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비즈니스 악세서리는 '커프링크'이다.
'커프링크'였었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갈수록, 클래식한 수트 정장이 사라지는 추세라서 커프링크를 볼 기회가 줄어들다 못해 요즘은 본 적이 없으니까... 요즘은 역시 사라진 종이로 된 남성패션 잡지에서 다루던 남자의 악세서리로, 시계, 벨트, 안경, 구두를 말하기도 했는데, '커프링크'에 비하면 필수품 느낌이고, 악세서리라고 하면 역시 커프링크였다.
외국계 회사만 세 군데 다니다 보니, 종종 본사(스위스, 미국, 영국)에서 오는 높은 분들을 만나 식사를 하거나 한국지점 타운홀 미팅에서 그런 중년의 멋쟁이 비즈니스맨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다. 모두 절제된 스타일과 컬러의 멋있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셔츠와 타이의 코디까지 항상 완벽한 남자의 멋을 보여준 분들이었다. 그중에서 셔츠 소매 부위, 절반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는 단추가 달린 셔츠를 입었고, 다른 절반은 커프링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회 초년생 시절에 처음 접한 커프링크가 멋있었는지, 명동에 백화점으로 달려가 커프링크를 구경하는 날도 있었다. 출장을 가서 틈이 나면 홍콩 하버시티에 있는 남성 악세서리 매장, 싱가포르 공항에 있는 매장에서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이제 꽤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반짝이는 것은 거의 없다. 쥬얼리가 박힌 유명 브랜드의 커프링크는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정장에 반짝이는 것들을 별로 예뻐하지 않았다. 사실, 정장에 반짝이는 커프링크는 연예인이나 CEO급이 아니라면 비추다. 그런데 판매되는 대부분의 커프링크들은 반짝이는 소재의 뭔가가 커프링크에 박혀있다.
대안은 있다. 반짝이는 커프링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소재의 커프링크가 판매되고 있다. 빈티지 느낌이 들어가거나, 우드, 패브릭 소재로 된 커프링크들이다.
고가품 가방('명품 가방' 대신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드는 날, 옷차림과 화장까지 특별하게 신경 쓰는 여성들처럼 남자도 커프링크를 완벽하게 코디하려면, 귀찮아도 전용 셔츠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커프링크로 멋을 내는 날은 셔츠 소매에 달린 단추는 쓸모없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래서 소매 부위에 단추가 없고, 소매 부분이 두 겹으로 접히는 별도의 커프링크용 셔츠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그 커프링크용 셔츠도 당연히 색깔별로 맞추어서 옷장 속에 여러 벌 넣어 두어야, 넥타이, 커프링크, 블레이저 컬러에 맞게 코디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만족감을 얻거나, 성취감을 느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은 귀찮은 날도 있다. 남자도 꾸미고 싶은 날은 귀찮아도 셔츠 소매에 커프링크를 채워 넣고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