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ts Picnic 2016 Day 2 @ Bryant Park
꿈만 같았던 어젯밤의 공연. 공연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밤늦게까지 보면서 꿈이 아니란 걸 스스로 확인시키느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루츠와 존 메이어, 디에인절로 가 함께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보다니.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조합인데 꿈이 아닌 거 맞지..? 당연히 꿈 일리가 없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니까.
느지막이 일어난 후 친구를 만나 기름진 중국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근처 카페에서 쉬면서 어제 공연에 대해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2시 50분에 시작하는 EPMD의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한번 입장하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루츠 피크닉 특성상 과감히 포기하고 밖에서 좀 쉬고 든든히 이른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지만 비교적 좁은 브라이언트 파크 내부 특성상 안에 들어가면 편하게 쉴 곳이 없었다.)
5시 10분으로 예정되어있는 스위즈 비츠(Swizz Beatz)의 무대에 맞춰 들어가기로 하고 건강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의 <The PokeSpot>으로 들어갔다.
요즘 뉴욕에서 한창 유행인 하와이 스타일의 볼과 랩을 파는 포케스팟은 인기가 정말 많다. 그리고 그만큼 음식의 맛과 신선도도 괜찮다. 나는 사진처럼 부담스럽게 미소 소스를 많이 뿌렸지만 소스만 적당히 조절하면 기름진 음식들로 지친 위장을 신선하게 달래줄 수 있는 건강(하게 느껴지는)식이다. 브라이언트 파크를 돌아다니면 꼭 생각나는 식당. 이렇게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어제보다 더욱 열광적일 루츠 피크닉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오늘 나의 루츠 피크닉 첫 무대는 스위즈비츠의 무대이다. 스위즈비츠 그 자체도 멋진 아티스트이지만 최근의 그는 프로듀서와 피처링 아티스트(와 알리샤 키스의 남편으)로 더 활발히 활동하기에 그의 무대는 그가 피처링, 프로듀싱한 음악을 DJ가 틀면 그가 그의 파트를 샤웃아웃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듣는 제이지 커리어 초기의 곡들(Jigga my nigga와 Money, Cash, Hoe)부터 카녜 웨스트(Kanye West)의 최근 앨범 수록곡(Ultralight Beam)까지 그의 꾸준한 활동기간만큼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곡들을 즐길 수 있었다. 그의 곡들 특성상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곡이 많았는데 특히 DMX의 대표곡 Party Up을 틀어줄 땐 추억에 잠기며 몸을 흔들 수 있었다. DMX곡답게 DJ와 스위즈비츠, 그리고 관객들은 DMX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소리'를 잊지 않았다.(정말 으르렁으르렁 거리는 개소리다. 어감이 안 좋아 강아지 소리라고 쓰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박력 있는 소리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스위즈비츠 답게 그가 프로듀싱한 음악들로 꾸민 그의 무대는 추억의 러프 라이더스 시절부터 카녜 웨스트, 제이지와 함께한 현재의 곡까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DMX의 'Party up'을 마지막곡으로 신나는 스위즈비츠의 무대를 끝내고 반대편 무대의 Black Thought을 보러 자리를 옮겼다. Black Though의 라이브 믹스 테입이라.. 오늘 메인무대에 루츠가 백 밴드로 참여하여 연주하지기는 하지만 Black Though이 직접 랩 하는 부분은 거의 없을 테니 루츠 피크닉의 호스트로써, 둘째 날도 책임지기 위해 가볍게 랩을 보여주려나 생각하며 큰 기대는 안 하고 무대로 갔다.
시작은 예상과 비슷했다. 믹스테입계의 유명인인 J.Period가 디제잉을 하며 Black Though가 비트에 맞춰 자유롭게 랩을 했다. 시작은 역시나 뉴욕 힙합의 상징들인 Nas의 <N.Y Staet of Mind>와 Jay-Z의 <Public Service Announcement>의 비트로 출발했다. 혼자 무대에 서서 너무나 여유롭게 랩을 하기 시작하는 Black Though. 2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빠르고 화려하게 랩을 하지 않아도 얼마나 랩 무대가 멋있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랩을 하던 중 그가 한마디 외쳤다. "Classic Material!" 그리고 올드스쿨 시절의 명곡, Kool G Rap의 <Ill Street Blues>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오랜만에 듣는 이 곡의 비트를 즐기며 몸을 흔들고 있던 중 Black Though가 게스트를 소개한다. 맙소사, 첫 번째 게스트는 바로 Kool G Rap.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Kool G Rap이라니, 그가 누구인가, 뉴욕 90년대 힙합의 황금기를 이끈 수많은 랩퍼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힙합의 대부중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는 진짜 올드스쿨 랩퍼아닌가.
(실제로 Jay-Z는 그의 곡 <Encore>에서도 'hearing me rap is like hearing G Rap in his prime'라며 그를 치켜세웠고 Nas와 Biggy, Mobb Deep에 Wu-Tang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80년대부터 활동한 올드스쿨 랩퍼인 Kool G Rap은 50에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제대로 느껴지는 무대였다. 첫 번째 게스트부터 예상치 못한 엄청난 거물이 나와서 약간 벙-쪘었다. 사실 게스트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무대 제목 그대로 Black Though만 나와서 랩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가볍게 즐길 생각에 맥주를 들고 무대로 갔는데 계속 흔드느라 제대로 마실 수도 없었다.(약간 과장)
힙합계의 대부가 첫 번째 게스트라니, 두 번째 게스트는 누구일까 생각하던 차에 Black Though가 외쳤다. "We got my brother, represent Detroit City, Royce da 5'9!!" 맙소사. Royce da 5'9!!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여느 힙합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에 준하는 네임밸류의 랩퍼를 믹스테입 무대에 게스트로..!! DJ를 맡은 J.Period는 그의 등장에 맞춰 좀 더 긴장감이 느껴지고 차가운 느낌의 비트들을 틀어줬다. 에미넴과 함께 D12라는 그룹, 그리고 에미넴과의 듀오로 활동하며 강력한 랩을 보여준 그답게 짧은 무대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다. 그의 스타일이 Black Though과 어울리나 싶지만 둘의 조화는 완벽했다.
세 번째로는 Rock-A-Fella 레코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Freeway!! 굉장히 오랜만에 공식 무대에서 보는데도 프리웨이 특유의 미치광이스러운 랩은 그대로였다. '강력하다'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그의 '미친듯한'무대를 보니 그와 함께한 비니 시젤(Beanie Siegel)과 멤피스 블릭(Memphis Bleek)이 생각났다. 락카펠라 레코드 시절 추억의 그 이름들..
무대가 시작한 지 10분 만에 조그만 무대 앞에 모인 관객들의 환호성과 반응이 센트럴파크에서 했던 글로벌 시티즌 페스티벌(Global Citizen Festival, 포스팅 링크) 이상으로 시끄럽고 엄청났다.
네 번째로는 Smif-N-Wessan이 짧게 나왔다가 들어갔고 다섯 번째 게스트로 화려하고 탄탄한 랩 실력, 아니 괴물 같은 랩 실력에 비해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랩퍼 Pharoahe Monch. (한국말 발음이 좀 어렵다, 패로 먼치 정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랩퍼중 한 명인데 내한공연은 고사하고 미국 내 공연도 찾기 쉽지 않은 랩퍼이다. 유명한 아티스트들 곡에 피쳐링하며 보여준 엄청난 랩에 비해 자신의 곡은 히트를 못한 편이라 팬으로서 항상 아쉬웠는데 그런 그가 오늘 내 앞의 무대에 서있다니.
힙합팬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Pharoahe Monch의 인생 벌스, Mos Def의 <Oh No> 링크
힙합팬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지 확실히 Pharoahe가 등장했을 때 환호성이 엄청났다. 그에 보답하듯 그의 랩도 엄청났다. 다른 게스트들도 다 놀랍고 예상 못했던 등장이었지만 특히 그의 라이브 무대는 단 한 번도 그려본 적 없었기에 더 가슴 뛰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무대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야속했다.
쉴틈이 없었다. Black Though가 연신 'We are not done, We are not done!!' 을 외치며 바로 다음 등장한 랩퍼는 Big Daddy Kane이었다! 빅 데디 케인, 그 역시 첫 번째로 등장한 쿨 G 랩과 함께 올드스쿨 힙합계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빅 데디 케인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랩을 하는 모습이 그의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빅 데디 케인과 쿨 G 랩은 둘 다 68년생 동년배이다.) 그의 커다란 몸을 흔들며 팬들과 하나가 되어 무대에 서있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빅 데디 케인과 쿨 G 랩처럼 80년대 힙합의 태동기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 더 이상 메인스트림 음악계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이렇게 크고 작은 무대에 서서 힙합팬들에게 계속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 그의 앨범 제목 그대로 <Long Live The Kane>이 될 수 있길.
6번째 게스트인 빅 데디 케인이 마무리하자 지금까지 나온 모든 랩퍼들과 뒤에 서성이던 Craig G 까지 모두 한자리에 올라온다. 뭐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익숙한 피아노 연주와 비트가 나온다. 80년대 올드스쿨의 또 다른 스타인 말리 말(Marley Marl)의 명곡 <The Symphony>의 비트였다. 이 비트에 맞춰 모두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벌스를 토해냈다. 특히 패로는 자신의 최고의 벌스 중 하나인 <Oh No>의 하이라이트 부분의 랩을 이 비트에 맞춰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모두 자신의 랩을 뽐낸 뒤 쿨 G 랩과 빅 데디 케인이 마지막 부분을 맡았는데 그들이 1988년에 직접 참여했던 이 곡 비트에 맞춰 수많은 관객 앞에서 다시 랩을 할 때 그들의 심정은 참 뿌듯했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한 팬들 역시 전설적인 80년대 힙합 아티스트들부터 90년대 추억의 랩퍼, 현재의 랩퍼까지 모두 한 무대에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서 잊을 수 없는 무대를 경험했다.
분명히 꿈은 아닌데 꿈같은 무대들이 펼쳐진다. 오늘 아직 즐길 공연들이 많은데 벌써 어제 메인무대만큼의 감동을 느끼고 있다. 루츠와 존 메이어, 디 앤젤로가 메인무대를 맡았던 첫째 날은 포스팅에 썼듯이 힙합팬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면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힙합팬들을 위한 공연 라인업이다. (중간에 나올 나일 로저스 옹은 모든 음악팬들이 좋아할 만한 분이지만)
90년대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준 힙합 무대를 즐기고 나서 공연장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돌아다니던 중 재밌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등록을 홍보하는 사람들이었다. 9-10월 내내 미국 여기저기서 이런 식으로 'Register to Vote'라며 투표하기 위한 등록을 독려하는 캠페인들이 많았다. 많은 관객들이 유쾌한 이 사람들과 사진 찍으며 지나갔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인 윌 스미스가 랩퍼로 활동하던 시절 그와 파트너였던 DJ 재지 제프(DJ Jazzy Jeff)의 디제잉을 들으며 오늘의 메인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인 무대 앞에 모인 관객들은 확실히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 여기저기 우탱 클랜의 'W'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제이딜라(J-Dilla), Roots의 티셔츠도 많이 보였다. (제이딜라 티셔츠와 루츠 후드를 입고 간 나는 덕분에 여기저기서 힙합 악수를..) 힙합팬들끼리 모여서 기다리다 보니 다들 금방 친해지고 이미 다들 만취상태..
피츠버그에서 이 공연을 보기위해 날라온 Jon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무대 앞에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메인무대 시작을 알리는 아티스트는 전설적인 펑크밴드 토킹헤즈(Talking Heads)의 리더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의 솔로무대였다. 광적인 락 키드였던 중학교 시절, 락이라면 세부장르를 안가리고 닥치는데로 듣던 시절에, 토킹헤즈와 비슷한 색의 밴드이자 같은 뉴욕클럽 CBGB출신인 텔레비전(Television)과 라몬즈(Ramones)의 음악은 듣고 좋아했었지만 토킹헤즈의 음악만큼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누구나 그런 음악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를것을 기대하고 그의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그가 어떤시절의 음악을 들고 나올지 궁금했는데 굉장히 생소하고 지금까지의 루츠 피크닉 분위기와는 굉장히 다른 곡을 꺼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것이다. 아무튼 거의 모든 관객들은 조금 당황했다. 멜로디가 아름답고 굉장히 잔잔했지만 듣기에는 조금 난해 할수도 있는 그런 음악. 관객들은 어떻게 즐기고 반응해야될지 몰라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게다가 오늘은 모두들 엄청난 힙합팬들(+나일 로저스를 기대한 70-80년대 디스코/펑크세대)이라..내 앞에 있던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흑인 여성분과 그의 일행들은 쉬지않고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내 주변뿐만 아니라 관객석 곳곳에서 무대에 집중 못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비드 번이 총 4곡을 불렀는데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David Byrne의 Roots Picnic NYC 2016 세트리스트
곡들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이전 Black Though의 힙합무대로 힙합에 대한 흥이 오를대로 오른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무대였다. (이글을 읽는 토킹헤즈와 데이비드 번, 그리고 그시절 뉴웨이브 음악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 이글을 쓰며 다시한번 무대를 찾아보고, 루츠 피크닉에서 들려준 곡들을 몇번 다시 들어보았다. 그의 첫 세곡(I Was Changed-Nothing Ever Changed-The True Vine)은 당시 그가 제작중이던 뮤지컬 <잔 다르크(Joan Of Arc)>의 수록곡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모두에게 생소했었고 지금 외국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음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달뒤 2월에 뉴욕에서 초연을 한다고 하니 그의 팬들이라면 기대해 보자. (유튜브에서 곡명으로 검색하면 데이비드 번이 이런저런 음악 페스티벌에서 부르는 동영상으로 감상할수 있다.)
뉴욕 펑크(Punk)의 전설의 무대가 끝난후(조금 미화 시킨듯하지만 예우는 갖춰주자) 우리는 또 다른 뉴욕 펑크(Funk)의 전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는 시크(Chic), 그 시크의 리더이자 펑크 사운드를 재정의한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Black Though가 나와 '우리시대의 뮤직 아이콘'이라며 나일로저스를 소개했다. 모든이의 박수를 받으며 나온 나일 로저스가 관객에게 물었다. 'Do you feel like FREAKING OUT?' 나일 로저스의 이말을 듣는순간 수많은 그의 명곡중 어떤곡으로 오프닝을 시작할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시크의 Le Freak!
시크의 전설적인 메가 히트곡인 Le Freak. 시크와 나일로저스의 음악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관객석은 차분했던 데이비드 번의 무대와는 딴판으로 변했다. 마치 70-80년대 클럽처럼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몰입이 굉장히 빠르다..) 데이비드 번의 무대를 계속 욕하던 내 앞의 흑인아줌마들은 소리지르며 흔들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조용필을 보는 아주머니들이라고 생각하면 될것같다. 연달아 같은 앨범 <C'est Chic> 수록곡인 I Want Your Love로 분위기를 이어 간 나일로저스는 그의 뮤즈중 한명인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의 곡들을 커버하기 시작했다. 다이애나 로스의 80년대를 화려하게 시작하게 만들어준 앨범 <Diana>의 수록곡인 I'm Coming Out을 시작했다.
나일 로저스와 함께나온 시크의 보컬인 킴벌리 데이비스와 폴라미는 다이애나 로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그들만의 색으로 멋지게 재해석했다. 이곡에서 뿐만 아니라 나일 로저스의 무대 내내 그녀들의 보컬은 빛을 발했다. 나일 로저스의 기타 사운드와 각자의 색을 갖고있는 두명의 보컬이 조화되어 들려주는 무대는 그들이 We Are Family를 부를때 절정에 달했다. 파워풀하고 다채로운 2명의 보컬덕분에 4명의 부르는 원곡 이상가는 무대를 보여줬다.
한창 음악을 즐기던중 나일 로저스가 짧게 한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몇년전 의사로부터 굉장히 위험한 암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그 사실을 알게된후 남은시간동안 뭘해야할지 혼자 생각해봤다고 한다. 그리곤 남은 시간동안 더 많은 곡을 써야겠다고 결심했고(이순간 많은사람들의 환호성1) 지금은 암을 극복했다고 했다.(환호성2) 그리고 암 진단을 받은후 집에 앉아있는데 가장먼저 받은 전화가 바로 대프트 펑크(Daft Punk)라고 말했다.(엄청난 환호성3) '로저스, 당신의 집에 찾아가서 우리 음악의 데모를 들려주고 싶어요'(관객들이 이때 막 웃는데 왠지 그들의 프랑스 억양을 따라하는듯 했다) 그리고 로저스의 집에서 앨범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하고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함께 할거라고 했다. (이때부터 밴드는 'Get Lucky'를 조금씩, 아주 잔잔하고 천천히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환호성4) 로저스의 암진단후 처음으로 녹음한곡이 Get Lucky와 수록된 앨범 <Random Acess Memory>이란걸 밝히고 자기가 속한 시크는 디스코,펑크,알앤비를 대표하고 자신들이 다이애나 로스, 시스터 슬레지(Sister Sledge), 대프트 펑크와 작업할때도 자신들의 방식대로 작업했다고 한다. 그것이 시크의 길이라며.(환호성5) 그리곤 옆에있는 킴벌리에게 "Show to people how we feel"이라며 음악을 시작했다. 바로 Get Lucky! 모두들 감동의 환호성을 지르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70-80년대 시크의 음악이 점프를 하며 좀 격렬하게 춤을 추게 만드는 곡이라면 이곡은 몸을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며 어깨를 들썩이기 참 좋은 곡이다.
이후 로저스가 자신의 무대가 막바지인것을 넌지시 알리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신의 인생일 바꾼곡을 연주하겠다고 했다. 어떤곡일까 궁금해하던중 나일 로저스를 모르더라도 힙합팬이라면 알만한, 굉장히 귀에 익은 기타리프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바로 Good Times! 70년대말, 전 미국을 휩쓸었던 디스코 시대의 마지막 명곡이라고도 할수 있는 이곡은 힙합팬들에겐 (빌보드차트에서 히트한 최초의 랩 싱글)슈가힐 갱(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가 샘플링한 곡으로 더욱 유명한 곡이다. 중독성있는 기타리프를 즐기며 무대를 감상하던중 예상치 못한 게스트가 등장했다. 바로 위에서 설명한 슈가힐 갱! 그들이 직접 시크의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곤 로저스옆에서 그의 기타에 맞춰 그들의 명곡 Rapper's Delight의 가사를 뱉기 시작했다. 둥둥둥- 거리는 곡의 베이스와 함께.
너무 유명한 라임,
'I said a hip hop, The hippie, the hippie, To the hip, hip hop, and you don't stop'
(거의)최초의 랩스타들인 슈가힐 갱이 내 눈앞에서, 힙합의 역사를 바꾼,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힙합의 시초라고도 할수있는 곡을 곡의 원작자인 나일 로저스와 함께 무대에서 공연하다니. 음악만으로도 행복한데 이런 무대연출까지..믿을수가 없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믿을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에게 Delight의 사전적 의미인 <(큰)기쁨, 즐거움>을 제대로 정의해준후 슈가힐 갱은 무대뒤로 가고 다시한번 시크의 보컬들이 원곡인 Good Times를 이어 부르며 70-80년대로 돌아간듯한 느낌이었던, 정말 꿈만같았던 나일 로저스와 시크의 무대가 마무리 되었다.
대프트 펑크의 Get Lucky의 첫 가사인 <Like A Legend Of Pheonix....> 처럼 암을 극복하고 돌아와 대프트 펑크와 퍼렐과 함께 명반을 만들고,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나일 로저스는 불사조(Pheonix),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이 공연이 끝난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이건 꿈일수도 있다고, 어제의 그 꿈이 이어지는것일수도 있다고.
Chic의 Roots Picnic NYC 2016 세트리스트
(위의 사이트에서는 Get Lucky 가 마지막곡이라고 나와있지만 Good Times 전에 공연한것이 맞다.)
나일 로저스와 시크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Black Though가 올라왔다. 밴드는 뒤에서 왠지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느낌이 풍기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이젠 누가봐도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탱 클랜이 나올것같았다.
하지만 Black Though는 다른사람을 소개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물. "Alicia Keys, Makes Some Noise!"
나이를 먹으며 얌전한 숙녀처럼 꾸미고 다니는 경우가 많던 알리샤 키스가 오랜만에 힙합느낌이 물씬 풍기는 복장에 반다나까지 머리에 두르고 올라왔을때 모두가 놀랐다. 역시 알리샤 키스의 가창력은 대단했다. 엄청난 에너지의 시크의 보컬들이 공연을 하고 내려간 직후였는데도 그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졌다.
첫곡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그녀의 초기 히트곡인 You Don't Know My Name을 부를땐 그 뮤직 비디오에 나온 모스 데프(Mos Def)와 나누던 달달한 대사들을 관객들에게 대화하듯이 들려주는 귀여운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아 이젠 더이상 모스 데프가 아닌 야신 베이라고 해야겠지만..)
연달아 Un-Thinkable과 Teenage Love Affair로 달콤한 발라드를 불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녹인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녀의 곡중 하나인 No One을 부르기 시작했다. 곡을 끝내지 않고 후렴부분의 No One부분을 계속 반복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알리샤 키스무대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녀의 매력을 100%보여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루츠 피크닉을 한층 더 다양한 색으로 꾸며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Alicia Keys의 Roots Picnic NYC 2016 세트리스트
어제는 커먼과 데이빗 샤펠, 오늘은 알리샤 키스, 슈가힐 갱, 그리고 수많은 랩퍼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랩퍼들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이런 아티스트들이 라인업에 없이 깜짝 출연한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잠시후 우탱 클랜의 공연에서 충격적인 게스트를 한번더 보게 된다. 힙합팬들은 긴장하면서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오래 기다렸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이다.
내가 처음 제대로 들었던 힙합은 닥터 드레의 명반 <Chronic>에 실린 곡인 Let Me Ride였다. 그 이후 G-Funk와 웨스트코스트 힙합에만 빠져있었다. 그런 내게 뉴욕의 힙합을, 음, 뉴욕이 아닌 그들만의 동네인 Shaolin의 힙합을 처음 알려준 이들이 바로 우탱클랜(이하 우탱)이다. 우탱의 음악을 처음들었을때 지금껏 들었던 어떤 음악보다도 큰 충격을 받았다.(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정체를 알수없는 수많은 파열음과 이상한 목소리의 영화대사들, 언뜻들으면 어떠한 규칙도, 라임도없이 크게 소리지르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것 같은, 하지만 몇번을 듣다보면 그속에 숨어진 그들만의 스타일을 느낄수 있는 벌스들,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이지만) G-Funk의 사운드와 비교하면 정 반대 스타일이라고도 할수있는 RZA의 사운드..처음 들었을땐 몰랐지만 계속듣다보니 우탱의 마력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탱이 탄생한 뉴욕의 힙합들에 대해 찾아듣게 되었다.
이렇게 웨스트 코스트 힙합밖에 몰랐던 내가 우물밖으로 나와 다양한 힙합을, 더 나아가 많은 종류의 흑인 음악을 듣게해준 이들이 우탱이라고 할수있다. 아주 조금만 과장하자면 우탱이 내 인생을 바꿨다.
하염없이 우탱을 기다리고 있던중 한 여성이 무대에 올라온다. 또 다른 게스트의 무대인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빨리 우탱을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우탱을 빨리 볼수있었다, 무대로 올라온 여성은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에이미 슈머(Amy Schumer). 그녀가 우탱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우탱을 소개하는 말에 재치있게 우탱의 히트곡들 제목을 넣어가며 소개했다. 그리곤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RZA, GZA......그녀가 멤버의 이름을 한명씩 부를때마다 심장박동은 빨라져갔다. 그렇게 모든 소개가 끝난후 우탱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홍콩 무협영화의 사운드가 들린다.
칼끼리 부딪히는 챙챙거리는 파열음, 무술의 기합소리와 비명, 어렴풋이 들리는 70년대 무협영화스러운 대사 "Shaolin Shadow Boxing....."(ㅋㅋㅋ)그리고 이어 들리는 Triumph의 전주와 비트. 우탱이 무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당시를 생각하니 지금 글을 쓰면서도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감정을 좀 조절하고 무대에 대해서 일단 얘기해보자면 아쉽게도 고스트페이스 킬러(Ghostface Kilah)는 참석하지 못했다. 공연후 우탱이 공개한 기존 세트리스트를 보면 그도 참석하는걸로 되어있었지만 무슨사정인지 이날 공연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모든 멤버가 모인 우탱을 못보는건 아쉬웠지만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우탱이다보니 아쉬움은 잊고 신나게 무대를 즐길수 있었다. 더블앨범으로 발매되어 좋은 트랙이 꽉꽉 담긴 97년작 <Wu-Tang Forever>의 트랙들중에서도 특히 좋은 Triumph로 시작한 그들은 그들을 대표하는 곡이자 뉴욕 힙합의 상징중 하나이며, 힙합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곡중 하나인 C.R.E.A.M을 바로 두번째곡에서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Cash Rules Everything Around Me, CREAM!! 곡의 도입부가 흘러나오자마자 관객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손을들어 우탱의 'W'를 그리기 시작했다.
앞을봐도, 뒤를 돌아봐도 브라이언트 파크는 온통 W의 향연이었다. 앞쪽의 어떤 관객들은 흥을 못참아 곡을 들으며 뛰는 수준을 넘어 높이뛰기를 하기 시작하고(흑인의 탄력을 느꼈다.) 어떤이들은 서로 끌어안고, 부딪히고, 다른 간객들에게 다이빙을 했다. 우탱의 두번째 곡만에....우탱과 그들의 곡의 힘을 느낄수 있었다. 메소드 맨(Method Man)과 래퀀(Raekwon the Chef)의 라이브는 명불허전이었다. 많은 멤버들이 뒤에서 함께 훅을 하는것을 실제로 보니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감정이 벅차올랐던 C.R.E.A.M의 무대 다음은 우탱 멤버들의 개인 앨범 퍼레이드였다. (우탱의 멤버들은 우탱클랜으로 함께 활동할뿐만 아니라 개인활동도 활발히 하며 개개인의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꾸려나갔다. 각자가 활동하며 많은 힙합 명반을 제작했다.)
첫번째 타자는 GZA the Genius!! 그의 (엄청난!!)명반인 <Liquid Swords>와 동명의 트랙인 Liquid Swords를 부르며 제목 그대로 관객들을 액체처럼 흐느적거리게 만들었다. 이곡에서 Black Though은 자신의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멋진 존재감을 선보였다.
두번째로는 Raekwon the Chef! 그 역시 그의 (엄청난2)명반 <Only Built 4 Cuban Linx>의 수록곡인 Ice Cream을 시작했다. 이곡은 C.R.E.A.M처럼 래퀀과 메소드맨의 조합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곡이라 그런지 특히 메소드맨이 눈에 뛰었다.
GZA와 래퀀이 자신의 대표곡들을 관객들에게 선물한후 우탱의 데뷔앨범이자 힙합 역사에 남을 명반 <Enter The Wu-Tang>의 수많은 명곡중 하나인 Wu-Tang Clan Ain't Nuthing Ta F' Wit을 보여줬다. 곡도 곡이지만 굉장히 익살스럽고 중독성있고 기억에 남는 제목덕분에 우탱의 여러 상품들과 의류들에도 삽입되고 팬들에겐 우탱의 상징중 하나처럼 여겨지는 곡이다.
이곡 이후 바로 이어져 나오는 우탱의 최고 인기 멤버 메소드맨(음악성으로는 도저히 멤버들의 우위를 가릴순 없지만 인기면으로는 확실히)의 Method Man의 비트가 나왔다. 우탱클랜을 처음 접했을때 모든 곡들이 나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그중 최고의 충격을 주었던곡이 바로 이 곡 Method Man이다. 각자의 뚜렷한 색과 개성이 넘치는 많은 멤버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랩을하며(인트로 빼고) 메소드맨이라는 이름을 절대 잊을수 없게 만드는곡.
곡이 끝남과 동시에 우탱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자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빙-빙-빙-', 이번에는 메소드맨의 솔로앨범 순서. 메소드맨의 소울메이트, 레드맨(Redman)과 함께한 (엄청난3)앨범 <Blackout>의 Da Rockwilder!!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힙합신에서 제일 멋진 콤비라고 생각하는 메소드맨과 레드맨. 둘의 듀엣곡이지만 레드맨은 보이지 않고 메소드맨 혼자 자신의 랩을 하기 시작한다. 아쉽지만 우탱의 다른 멤버들이 많으니 레드맨의 빈자리를 잘 채워줄꺼라 생각하며 공연을 즐기던중 레드맨의 벌스 차례가되자 반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무대로 걸어나온다. 그의 등장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도 믿을수가 없었다. 레드맨이 등장했다. 이틀간의 루츠 피크닉동안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가장 커지는 순간이었다.
레드맨이 등장하여 랩을 하는것을 보면서 레드맨 특유의 익살스러운 목소리와 제스쳐, 무대 퍼포먼스는 어떤 랩퍼가 와도 비슷하게 못할것이라는걸 느꼈다. 메소드맨과 레드맨, 나의 우상이자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유니크한 캐릭터들의 환상적인 조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본다는것이, 무대 중앙에 메소드맨과 레드맨이 함께 서있는것이 꿈같이 느껴졌다.
연이은 명곡과 레드맨의 등장으로 달아오를대로 오른 관객들에게 우탱이 들려준 다음곡은 데뷔앨범의 또다른 명곡들, Da Mystery of Chessboxin'과 모든 멤버들이 한번씩 돌아가며 자신의 랩색깔을 보여준 곡 Protect Ya Neck이다. 이 두곡의 공통점이라면 우탱이라는 그룹에게 광기라는 색깔을 진하게 입혀준, 힙합 역사상 가장 특이한 랩퍼중 한명일 Ol' Dirty Bastard(이하 ODB)의 야수같은 목소리와 절규가 가장 잘 나타난 곡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ODB는 2004년 35세의 젊은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많은 팬들은 우탱의 공연에서 그의 파트를 오디오로밖에 즐길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공연에서는 ODB의 아들인 Young Dirty Bastard가 나와 그의 아버지 ODB의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우탱팬들에게는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던 장면.
Protect Ya Neck을 마지막으로 40여분간의 우탱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공연장의 사람들과 흥분해서 뒤엉키며 흘린 술과 땀으로 온몸이 젖었지만 조금도 찝찝하지 않았고 밤 11시가 넘은 가을바람이 조금도 쌀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틀간 뜨거웠던 루츠 피크닉이 끝나자 순간적으로 몸의 감각이 둔해지는것 같았다.
Wu-Tang Clan의 Roots Picnic NYC 2016 세트리스트
(내 기억과 영상들을 뒤져본 바로는 위 사이트 세트리스트에 나온 5번째곡 Guilotine은 공연에 안나온듯하다.)
내가 오늘 하루동안 본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제 밤의 공연부터 두번째날 밤의 공연이 끝날때까지 믿기 힘든, 꿈같은 순간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진짜 꿈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분명히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공연이 꿈이 아닌걸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지난 이틀이라는 시간이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꿈속의 꿈같았다. 그나마 공연 중간중간 사진과 영상들을 SNS에 업로드한후 돌아오는 친구들의 반응으로 꿈이 아니란걸 조금은 느꼈지만...(SNS에서 친구들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것을 꿈에서 꾼거라면 나는 대책없는 SNS중독자이다.)
첫번째 글에 썼듯이 이번 미국 여행을 결심하게된 계기, 루츠 피크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직 여행의 초반이지만 엄청나게 큰 목표를 이뤘다.(꿈이 아니라면) 마치 <슬램덩크>의 북산 고등학교가 끝판왕 산왕공고와의 짜릿한 승리 이후 다음라운드에서 귀신같이 패배한것처럼 나의 루츠 피크닉이후의 여행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순간 걱정했지만 이내 웃으며 쓸때없는 걱정이란걸 알았다. 이날 이후에도 믿을수 없는 꿈같은 일정들이 빽빽하게 계획되어 있는것이 생각났기때문이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이 꿈의 연속이었다면 내 꿈은 미국을 떠나는 그날까지 계속 될것이다. 나의 여행, 혹은 꿈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