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정리 중인데,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by Simon park

정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물건을 줄이면 삶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버리고, 옷을 나누고, 집을 비운다.

텅 빈 방, 하얀 벽, 수납 없는 삶.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미학이자, 새로운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하지만 정리가 우리에게 주는 평화는 진짜인가?

아니면, 통제 가능한 외부를 통해 어지러운 내부를 덮으려는 시도일 뿐인가?

어쩌면 우리는 삶을 비우는 게 아니라, 통제 가능한 상태를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건 곧 '선택하고 배제한다'는 의미다.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정리는 기술이 아니라 윤리처럼 여겨진다.

"미니멀하게 살자"는 말은 단지 소비를 줄이자는 말이 아니다.

그건 일정한 방식의 삶을 강요하는 새로운 규범이다.


물건을 줄이는 건 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덜 갖기 위해 더 고민하고 더 비교하고 더 의식하는 삶이다.

정리 앱, 미니멀 가구, 수납 영상까지 정리조차 이제는 자본의 새로운 유통로가 되었다.


정돈된 책상, 흰 벽, 빈 공간.

하지만 그 위에 놓인 우리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정리된 겉모습 속에서,

정리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을 안고 살아간다.

정리는 과연 마음을 드러내는 일일까, 아니면 마음을 숨기는 또 다른 방식일까.


우리가 진짜 정리해야 하는 건 어쩌면 물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정리하라 말하는 이 사회의 강박일지 모른다.


정리는 선택이다.

강박이 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은 묻는다.

우리는 정말 덜어낸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덜어낸 척하며, 더 복잡해진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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