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 그 이후의 기록.
시작한 동기는 단순했다.
21년 8월, 뭔가에 정신없이 하지 않고서야 돌아갈 수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동경하는 사람을 쫓아가다 어느 순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외딴 곳에 홀로 떠 있었다.
나는 그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드디어 눈을 떠보니 망망대해의 바다에 배 하나 덜렁, 그를 찾아가던 나의 길엔 사라져 가는 몇몇 거품만이 흔적을 말해줌 뿐이었다. 돌아갈 길이 막막하고 어디로 출발해야 할지 여기에 계속 앉아있어도 안전한지 확답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하던 일들도 더 이상 어떠한 재미도 흥미도 없었고 아무 의미도 않는 우주먼지가 된 것 같은 생각에 뭐라도 당장 손에 잡히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가득했다.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한계가 있었고 속절없이 핸드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없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마다 우울감에 매시간 매번 침대 속으로 끌어당겨져 끝이 없는 암흑의 블랙홀로 잠식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남는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원래부터 뭐 하나 특출나게 잘하지도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였기에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에 몰두하여 매진하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세상이 바뀌어 좋아하는 게 돈이 되는, 인정받는 세상이 되는 듯했다. 다들 회사원 외에 자아 하나씩은 갖고 산다는 요즘, 아예 부캐를 만들어주는 심리테스트와 부캐를 중심으로 꾸려가는 예능도 등장했다. 부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업을 병행하면서도 이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책도 붐이 일었다.
좋아하는 것은 많으나 잘한다 할 만큼은 아니라 애매한 재능을 갖고 있던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란 신선한 도전이었다. 본업까진 안 되는 재능이라도 본업 외의 시간에 진행하는 다른 나의 자아라니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거 나라고 못할 것도 없을 거 같은데?
돈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것 또한 생각하지 않은 일이기에 정산을 먼저 해보고자 한다. 초기 준비할 때 이것저것 장비 빨(?)을 세우고자 준비한 약 100 얼마를 제외하고도 적지 않은 돈이 되었다. 연봉 1억의 실수령이 600만원 중반정도라고 하던데, 달마다 편차가 있으나 본업과 부업을 합치면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얼추 그정도와 비슷했다.
매일 일한 것이 아니고 내 개인 일정과 본업 일정이 있는 경우, 사이드 프로젝트를 뒤로 미뤘다. 여행도, 본업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항상 먼저였기에 정말 말 그대로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힌 6개월 동안엔 늘어난 수입만큼 좋은데 많이 다니고 많이 먹었다. 오마카세 어떻게 그렇게 많이 다니냐는 분들 있었는데 그땐 밝히지 못했다. 말 못 해서 미안해, 다 이걸로 갔다 왔어. 강의도 많이 들었다. 물론 수강료는 부수입을 적극 활용했다.
당연히 이 정도로 완성되었다고 하는 것도, 잘했다고 자랑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무언가 꿀팁을 전수할 생각도, 그럴 자격도 없으며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어 많은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를 견딜 깜냥 또한 없다. 그저 사실 최근 번아웃이 와서 지치고 있는 터라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과 연대하여 계속 나아가기를 학수고대하며 쓴 글에 가깝다.
21년 호기롭게 시작하여 22년을 연봉 1억의 삶을 살았으나 본업에 치여 23년부터는 놓았으니 24년엔 재정비하여 시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앞으로는 지금 버는 돈의 두배, 그 이상 벌어보려고 한다. 현재의 파이프라인은 5개 정도였으나 이후로도 강화할 건 더 강화하고 늘릴 수 있는 부분은 체력이 도와주는 한 더 키울 생각이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기록이었으니.
기록의 힘을 믿어보며 지속 중인 나의 이야기 첫 장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