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SSRI와 인데놀

by 이곤






불안장애에 의한 우울증.


그말을 듣고 내 반응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눈가에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었고, 그저 훌쩍이며 현실을 받아드렸다.

약을 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SSRI와 indenol을 처방주겠다고 했다. 전공책에서, 일할때 환자 약처방 목록에서 봤던 항우울제를 내가 먹는다.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을 받아드렸다.

다행히 인지능력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을때, 다행히 이성이 남아있을때 정신과에 온 내가 장했다. 그리고 안쓰러웠다.

상처받고,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할퀴고. 나는 작은 인생의 태풍에 굳건히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근 2달동안 무력감과 권태로움에 시달렸다.

간호사를 해서, 병원이라는 직장이 힘들어서 불안장애가 생기고 압박감에 우울증이 왔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나는 원래부터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고, 타인의 감정을 내 감정보다 우선시했던 사람이다. 어딜가던 언젠가는 이렇게 곪지 않았을까 싶었다.

버스를 타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곤아 의사말대로 정말 니 잘못을 하나도 없어'


답장을 보고 버스에서 엉엉 울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참을 수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넌 잘못이 없다'는 말이 그렇게까지 슬픈 말일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나라고 어렸을때 엄마와 아빠의 모진말을 듣고 자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나의 부모인건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그들의 말 하나하나가 내 잘못이라 생각했다. 나라고 어렸을때 왕따 당하고 싶지 않았고, 나라고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지 않았고, 나라고 일을 못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인게 내 잘못은 아닌데.

횡단보도를 건너며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곤아. 열심히만 해선 안돼. 열심히 잘 해야지. 넌 열심히만 해서 문제야. 선생님들이 너가 제일 문제라고 하는 거 알아?'


이 병원에서까지 이렇게 말을 듣고 그냥 내가 문제인건 아닐까 싶었다.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곤님한테 문제는 없어요.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이상한거지. 이곤님, 이곤님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어요'



엄청 울었다.

집에 와서 멍하니 천장을 봤다. 감정을 직면하고보니 그 권태로움과 무료함은 우울이었다.

일어나 이면지를 들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직장에서의 다짐이었다.

나는 타인의 감정이 나보다 우선인 사람이었고, 타인의 시선이 나의 시선인 사람이었다. 정작 직면하고 본 직장에서의 난 그런 사람이었다.

다음주 월요일, 일주일간 약을 먹고 다시 상담을 가기로 했다.

숨을 내쉬고 기운을 내기 위해 치킨을 시키고 수건을 들어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나면 지금보단 개운하겠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