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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Aug 22. 2023

중년에 취미로 달리기 시작

수동 트레밀(treadmill)의 발견

난 뛰는 거라면 질색이었다.

체력장을 거친 세대로서 1500m 오래 달리기 생각만 해도 숨이 차 오르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만점으로 인정되는 시간 내에 들어오지도 못했던 거 같다. 그런 내가 요즘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뛰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어서 나도 믿기질 않을 지경이다.

시작은 학교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아들이 gym(헬스클럽)에 다니고 싶다고 해서 가족 멤버쉽을 오월 말에 끊었다. 수영장에, 스팀 사우나까지 있는 시설이라 굳이 운동하지 않더라고 수영하고 사우나만 해도 괜찮다는 계산에서였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직원들 건강 유지 명목으로 일 년에 450불가량 지원이 되는데, 팬데믹 기간 이년 넘게 한 번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들 운동하러 다니라고 가입한 gym이긴 하지만, 많은 운동기구에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프런트 데스크에 물어보니 트레이너랑 약속시간 잡아 운동 기구 사용법이랑 내게 맞는 운동법을 가르쳐 준다는 거다. 그래서 유월 어느 금요일 오후 트레이너인 아만다와 만나게 됐다. 난 지금 내 나이에 근육량을 늘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체력(strength)을 기르고, 탄력(muscle tone)을 유지하고 싶기에 그녀는 거기에 맞는 운동 플랜을 짜줬다. ​


짐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주로 무게를 지탱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나처럼 중년을 넘긴 사람은 절대로 무리해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은 가볍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하고, 마무리 운동인 cardio(유산소운동)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으로 걷기, 달리기, 싸이클링, 수영 등이 있다. ​


난 몸풀기를 한 후, 트레드밀에서 천천히 걸어보다가 차츰 속도를 높여 빠른 걸음으로 걷다 가속이 붙게 되면 달리기 시작한다. 전동 트레드밀은 스스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냥 땅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고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다만 바닥이 딱딱해서 자칫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고, 달리기가 끝난 후에도 바닥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땅에서 걷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반면 수동 트레드밀인 커브(Curve)는 무릎 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구조적 설계가 돼있고, 내 힘으로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뛰고 난 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처음엔 전동 트레밀에서 달리는 것보다 힘이 더 들지 않을까 예측을 해봤는데, 일단 가속이 붙으면 전동 트레밀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

지난 월요일 캘리포니아를 출발해서 우리 아들 학교를 향해 네바다, 유타, 아리조나, 다시 유타, 콜로라도, 네브라스카, 캔사스, 미주리를 거쳐 금요일 새벽 일리노이에 도착했다. 금, 토 아들 아파트 정리하는 거 도와주고, 장도 같이 보고, 일요일밤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왔다. 그 기간 중에도 뛰고 싶은 욕구가 간간이 치밀었던 걸 보면 난 이제 뛰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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