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kg 똥덩어리

by 이곤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


뭐가 맞을까?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온 힘을 다 해 흔들렸다. 원래 힘든 것이라 해도, 어떻게 이겨내고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떠나보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힘든 와중에도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오히려 이 순간 누군가를 탓하고, 비꼬고 도망친다면 그게 내 삶의 태도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 나를 힐난하고 깎아내릴수록 결국 남는 건, 몸집까지 작아져버린 나밖에 남지 않는 것.


본가에 3일간 내려가 있을 때, 이전에 읽었던 책을 뒤적였다. 혹여 힘을 줄 말이 있을 까 싶었기 때문에.







삶에는 또 다른 진리가 숨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웃음거리나 골칫거리가 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큼 중요한 존재가 될수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럴 수가 없다. 왜냐면 우리에게 고난이 부족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럴 일은 없다. 옛말에 "네가 어디로 가든, 고곳에 네가 있다"라고 했다. 고난과 실패도 그렇다. 당신이 어디로 가든, 그곳이 200킬로그램짜리 '똥덩어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똥 덩어리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당신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 덩어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_ 신경끄기의 기술 33p








혼자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언제 한번 트레이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곤님은 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거 같아요. 사람들 말에도, 책에도'


여태까지의 나를 되돌아봤다.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말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봤던. 언젠가 책을 찾았던 이유도 조언이 필요해서였다.


그 말이 곧, 나는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거라는 말이라 생각해 잠깐 자책을 했다. 내가 휘둘리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지도, 멈춰서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다 문득 깨닳은 사실은, 내가 사이코패스도 소시오패스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뿐이었다. 배려없이 툭툭 뱉는 말들과 때로는 상처받으라 뱉는 말에 상처받을 뿐이었다. 내가 이상한게 아니었다.


단지 그 휘둘림이 곧 내 일상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말에 쉽게 구원받기도 하며, 응원과 걱정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없이 울다가 툭툭 털어내고 앞을 볼 수 있었다. 구덩이를 파던 그 순간에도 스스로에 대한 작은 신뢰가 있었다. 언젠가 이 말도 안되게 힘든 나날을 내가 이겨낼 것이라고. 여태 그래왔고,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좀 더 신중을 가할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 사람을 사귀는 것과, 대화를 하는 것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관계를 아주 가볍게 여기고, 자기 기분따라 쉽게 말을 했다. 어느순간 사람들 사이에 말을 아끼는 나를 발견했다. 사회에는 말을 해야할 순간과 아닌 순간이있고, 과한 사담은 사절이었다. 이게 경험으로 사람이 바뀌는 거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무시한다는 건 아니었다.


얼마전 쇼츠를 보는데 일론머스크가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했다.


냉소적인 사람을 믿지 마세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하잖아'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누군가 냉소적이라면 그건 위험 신호입니다. 진짜 냉소적이라면요. 누군가 냉소적이라면 모든 사람에게서 나쁜 행동을 본다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나쁜 행동도 쉽게 합리화한다는 뜻입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을 하면서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죠.


중환자실에서 '저 인간은 왜 저렇게 예민해?', '말을 이따구로 시니컬하게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선임 몇명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노력해서 다정하자. 다정하지 않은 세상에서 다정함을 찾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되고 싶었다.



고난과 실패도 그렇다. 당신이 어디로 가든, 그곳이 200킬로그램짜리 '똥덩어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괴롭힘 당하던 중환자실은 나에게 200kg의 똥덩어리 수준이 아니라 거대한 물설사였다. 물설사를 헤엄쳐 나와 몸을 씻는 중이었다.


병동을 거쳐 어딘가로 - 기어이 냄새와 텁텁함을 참을 수 있는 똥덩어리를 위해.


당신도, 나도 실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나에게 맞는 삶을 찾아 헤메는 중일 뿐이었다. 언제 발견하냐의 차이일뿐, 자신에 세뇌를 하냐 안하냐의 차이일뿐이었다.


그 과정이 길수록 고되고 힘들테지만 단지 과정일뿐이다.


나에게 맞고, 즐거운 삶을 위한건 그만큼 가치있으니.


받아 들일 똥덩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에게 다정하기로 약속.























이 브런치에 내 온갖 좌절, 극복, 부족함을 남기는 듯해서 잠시 주저했다. 그러다 나에게 글이란 이런 것이었지. 내 부족함이 이 된다는 건 싫지 않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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