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터진 폭동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배경

by Crys

미국 대통령 선거는 복잡하다면 좀 복잡하다. 2020년 11월 3일 치러진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가 우리에겐 미국 대통령 선거로 알려져 있다.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의 선거제도 때문이다. 11월 국민 투표 실시 후, 한 달도 더 지난 시점인 12월 14일 각 주 대통령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은 모여 이번엔 진짜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했는데, 국민 투표 개표와 동시에 다음 대통령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이건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투표 결과를 적은 인증서(Certification)는 12월 23일까지 지정한 장소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해가 바뀐 2021년 1월 6일, 상하원은 각 주에서 도착한 50개 인증서의 진위를 검증하고, 각 주 선거 결과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어느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는지 검수하기 위해 국회에 모였다. 알라스카(Alaska)로부터 시작해 와이오밍(Wyoming)까지 50개 주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하나씩 알파벳 순서대로 네 명의 국회의원(2명은 상원의원, 2명은 하원의원)이 돌아가며 차례로 읽는데, 한 개 주가 끝날 때마다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지 물어본다. 이의가 없으면 그다음 주로 넘어가는 이런 과정이다. 텔레비젼으로 생중계된 과정을 올해 처음 지켜봤는데, 하품 나오도록 지루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런 긴 과정은 미국이 50개의 작은 나라(state)가 모여 하나의 큰 국가를 이룬 연방이기 때문이다. 영어로 state를 주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나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50개 주는 하나의 독립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연방정부의 대통령을 뽑는 과정을 정한 선거법도 주마다 다르고, 선거 과정을 감독하고, 개표하고, 최종적으로 선거 결과를 승인하는 것, 모두 해당 주정부의 소관이다.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는 작년 대통령 선거 이후 두 달 넘게 부정 선거로 인해 아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펜실베니아, 그리고 위스컨신에서 졌다고 억지를 부려왔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용지가 유입되었으며, 사망한 사람을 선거 등록시킨 후 버젓이 투표를 했고, 심지어 투표용지를 개수하는 기계가 트럼프 표를 바이든 표로 분류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다섯 개 주 법정에 부정 선거를 이유를 60개가 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재판으로 갈 가치도 없다고 판사는 모두 기각해 버렸다. 법정에서 어떻게 해 볼 가능성이 없자, 방향을 바꿔 트럼프는 주 의회가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위 다섯 개 주 모두 공화당이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서 그들이 트럼프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조지아 주 행정부 관리에게 전화를 해 자기가 이기기 위해 필요한 투표수만큼 찾아내라고 떼를 썼다가, 그 녹음 테잎이 공개돼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선거의 승패는 간단하다. 표를 많이 얻은 자가 승자이고, 적게 받은 자가 패자가 된다. 이미 끝난 선거의 승패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트럼프는 이 간단한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큰 차이로 패배한 선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나기 싫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술수를 부려왔지만,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1월 6일 상하원이 모여 50개 주의 인증서를 열어 최종적으로 다음 대통령을 선언하는 그날을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 것이다.


트럼프는 상원의장이자, 부통령인 펜스에게 바이든 대신 자신을 대통령 선거의 승자로 선언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일 국회 의사당 앞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독려해 국회로 행진해 나아가 의원들에게 힘을 보여주라고 부추겼다. 결국 이들이 폭도로 변해 창문을 부수고,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기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1월 6일 소집된 국회는 다음 대통령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미 선출된 다음 대통령을 인준하는 자리였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트럼프는 소위 부정 선거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은 국회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지층을 꼬드겼다. 부통령인 펜스가 임의적으로 다음 대통령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폭도가 국회에 진입해 본떼를 보여준다고 겁을 먹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 의사당 난입은 자기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모르는 무지의 결과였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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