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ts Picnic 2016 Day 1 @ Bryant Park
2016년 여름 어느날, 동생과 함께 집 근처 카페에서 음악얘기로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우연히 Roots Picnic을 알게되었다.
Roots Picnic은 이름 그대로 루츠(Roots)가 직접 주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이 페스티벌은 8회까지는 루츠의 고향인 필라델피아에서만 열렸지만 올해 9회째를 맞이하며 필라델피아와 더불어 뉴욕에서도 열리게 되었다.
(루츠는 현재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토크쇼중 하나인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의 하우스밴드를 맡아오며 많은 대중들의 인기를, 특히 NBC 녹화 스튜디오가 있는 뉴욕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음악성, 대중성을 겸비한 힙합 밴드였지만 TV에 매일 나오며 대중들과 접하는 일이 많아져 더 높은 인지도를 얻게되었다. 이것이 Roots Picnic을 뉴욕에서 연 배경에 어느정도 적용되지 않았나 싶다.)
다른 해의 Roots Picnic의 라인업도 대단하지만 뉴욕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Roots Picnic NYC는 특히 더 엄청난 라인업을 내세웠다.
이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루츠는 물론,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존 메이어(John Mayer)와 디 엔젤로(D’angelo), 70년대 대표적인 디스코,펑크,소울그룹인 시크(Chic)의 기타리스트이자 몇년전 Daft Punk와 Pharrell Williams와 콜라보레이션을 해 화제를 모았던 ‘Get Lucky’의 기타사운드를 담당한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그리고 나의 우상중 하나인 우탱 클랜(Wu-Tang Clan)까지.
그리고 헤드라이너외의 다른 뮤지션들의 면면도 굉장하다. 80-90년대 올드스쿨 힙합 아티스트들과 아래에 자세히 쓰겠지만 라인업 포스터에 안나온 많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출동했다.
이 숨막히는 라인업을 보자마자 주저없이 미국여행을 결정하였고 미국도착후 10월 1일, Roots Picnic의 오프닝만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도착후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MLB 정규시즌 막바지 경기들을 보다가 데이빗 오티즈의 마지막 펜웨이파크 홈 시리즈를 보기 위해 보스턴을 9월 30일- 10월 1일, 1박 2일간 급하게 다녀왔다. 조금은 빡빡한 일정과 동선이었지만 놓칠수 없는 순간이기에 10월 1일 Roots Picnic 첫날 조금 늦더라도 강행하였다. (‘Big Papi, 데이빗 오티즈의 보스턴 레드삭스 마지막 홈 시리즈 관람기는 조만간 업로드 예정)
오후 4시쯤 뉴욕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빠른 발걸음으로 브라이언트 파크를 향했다. 조금씩 브라이언트 파크에 다가갈수록 더 크게 들려오는 관중들의 환호성과 울려퍼지는 베이스 소리에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입구에 들어가 티켓 마스터(Ticket Master)에서 구매한 티켓으로 확인후 (한국에서 미리 International Will Call로 구매하여 결제한 신용카드와 신용카드 명의자의 신분증-여권-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별다른 체크는 없었다. 티켓 마스터 어플리케이션만 확인했지만 불안하니 다 챙겨다니는것을 추천한다.) 드디어 Picnic장소로 입장.
5시쯤 입장하니 메인 무대(5th Ave Stage)에서는 루츠의 드러머 퀘스트러브(Questlove)가 자신이 직접 디제잉을 하며 자신의 믹스셋을 선보이고 있었다. 역시 그 답게 힙합뿐만 아니라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믹싱하여 관중들의 흥을 올리고 있었다. 잭슨 5(Jackson 5)시절의 풋풋한 마이클 잭슨 목소리부터 시작하여 90년대 하드코어 힙합까지 예상할수 없는 다양한 재료를 완벽하게 조합하였다.
퀘스트러브의 디제잉타임 이후 메인무대 반대편의 조그만 서브 무대(6th Ave Stage)에서는 퀘스트러브와 달리 완전 80년대-90년대 힙합으로만 믹싱하여 사람들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Nas와 Jay-Z등 뉴욕을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믹싱하여 뉴요커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웠다. 체감상으로는 퀘스트러브의 디제잉때보다 더욱 호응도가 높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시 본 무대로 돌아오니 X 앰베서더(X Ambassadors)라는 락밴드가 공연을 하고있었다. 처음들어보는 밴드명이었지만 음악을 들어보니 여기저기서 들어본듯한 멜로디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대중적으로도 꽤 호응을 얻고있는 밴드라고 한다. 무엇보다 밴드 멤버들의 에너지가 넘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즐기기 좋았다. 특히 나는 2013년 지산 락페스티벌 이후 오랜만에 듣는 락밴드의 라이브 공연이라 그 밴드 사운드가 반가웠다.
X 엠베서더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 뒤, 엄청난 인파가 메인 스테이지 앞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첫날의 헤드라이너는 루츠와 존 메이어, 디 엔젤로. 하드코어한 라인업이 아니라그런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중들이 모였다. 존 메이어때문인지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중년의 부부와 그룹들도 종종 보였다.
큰 덩치들에 휩쓸려 힘든 자리싸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갑자기 익숙한 음악이 들린다.
제이딜라(J-Dilla)의 'Workinonit'
어떤 곡으로 오프닝을 장식할지 궁금했는데 제이딜라의 음악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다니..역시 루츠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 연달아 제이딜라의 곡인 'Waves'를 틀어준후 드디어 본격적인 루츠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더 이상 그의 새로운 비트를 즐길수 없다는 아쉬움은 뒤로한채 공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실 제이딜라 생전의 미발표 비트가 너무 많아서 아직도 새로운 비트들이 공개되곤 한다..ㅋㅋ)
그들의 명반인 <Things Fall Apart>의 첫번째 곡인 'Act won'의 인트로후 'Game Theory'가 울려퍼지며 루츠의 래퍼 Black Thought의 랩이 시작되었다. 그의 파워풀한 랩핑이 돋보이는 곡인 'Game Theory'는 루츠 피크닉의 첫번째 밤을 열기에는 완벽한 곡이었다. 그의 랩은 물론 다른 멤버들의 밴드 사운드도 귀를 즐겁게 했다.
이후 'Section'(96년 <Illadelph Halflife>수록) - 'Dynamite!'(99년 <Thing Fall Apart>수록) - 'Clones'(96년 <Illadelph Halflife>수록) - 'Proceed'(94년 데뷔앨범 <Do You Want More?!>수록)를 부르며 데뷔앨범부터의 그들의 음악 활동을 짧게 압축시켜 보여줬다. 5곡만으로 이미 관중들은 루츠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던중 루츠가 6번째곡인 'Act Too (Love Of My Life)'를 부르던중 누군가가 갑자기 올라와 누군지 보니, 맙소사, 커먼(Common)이었다.
나 역시 이때 열기를 잊을수 없다. 내 바로앞에 있던 혼자온듯한 여성은 이때 인파속으로 뛰어들어 앞으로 사람들을 밀치며 나갔다(..) 어떻게 저럴까 싶었지만 모두들 흔들며 뛰는중이라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루츠의 곡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린 커먼은 함께나온 디제이와 함께 그의 명반 <Be>의 수록곡인 'Go'와 'Food'를 열창했다. 특히 'Food'에서 카녜 웨스트(Kanye West)가 맡은 파트를 마치 준비한것처럼 관중들이 맡아서 부를땐 소름이 돋았다.(소름이 쉽게 돋는 편이다.)
갑자기 엄청나게 흥분된 관중들을 차분히 진정시키며 반주없이 랩을 하기 시작했다. 공연으로부터 한두달전부터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들에 대한 'Black Lives Matter'운동이 화제가 되던 차였다. 이에 대해 커먼은 자신의 곡 'Black America Again'을 반주없이 아카펠라로 랩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흑인 인권에 대한 주제로한 그의 무반주 랩에 이어 그의 또 다른 명반 <Like a Water for Chocolate>수록곡인 'Light'을 부르며 이번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참 센스있는 선곡이다.
이 곡을 마지막으로 커먼은 퇴장하고 잠시 뒤 루츠가 다시 등장하였다. 신나게 몸을 흔들수 있는 'Next Movement'를 연주하며(개인적으로 이곡은 스튜디오 앨범 버전보다 라이브 버전이 월등히!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튜디오 앨범 버전도 훌륭하다.) 관중들을 다시 자신들에게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후 MPC연주를 맡고 있는 제레미 엘리스(Jeremy Ellis)의, 마치 피아니스트에 빙의한것 같은 신들린 연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MPC 사운드로 감동받기는 처음이었다. (제레미 엘리스의 신들린 연주 링크)
제레미 엘리스의 연주후 무대에 오른사람은 바로 존 메이어. 내한 공연때보다는 덜 신경쓴듯한 옷차림으로(그래도 비즈빔에 크롬하츠로 둘둘..) 무대에 오른 그는 바로 달달한 'Paper Doll'을 열창했다. 조금 전만 해도 모두 날뛰던 힙합공연장의 관중들이 순식간에 존 메이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사운드에 적응되어 숨죽이고 존메이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Waiting on the World Change', 'Gravity'(!!)를 부르며 여자관중들을 쓰러트린후 클래식 'Ain't no sunshine'을 커버하여 부르며 자신의 솔로 무대를 마무리 했다.
솔로무대가 단 4곡이라 아쉬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예 들어가는것이 아니라 다른 루츠 멤버들과 함께 기타 세션을 맡아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다.
이후 다시 루츠가 무대에 올라 그들의 클래식, 'You Got Me'를 시작했다. 이 곡만으로도 감동인데 루츠의 기타 담당 커크 더글라스('Captain' Kirk Douglas)와 존메이어가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정말 대단한 무대를 보고 있다는것이 실감났다. 이후 커크의 기타솔로와 아카펠라로 그의 숨겨진 재능을 맘껏 보여준뒤 한때 루츠의 멤버였고 대단한 비트박스 아티스트인 라젤(실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이 나와 그의 비트박스를 선보였다. 힙합 비트박스 공연때 빠질수 없는곡 'Lodi Dodi'를 부를때 많은 힙합팬들이 가사를 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었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오늘 마지막 남은 한명의 아티스트를 기다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루츠와 존메이어가 연주하고, 그 연주에 맞춰 그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긴장되는 그때 갑자기 무대에 올라온 너저분한 의상의 사내 한명.
오늘 루츠 피크닉에 놀러왔다는 데이빗 샤펠이 무대에 올라 그 특유의 맹한 목소리로 주절주절 농담을 던지기 시작한다. 100%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데이빗 샤펠이 힙합무대에 올라 할 농담은....뻔하다. 인종차별을 주제로 그만의 시크한 개그를 했을 것이다 하하. 저 사진의 데이빗 샤펠 뒤 기타를 조율하고 있는 존메이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데이빗 샤펠과 존 메이어라니, 둘이 의도한것은 아니지만 참 재미있는 조합이다. 데이빗 샤펠이 루츠 피크닉에 놀러왔다는 뉴스를 보고 워낙 루츠와 커먼(을 비롯한 힙합 아티스트들)과 인연이 깊은 그인지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무대에 올라올줄은 몰랐기에 놀랐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라 더더욱.
그리고 다시 루츠가 올라와 마지막 남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기다린 그 이름!
특히 내게는 중학교때 처음 접한 이후 홀연히 사라져(약물중독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전설같이 느껴진 이름인
디 엔젤로!
그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최근 앨범 <Black Messiah> 발표때의 날렵한 모습보다는 조금 후덕해졌지만 그래도 멋졌다. 디엔젤로가 내 눈앞에 서있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무대에 올라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어도 아우라가 느껴졌다. 나뿐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모든 관중들도 앞의 그 어떤 무대보다, 어떤 뮤지션의 등장보다 큰 함성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의 명반 <Voodoo>의 수록곡 'Greatdayindamornin' / Booty'을 시작하며 가사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첫무대라 목이 덜 풀려서였을까, 세션과 코러스의 사운드에 조금 묻히는듯한 그의 목소리였지만 어느새 브라이언트 파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어지는 'Playa Playa'. 어떠한 보정도 없는, 라이브에서의 목소리가 이렇게 섹시하게 느껴지다니. 존 메이어의 감미로운 섹시함과는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이후 연달아 <Voodoo>의 수록곡인 'The root','The line' 을 부르며 그의 소울을 한껏 느끼고 있을때 이제 다른 앨범의 곡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때쯤..디엔젤로가 그의 최신작 <Black Messiah> 의 'Till It's done (tutu)'로 분위기를 환기 시킨후 그의 초기 명반 <Brown Sugar>의 ' Brown Sugar'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루츠 피크닉 첫날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된다.
보고 있으면서도 내 눈을 믿을수 없었던, 그 자리에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던 첫날의 무대는 올해 세상을 떠난 프린스(Prince)의 곡인 'Pop Style'로 마무리 했다. 조명이 프린스의 상징인 자주빛(Purple)으로 바뀌며 무대위의 아티스틀과 관중들이 함께 프린스를 추모했다.
7시반 조금 넘어 시작하여 11시에 끝날때까지,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단 1분 1초도 눈을 뗄수 없던, 관중들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못해도, 배고픔과 목마름을 잊을수 있던, 무대였다.
공연이 다 끝나고도 믿을수 없는 무대의 감동에 젖어 한동안 브라이언트 파크에 앉아 뉴욕의 가을바람을 즐겼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라도 나같이 느꼈을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렇게 루츠 피크닉 첫째날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