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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23. 2021

아줌마가 원어민 수준 영어하기까지 Six

미국 추수 감사절(Thanksgiving) 쇼핑과 관련된 신조어

(다 아는 얘기지만) 언어는 생명체


한국말을 모국어로 배워 이 날 이때까지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 경부터 봐도 뜻을 모르는 한국말을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었다. 기레기, 덕후, 엄친아, 된장녀 등등 도무지 의미를 가늠하기 힘든 말들이었다. 코즈메틱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요즘 한류에 힘입어 위상이 높아진 한국 화장품에 대한 리뷰를 찾아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리뷰를 읽다가 닥토, 파데, 이런 단어들이 등장해 나를 곤혹케 한다. 파데는 눈치로 파운데이션인걸 알겠는데, 도대체 닥토는 또 뭐란 말인가? (구글 검색해보고, '닦아내는 토너'의 줄임말인걸 알게 됐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조선 시대 국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랑 뿌리는 같을지언정, 형태가 많이 틀리다. 1970년대 한국영화를 보면 요즘 쓰면 '촌스러운' 단어나 표현들이 들린다. 이렇듯 언어는 끊임없이 생성하고, 발전하고, 또 쇠퇴해간다. 또한 불과 십여 년 사이 나도 모르는 단어들이 한국 미디어에 등장하는 걸 보면 이젠 변화 속도가 가속화된 듯하다. 영어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십 년 전만 해도 자주 사용되던 단어나 표현이 근래에 와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단어 사전에는 해마다 새로운 영어 단어가 추가되고 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바로 코 앞인 관계로 이와 관련된 비교적 새로운 용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의 기원과 블랙 후라이데이(Black Friday)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다. 1863년 남북 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에 의해 연방 공휴일로 지정된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추석과 매우 유사하다.  종교의 박해를 피해 영국을 떠나 미국 동부 버지니아 지역에 정착한 청교도(Puritans)와 필그림(Pilgrims)들에 의해 1620년대에 시작된 전통이라고 한다. 미국의 공휴일은  대부분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고 몇 월 몇 째 주 월요일 아니면 금요일로 주말과 이어져 사흘을 쉬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런 주말을 long weekend라고 한다. 추수감사절의 경우 목요일이어서, 캘리포니아주는 그다음 날인 금요일(Day after Thanksgiving)도 공휴일로 지정해 나흘을 쉬는 사업체들도 많다.


이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 금요일을 블랙 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하는데, 온 미국인들이 일 년 중 기다려 마지않는 쇼핑하는 날이다. (블랙 후라이데이는 1961년 경에 처음 사용됨) 추수 감사절인 목요일에는 모든 사업체가 문을 닫는다. 시민들은 추수 감사절 저녁 식사를 가족, 친지 및 친구와 함께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블랙 후라이데이 쇼핑에 나서는 건,  자정 무렵이다.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을 시작하는 게, 금요일 자정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은 디스카운트를 많이 해줘서 고가의 전자 제품(예를 들어, 텔레비젼이나 냉장고, 휴대폰 등) 같은 걸 살 때 아주 좋다. 대신 물량이 한정돼 있고, 레인 첵(rain check. 세일하는 물건이 동나서 고객이 사지 못하게 될 경우, 다음 물량이 입고되면 고객에게 디스카운트 가격을 적용해 주겠다는 약속)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다.


Doorbuster


2011년 처음으로 그 유명한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이 어떤 건지 궁금해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후, 자정 무렵 월마트에 들려보았다.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아 매장 문을 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바깥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족히 100m는 되어 보였다. 도저히 그 줄을 서서 기다린 후 물건을 사고 싶은 생각이 안 났다. (당시만 해도 전자제품을 파는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 같은 매장의 넓은 주차장에 하루 전날부터 캠핑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14년부터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이 추수감사절 당일 목요일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대형 소매업체(월마트, 타겟 등)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은 가족이랑 추수감사절 저녁도 같이 못 먹게 돼버렸다.


블랙 후라이데이 매장 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고객들이 물밀듯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걸 텔레비젼 뉴스나 영화에서 보신 분들 계실 거다. 할인율이 높은 반면 판매하는 물건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레인 체크가 없는 관계로 물량이 소진되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다. 한시바삐 물건 확보를 해야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경쟁이라도 하듯이 마음속에 찜한 물건을 찾기 위해 돌진하는 것이다. (2018년 블랙 후라이데이 doorbuster를 다룬 abc 뉴스 동영상을 시청하려면 여기를 클릭)


doorbuster이란 표현은  열리기만 기다리던 고객들이 door() 박차다시피 하고(bust) 들어온단 이다. 이는 블랙 후라이데이 특별 할인을 일컫는 용어로 1949 J.C. Penney 광고에 처음 사용되었다.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대형 리테일러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 프리뷰 광고 전단을 보면 ‘Doorbusters at 6pm’ 이렇게 나온다.  말은 블랙 후라이데이 특별 할인 행사는 저녁 6시부터 시작한단 이야기다.


Cyber Monday


전통적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은 이제 온라인 상거래(e-commerce)의 발달로 Cyber Monday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월마트와 같은 대형 리테일러도 매장 내 블랙 후라이데이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돌려버렸다.  Doorbuster 시 밀려드는 손님이 2 미터 이상 간격을 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5년에 처음 도입된 Cyber Monday는 추수감사절 주말 지나고 나서 맞는 첫 번째 월요일에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블랙 후라이데이 수준의 디스카운트를 제공하는 날이다. 세일의 폭이 크면 클수록 소비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Cyber Monday에 온라인 상거래업체의 서버가 다운되는 일 역시 빈번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소매업체들 역시 전자 상거래를 하고 있어서 근래엔 블랙 후라이데이와 Cyber Monday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Cyber Monday는 블랙 후라이데이처럼 매장에 가서 긴 줄이랑 사람에 치여 피곤하게 쇼핑할 필요 없이 집에 편안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이용해 브라우징 한 후, 사고 싶은 물건을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다. 또한 블랙 후라이데이 세일은 내가 방문한 매장에 반드시 재고가 있어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지만, Cyber Monday는 주문을 받으면 물류센터에서 직접 물건이 출고되기 때문에 지역 매장과는 달리 재고량이 풍부하다. 따라서 편리성과 구매 성공률 덕분에 몇 년 전부터 Cyber Monday 매출액이 블랙 후라이데이 매출액을 넘어서게 되었다.


Turkey Pardon


한국의 추석에 송편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빠질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칠면조(turkey) 구이다. 칠면조는 닭과 같은 가금류이지만, 덩치는 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크다. 보통 추수감사절 저녁 식탁에 오르는 칠면조의 무게가 40 파운드(18kg 정도) 내외이니, 닭보다는 개에 더 가까운 사이즈이다. 오븐에서 최소한 네 시간 이상 구운 칠면조가 각 가정의 추수 감사절 식탁에 오른다고 산정하여 볼 때, 추수 감사절 단 하루에 소비되는 칠면조의 양이 사천 육백만 마리이다. 그러니 매년 추수 감사절의 도래는 칠면조 입장에서는 대규모 도살의 전주곡인 셈이다.


2년 전 우리 아들이 만든 10파운드 안쪽 칠면조 구이.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 즉 아버지 부시(아들 부시도 대통령을 엮임 했기 때문에 미국인은 구분해서 그렇게 부른다)  때부터 미국 대통령은 추수 감사절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 두 마리의 칠면조를 추수감사절 도살에서 제외시켜주고, 농장에서 천수를 누리도록 해주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일명 'Turkey Pardon (칠면조 사면)'으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는 미국 칠면조 연합으로부터 인계받은 두 마리의 칠면조를 대통령이 직접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제외(pardon)시켜 준다는 선언을 한다. 사실 사면이란 용어는 정치적 사면을 연상시키는데, 이런 무거운 용어를 칠면조에 갖다 붙여 사용하는 건 미국인의 장난기 어린 유머 감각 때문이다.


보통 백악관 야외 로즈 가든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조 바이든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으로 피넛버터와 젤리라고 이름 붙여진 이 두 마리 칠면조를 추수감사절 식사에서 제외시킨다고 선포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칠면조 사면 동영상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두 마리 중 피넛버터가 올해 국민 칠면조(The National Thanksgiving Turkey)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피넛버터와 젤리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 Turkey Pardon은 농담(joke)을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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