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액자 같은 차창밖에선

by 지희로운

서울에서 운전을 시작한 지 어언 7년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장소를 옮겨 다니며 일해야 하는 특성상(그리고 꽤 자발적으로도 자주 이동하는 편,,) 운전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매일 서울에서 운전하면 피곤하지 않냐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운전이란 무릇 단순노동에 가까워서 생각을 정리하기엔 딱이다. 생각이 많은 현대 사회의 직장인에겐 꼭 필요한 수단 중 하나고, 나도 그저 흔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다.


운전하는 나의 차창밖에는 언제나 액자 같은 풍경이 있다. 모두 액자라고 생각하면 다채로워 피곤할 겨를이 없다. 어느 때는 빌딩숲이었다가 어느 때는 차로 가득한 주차장 같은 도로였다가 어느 때는 아주아주 꿈꾸던 풍경이 있는 쉼터로 바뀐다. 이 액자는 참 유동적이다.


매일 운전을 한다는 것은 이토록 계절의 흐름을 직관한다는 말과 같다. 아침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 또한 사실 옷차림보단 운전의 가능 여부(혹은 난이도의 확인)와 더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12월의 첫 주, 분명 저번달까지만 해도 단풍이 막 들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뒤늦게 시작한 가을을 미처 즐기지도 못한 채 최근 갑작스런 하늘의 변덕으로 소복히 쌓였던 눈들이 미처 녹지 못한 것을 자주 보며 출근한다. 요즈음엔 코트로 해결되지 않는 저녁의 온도가 다가오길래 본가에서 패딩을 몇 벌 꺼내왔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12월, 이맘때면 항상 마음으로 졸업을 한다. 올 한해 배웠던 것들, 올 한해 있었던 좋은 일들, 올 한해 만났던 사람들, 이런 1년을 졸업하는 마음으로 한달을 보내기 시작한다. 좋은 마무리를 하고싶은 것은 매년의 다짐이나, 이상하게 11월 말쯤 부터는 도로에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잎 마냥 축 쳐져 굴러다니기 일수였다. 그래,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왔구나.


업의 특성상 11월이면, 연중 마감을 하고 내년도 forecasting을 내놓으라 쪼아대는 통에 급박하게 쏟아지는 일들을 쳐내다 눈을 딱 뜨면 12월. 마치 불태우고 쏟아부어 황망한 대지를 보듯이 허탈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동안의 20대에선 연말은 도망이었기에 서른엔 다를 줄 알았건만, 참 인생은 일관적이다. 그래, 뭐 나이 바뀌는게 그다지 천지개벽할 일이겠어.


그렇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때론 많은 걸 바꾼다. 즐기지 못하는 것은 미련탓이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 아니, 나아지는 것이 조금이라는 것은 나에게 참 가혹한 부분이다. 그다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가혹하다. 모두 급한 성격 탓이다.


언제나와 같이 가을이 끝나면 잎이 떨어지고 눈이 오고 또 그 눈이 녹으면 봄이온다. 나의 차창밖에서도 똑같은 루틴이 펼쳐진다. 이제 정말 제대로 겨울이 올 차례. 이번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나는 새 겨울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대며 즐거워할수 있을까? 날이 갈 수록 느는건 두려움 뿐인 것 같은데.......


오늘, 유난히 집에 오는 길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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