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말고 '좋은 공기'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by 김홍재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라는 뜻이다. 미세먼지의 고통 속에서 사는 서울 사람이 여행을 다니며 도시의 이름을 부러워한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팜파스'라고 부르는 넓은 초원을 가지고 있어 맛있는 쇠고기와 '말벡' 품종의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좋은 공기와 깨끗한 자연에서 생산되는 맛있는 먹거리와 와인을 매일 먹을 수 있으니 여행자는 하루에 최소한 세 번은 행복해 할 수 있는 도시이다.


공항을 빠져나오며 'Buenos Aires' 글씨를 보면서 '좋은 공기'라는 의미를 새겨 보았다. 요즘 말로 '뼈 때리게' 아픈 우리의 현실과 너무 반대되는 이름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호흡하면 계속 한숨이 나와 안경에 하얀 김이 서리니 눈 앞도 잘 안 보인다. 해결책이 없으니 절망스러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이웃의 큰 나라는 열심히 공장을 가동하면서 오염된 공기를 많이 배출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도 제일 많다. 공산품의 수출량도 세계 1등이다. 세계의 공장이 되어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열심히 만들어 준다. 집과 사무실을 둘러보면 이웃 큰 나라의 공장 없이는 일상에 큰 결핍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1등이 되겠다는 의지로 '굴기'시리즈를 외치는 열정도 대단한 나라다.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농업 굴기', IT제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지만 심장이 되는 반도체를 한국에 의존하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축구는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데, 큰 나라의 실력은 투자와 인구 대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망신스러워 '축구 굴기'도 외치고 있다.


뭐든 열심히 해서 1등이 되겠다는 열정은 높이 살만하지만, 자기들도 고통받으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환경오염과 공기질 문제에도 '굴기'를 선언하고 열심히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은 선진국이 되지 못해 경제발전을 더 이루어야 하는 현실과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미루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다. '뿌린 데로 돌아온다'는 말처럼 '베풂'을 실천하면 나중에 더 크게 되돌려 받을 수 있을 텐데, 통 큰 '베풂 굴기'를 기대해 본다. 그들의 미래 세대와 이웃나라를 위해서.


이웃 큰 나라만 탓할 일도 아니다. 우리의 처신도 남을 욕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되는 것 같다. 미세먼지가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여의도에서는 '미세먼지 테마주'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조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경제방송, 신문사 모두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기업을 띄우는데 대단한 열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마스크 제조기업의 주가는 급등하였다. 주식 투자의 기회가 오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익실현을 기대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사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기업에 보여주는 뜨거운 관심과 투자는 발 시리다고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투자를 했으니 수익실현을 하려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회사들의 매출이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크게 증가해야 한다. 매출의 증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심각한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해서 더 고통을 겪고 싶다는 의미가 된다. 주식투자 때문에 미세먼지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랄 일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과 투자로 만들어야 할 제품은 더 강력한 공기청정기와 스펙 높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닐 것이다.


아직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하는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태양의 빛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폴리실리콘 제조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과 충청북도 진천에는 태양광 전기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있다. 군산과 진천의 두 대기업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 회사들과 어려운 경쟁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폴리실리콘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지만, 태양광 발전용 폴리실리콘 기술의 대부분은 우리가 제일 잘하는 반도체 공장의 기술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도 점차 폐지될 것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응원할 것이다. 미세먼지 없는 좋은 공기를 바란다면 꼭 다시 부흥시켜야 하는 분야인데, 지금의 매출액 감소를 이유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기업에 비해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데 전기자동차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과 정유 산업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이를 모두 대체할 핵심 장치인 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 제품이 가진 잠재 시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고전 중인 태양광 폴리실리콘 기업들과는 다르게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배터리 시장은 우리나라 "빅 3" 대기업이 전 세계를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다.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와 우리의 연구 인재들이 이루어 낸 훌륭한 성과이다. 이미 너무 잘하고 있는 분야이지만 미세먼지 없는 좋은 공기를 위해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당장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구입하겠지만,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생산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배터리 기업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공기청정기 필터를 갈고 마스크를 쓰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좋은 공기"를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좋은 공기"는 서울 사람에게도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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