼백만 표 가까이 더 득표하고도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232 대 306 큰 차이로 패배하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은 이후, 대통령 선거인단을 폐지하고, 직선제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한동안 높았었다.
한편, 트럼프는 캠페인 몇 달 전부터 우편투표에 사기가 많다고 언론 인터뷰에 나올 때마다 누누이 강조했다. 미국은 부재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지난 몇십 년간 우편투표를 아무 문제없이 해왔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기보다는, 집에서 우편물을 통해 투표할 사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 들고 나온 이론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미국 우체국 청장까지 자신의 선거에 백만 달러를 기부한 루이스 드조이(Louis DeJoy)로 교체하였다. 미국 우체국 시스템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이 사람은 우편물의 배달을 늦출 정책을 실행하였고, 우체국 직원의 수당 외 임금을 없애 버렸다. 즉, 우편투표 때문에 늘어날 물량을 처리할 직원의 오버타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편투표가 사기일 가능성이 많다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정작 거주지로 등록되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우편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비공식 집계로 약 1억 5천만 명 가량이 표를 던졌다고 한다. 2016년 1억 3천만 명이 투표한 것에 비교한다면, 2천만 명 정도 많은 사람이 선거를 한 셈이다. 팬데믹 때문에 투표율 저하가 우려되기도 했는데, 11월 3일 화요일 선거일 전날까지 이미 1억 명이 투표를 마쳤다.
보도에 따르면 미리 선거를 마친 1억의 투표인 가운데 65%가량이 바이든 지지층이고, 35%가량이 트럼프 지지층이라고 한다. 이런 통계가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투표일 전 미리 투표권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 한국처럼 선거 당일 주민등록증 들고 투표장 가서 선거인 명부랑 대조하고 난 후, 투표할 수 있는 거랑은 다르다. 투표권 등록을 할 때, 민주당, 공화당 아니면 지지 정당 없음(Independent) 이렇게 지지 정당을 표시하는 란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투표를 하면 어느 정당 지지자가 투표를 한 건지 통계가 나오게 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는 민주당 지지층은 많은 인파를 피하기 위해 선거일 전에 우편투표를 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사기(hoax)라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일 당일 투표장에 나가 표를 던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는 선거 당일 투표 개수를 모두 마친 후, 우편 투표를 개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시건, 위스컨신, 펜실베니아 그리고 조지아처럼 트럼프가 초반에 큰 표 차이로 앞서고 있다가, 막판에 모두 바이든에게 추월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2016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 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당 후보로서 미시간 선거인단 16표를 가져갔던 건 1988년 아버지 부시 후보가 마지막이었다. 마찬가지로 위스컨신 선거인단 10표를 이긴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1984년 레이건 후보가 마지막이었다. 펜실베니아 선거인단 20표 역시 1988년 아버지 부시 후보에게 돌아간 후, 내리 민주당 후보를 밀어줬다.
2016년 트럼프는 미시건에서 만표, 위스컨신에서 이만표, 그리고 펜실베니아에서 사만표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 사람들이 워낙 힐러리 클린턴을 싫어해서 민주당 지지층조차 투표를 포기해 트럼프가 운 좋게 이긴 거라고 보면 된다. 작년처럼 전무후무하게 투표율이 높을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미시건, 위스컨신 그리고 펜실베니아 선거인단을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분석해보면, 대도시와 농촌 지역의 양극화가 극명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농촌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고, 대도시에 거주하는 미국인 다수는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한때 칠십만 표 가까이 뒤지고 있던 펜실베니아에서 조 바이든이 앞서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필라델피아나 피츠버그와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몰표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 바이든은 8천 만표 이상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국민투표를 받은 대통령으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306대 232로 제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 오마이뉴스에 기재했던 글을 보완, 첨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