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에 찾아온 역병이 썩 물러가면 하고 싶은 일들을 쓰는 공개 게시판을 읽고 있습니다. 답답한 지금의 상황이 끝나기를 고대하는 다양한 바람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싶다. 목욕탕에 가고 싶다. 서점에 책 구경을 가고 싶다. 등등.
•고기 러버들은 부페에 가고 싶다. •풀메하고 마스크 벗고 다니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미루어진 쌍수하고 싶다. •벚꽃 축제 가고 싶다. •요가하고 운동하고 싶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커피 모임 하고 싶다(엄마 생각) vs. 키즈카페에 가서 놀고 싶다(아이 생각)
그리고 마음이 짠해지게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서울에 입원하신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대구에 사는 딸의 사연 •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친을 만나러 면회 가고 싶다는 사연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한으로 여행 가고 싶다. •뉴월드 교회를 땡땡하고 싶다. •길거리 헌팅을 하고 싶다.
그리고, 폭망한 주식도 얼른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보이고요.
2020년 벌써 3월입니다. 봄이면 종종 찾아가는 강원도 양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면 달려갈 수 있지만 양구는 휴전선이 있는 산속 시골입니다. 국도에 다니는 차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 도착하는 곳이 한반도의 정중앙 '강원도 양구군'입니다. 양구의 봄 풍경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입니다. 산이 많은 곳이라 터널도 많은데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파란 하늘과 핑크빛 벚꽃, 가슴 설레게 하는 연두빛 청보리 밭, 하얗고 날씬한 원대리 자일리톨 나무(자작나무)의 풍경으로 안구 정화할 수 있습니다. 길고 짧은 터널이 열 개쯤 되는 드라이브 길이라, 안구정화도 열 번쯤 기대하고 다녀오는 곳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양구에는 '박수근 미술관'이 있습니다. 박수근의 '빨래터'라는 작품은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 역사에서 가장 높은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되어 유명해졌습니다.(이후에 '김환기' 화가의 작품들이 이 금액을 넘어섭니다) 서울옥션의 전시에서 처음 '빨래터' 그림을 본 날의 감흥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수근의 고향, 강원도 양구를 찾았고 '박수근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봄이면 종종 다녀왔던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었기 때문에 근현대의 유명한 작가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외국에서 미술 공부를 했습니다. 동경 무슨무슨 학교, 무슨무슨 제국대학 등등... 그런데 강원도 시골에서 보통학교(=지금 초등학교)만 졸업한 초졸 학력 덕분에(?) 박수근의 작품에는 전혀 왜색(일본색)에 오염되지 않은 한국적인 색감과 화풍이 담겨있습니다. 첫눈에 '한국적인 느낌의 그림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 말밖에는...
초등학생 박수근은 양구의 보통학교 미술시간에 프랑스 화가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밀레는 프랑스 바르비종(파리 근교) 들판에서 해 질 녘까지 힘들게 일하는 소작농들을 그린 '만종'이라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습니다. 강원도 시골 초졸 소년이던 박수근도 고향마을 양구에서 빨래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화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고향인 강원도 양구에는 그를 기리는 멋있는 미술관이 있고, 미술관의 아름다운 뒷동산에는 화가 박수근이 영원히 평안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는 항상 봄에만 다녀왔습니다. 사진처럼 파란 하늘과 핑크빛 벚꽃 그리고 초록 초록한 청보리밭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