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에 대하여

언제쯤 기다릴줄 아는 어른이 될까 (윤소정 생각구독 no.47)

by 지희로운

"제일 못하는건 뭐에요?"

"기다리는 거요"


누가 물어보아도 단번에 대답 할 수 있을정도로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식당 웨이팅이라는거, 몇 분 뒤 공개, 며칠 뒤 공개 같은 걸 너무 싫어해서

시간을 산다는 핑계로 비용을 지불하기 일쑤였고


토마토, 상추처럼 어릴때 누가 시키지도 않고 내가 좋아서 기르던 것들 조차

기다리지 못해 열매 맺은 햇수가 두어번이었다.


사람도 인생도 마찬가지, 진득하게 기다려야 열린다는거,

여러번 제대로 시도해야 한다는 거, 두고두고 봐야한다는거.

알면서도 못하는 건 내 인내심의 한계였다


빨리 결과가 나오고 성공이 명확한 단기의 보상에 취하고

내가 재능이 많다고 착각했던 건

어쩌면 어린 나의 못다한 복수였을 수도 있다


어릴때부터 엄한 아빠 밑에서

작은 것 하나 잘한다 소리 듣지 못하고,

칭찬에 인색한 많은 지적들에 질려버린 탓에

난 내가 바로 어딜가도 잘한다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였다.


이런 나 자신을 당장 먹이기에 급급하여

자잘한 성공만으로 이 좁아터진 내 알량한 자존감을 채우느라

정작 큰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인내도 귀인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시간의 세례로 큰다.

사람도 사업도 인생도 시간을 들여야 큰다.

클때까지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아주아주 시간이 많은 어른이 먼저 되어야 했다.


훌훌 털어버리지 않으면 다음으로 갈 수 없어,

2.0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과거의 추악함을 내려놓자.

조급한 마음과 자잘한 성공에 취한 내 자만심을 내려놓자.


이번주 친구와 얘길 하다가 자주 보는 인플루언서 한명을 거르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유사과학을 정말 싫어하는 친구였는데,

리빙 인플루언서가 음양탕(미온수)를 챙겨먹는다는 말에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예전같았으면 동조하여 누가 요즘 그런걸 믿겠냐 했겠지만

이번에는 그저 미온수를 유머러스 하게 표현했겠거니,

주부들의 흔한 표현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그녀가 유사과학을 설파 하리라는 생각으로 경계하기 보다는

나에게 영향을 주는 얘기가 뭔지 생각하는 나를 보고

조금은 성장 했나? 싶었다.


이전엔 나도 누군가의 실수 혹은 편협한 사고 하나만 보여도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일부이고 나는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쁜걸 나쁘다고 하고 옳은걸 옳다고 하는 것, 그게 진리라고.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시간여유가 없고 내가 그릇이 작은 거였다.

효율이라는 이름하에 감히 내가 뭔데 사람을 가리겠나.


당장 누굴 만나기에 급급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단점을 보고도 바로 쳐내기보다

만회 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한번더 기다려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날것의 포장지가 벗겨진 순간에서도

나를 기준으로 단단히 기다려 볼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진짜 친구가 된다고 믿고

또한 단점에 대해 불안함과 기대와는 별도로

그 사람의 날것이 나를 흔들지 못하리라 믿는다.


최근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내면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 쌩얼이나 날것의 표정들을 보여주고 생활을 공유한다.

단점도 유머러스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게 나의 바램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내 멋대로 기대하지 않게, 내가 보고싶은대로 보지 않게.


이런 성장을 얻는데까지 꼬박 10년이 가까이 들었다.

경험치가 쌓여야 알게 된 것들이다.

20대때 몰랐던 걸 30대가 되서야 이해하고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아이들의 성장과 다르게 어른의 성장은 느리다.

영어를 배우는 것도, 기술을 배우는 것도 느리다.

다 클때까지 기다릴 힘이 필요했다.


무의식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그들과 진심으로 놀면서 배워야한다.

그동안 해온걸 바탕으로 삼아 본 것만으로도 배우는게 어른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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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소정의 생각구독을 발판삼아 생각하고 글쓰는 커뮤니티, 생글즈 친구들과 읽고 작성한 생각입니다. 생글즈 다음 모집이 궁금하다면, 폼을 작성해 주세요. 오픈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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