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상사.
정확히는 날 싫어하는 선임. 숨이 막히고, 그들이 어떻게든 날 좋게봐주길 바라며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저를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그 마음이 압박감이 되었고 일상까지 옥죄여왔다.
그들의 미움은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는 인간실격이나 다름 없었다. 나에게는 말이다.
내 이야기를 듣던 정신과 의사가 말한다.
'이곤님은 힘든 일을 해서 힘든 거에요'
근래 나에게 많은 일이있었다. 힘든일의 연속이었다. 나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내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생겼고, 그래서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청력으로 인한 트러블이 많아 결국 찾은 이비인후과에서 난청을 진단받았다. 왼쪽귀는 경도 난청, 오른쪽귀는 중도 난청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정도는 아니나 일에 지장이 있었다. 26살에 보청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청기는 내 한달치 월급이었다.
또한 내 직장생활은 '역대급 환타'라는 호칭이 생길 정도로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CPR, 인공호흡기, 24시간 연속 투석기. 매일매일이 중환자와의 사투였다. 원래도 환자를 타긴 했지만, 점점 계속해 별별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올드 간호사들도 의아한 일이 생기고, 의사는 한숨을 쉬며 내 환자를 봤다.
언젠가 새벽, 투석기계에 계속 혈전이 생겨 두번 멈췄던 때였다. 환자앞에서 땀을 흘리며 전산 정리를 하는데, 뒤에서 나를 보던 3년차가 말한다.
'저는 그냥 쟤한테 저런 상황이 계속 생기는게 싫어요'
짜증난 어투, 분명히 들어나는 나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 나라고 환자가 안좋아지는 상황이 생기고 싶어서 생기는 게 아닌데. 기계에 혈전이 생긴게 내 탓인것마냥 뭐라하던 선임은 그저 내가 마음에 안들뿐이었다. 다음에 출근했을때 알게된건 그 환자가 미세혈전이 생기는 희귀병이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은 희귀병이 있는 걸 투석 돌리다 계속 막혀 검사하여 알게된것 이다. 서러웠다. 이 사람이 희귀병이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1년도 되지 않은 신규가 버겁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밖에선 보호자들이 내 설명을 듣기 위해 대기하고, 주치의와 협진의들이 계속해 전화하고, 전화를 받으면 구두오더를 와다다 내리고, 그 사이 환자의 바이탈은 계속해 흔들렸다. 그와중에 선임들에게 질문하면 선임들은 이유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만두고 싶다.
ㅈ같아.
뛰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루는 보호자들이 결정하지 못한채 기관 삽관과 투석을 미루던 할아버지를 보며 미치는 줄 알았다. 할거면 빨리해야 살 가능성이 높은데, 인공호흡기를 달고 의식있는 모습이 이게 마지막일거라 생각하니 보호자들은 결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미루다미루다 4~5시간이 지나서야 오후 7시에 투석을 시작했고, 오후 9시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퇴근시간 30분전에서야 처치가 끝난것이다.
당시에 계속 뛰어다니는 나를 보며 선임은 짜증을 냈다. 왜 그렇게 뛰어다니냐며. 그럼 ㅅㅂ 너라면 이 상황에 안뛰어다니겠냐. 입 앞까지 이 말이 올라왔다가 참았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일이 힘들어도 선임들이 이렇게 소리지르거나 이상한 걸로 화만 안내면 좀 버틸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심적 압박감도 좀 덜어지면 나도 실수를 덜 하지 않았을까.
의미없다.
받아들일 뿐이었다.
이 직장에서 이미 나는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고, 그들이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감정은 쉽게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난 이 병원을 30년 다닐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모든 곳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그냥 운이 안좋게 여기선 안좋은 대우를 받게 된거지. 이곳에선 그런 사람이된거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 곳의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사람이 되겠지.
미운 감정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였다.
어쨌든 오늘도 평소처럼, 오늘을 지내야 했으니까.
보청기는 소리재활 개념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금 안차면 계속 안좋아질 걸 감안하라고 하더라구요. 쓰다보면 퇴화된 신경이 다시 활성화되서 청력이 더 나아지거나 더 악화되진 않을 거라고. 뭐가되었던 나쁘게 생각해서 뭐하겠어요.
결국 안고 살아가야될거 빨리 적응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노력해야죠.
이럴수록 이 꽉 깨물고 평소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