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아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
《세계 끝의 버섯》을 읽기 전에 보면 좋을 영상을 올려주셨어요 ..!
(2025.2.18일 영상을 참고하여 글을 씁니다.)
《세계 끝의 버섯》은 송이버섯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자본주의의 주변부를 탐구하는 문화 인류학적 연구이다. 저자인 에나 로엔하우트 칭은 인간 중심적 시각을 벗어나 자연과 인간, 경제가 얽혀 있는 방식을 분석하며, 기존의 경제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독창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송이버섯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경제 시스템,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존재라는 사고방식을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 라고 한다.
반대로,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인간과 자연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 탈인간중심주의(post-anthropocentrism) 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을 단순한 자원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 Actor-Network Theory)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연구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동등한 행위자(actor) 로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전통적으로 사회학에서는 사회적 행위의 주체를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ANT는 비인간 존재(동물, 식물, 사물, 기술 등)도 사회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요거 정말 재밌는 이론입니다!)
(1) 기존의 사회이론 vs.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기존의 사회이론은 인간이 행위의 중심(주체) 이 되고, 자연, 사물, 기술 등은 그저 수동적인 객체(대상) 로 여겨졌다. 하지만 ANT는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도 사회적 관계망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보자.
- 인간이 만든 기술(스마트폰, 인공지능 등) 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변화시키는 행위자로 작용한다.
- 동물(반려동물, 실험동물 등) 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생활방식과 윤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 자연환경(기후, 나무, 곰팡이, 균류 등) 도 인간의 경제와 생활을 형성하는 중요한 행위자로 작용한다.
이처럼 ANT는 인간과 비인간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우리가 기존에 ‘배경’으로만 여겼던 요소들을 능동적인 행위자 로 다시 조명한다.
(2)《세계 끝의 버섯》에서 ANT는 어떻게 적용될까?
《세계 끝의 버섯》에서 송이버섯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방식, 글로벌 시장의 구조, 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한 행위자 로 작용한다.
가. 송이버섯은 생태적 요소이면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소로 작동하는 존재이다.
송이버섯은 특정한 환경에서만 자라며, 기후 변화, 숲의 상태, 토양의 균형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송이버섯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경제적 상품 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거래되며, 특정한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노동자들(몽족, 일본계 미국인, 백인 등)은 각각 다른 역사적 배경과 노동 형태를 지니며, 이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 과 연결된다.
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ANT적 시각
기존 자본주의에서는 상품이 되는 과정만이 중요 했지만, 이 책은 송이버섯이 채집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송이버섯이 자라는 환경, 채집 방식, 문화적 의미, 유통 과정까지 모든 요소가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 하고 있다. 송이버섯은 ‘자본주의 번역 과정’ 을 통해 단순한 숲속의 균류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변화 한다. 즉, 송이버섯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생태적 관계망 속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작동하는 존재 라는 점이 강조된다.
(3) ANT의 개념을 확장하여 생각해볼 질문들
-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 존재인가?
-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를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 송이버섯과 같은 자연물도 경제적·정치적 행위자로 볼 수 있는가?
-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인간 존재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4) ANT를 이해하면 《세계 끝의 버섯》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
- 송이버섯을 단순한 ‘버섯’이 아니라, 행위자로 바라보는 시각 을 가지게 된다.
-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생태적 관계까지 포함하여 더 넓은 시야에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브뤼노 라투르의 이 책을 읽어보세요 :))
나무들은 균근 네트워크(mycorrhizal network, 일명 우드 와이드 웹) 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숲 속의 송이버섯도 이러한 네트워크 안에서 역할을 하며, 단순히 ‘자라나는 버섯’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복합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자연의 연결 구조가 자본주의의 구조와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탐구한다.
송이버섯은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지만, 일본, 미국 등의 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으로 거래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자본주의적 생산(공장, 농장)과 다르게 이루어진다.
자본주의가 주변부의 자원을 포섭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책을 읽는 핵심 포인트이다.
구제 축적은 공식적인 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주변부에서 가져온 것들을 상품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채집된 송이버섯이 일본의 고급 시장에 유통되는 과정은, 공식적인 농업 시스템이 아니라 비공식적 경제와 연결된다. 이는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금속을 직접 채취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자연에서 채집된 것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편입될 때, 그것들은 ‘번역’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송이버섯은 단순한 자연물이지만,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 논리에 맞게 가공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몽족, 일본계 미국인, 백인 등)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노동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노동이라도,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다르며, 이는 자본주의가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는지를 보여준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속에서 기존의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지속될 수 있을까? 송이버섯과 같은 사례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간은 자연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존재이다. 송이버섯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재구성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지만,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경제와 생태를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