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에서의 음악 페스티벌

Global Citizen Festival @ Central Park

by 네모의 부름

7월쯤으로 기억하는 어느날 메탈리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보게된 한장의 사진


0-7.jpeg?type=w3 맙소사


음 헤드라이너로 올라온 뮤지션이 리아나와 켄드릭 라마, 메탈리카. 그리고 그밑에 나와있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마틴, 에디베터, 어셔...그리고 호스트로 참여하는 휴잭맨과 세스 마이어스, 닐 패트릭 해리스..


도대체 어떤 페스티벌인데 이렇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화려한지 궁금했다. Global Citizen이라..처음들어보는 곳이지만 어떤 취지의 단체이고 어떤일을 하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참 솔직한 단체 이름이다.


이 페스티벌이 무슨 페스티벌인지, 어떻게 참여해야하는건지 알아보기위해 사이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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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명과 홈페이지를 보면 알수있듯이 글로벌 시티즌은 <전세계가 마주한 문제들을 풀기위한 행동을 하는 단체>라고 그들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 열리는 이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미션을 수행하고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참여하기 위해 해야하는 단계별 미션의 리스트를 본후 바로 느낀점..'그냥 돈받고 팔면 안되나...'..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설무기를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수 있는 미션들. 하지만 도저히 포기할수없는 라인업이고, 센트럴파크 잔디밭에서 그 음악들을 즐기는 상상을 하니 아주 기쁜마음으로 그 미션을 하나하나 수행할수 있었다.


미션을 수행했다고해서 참가자 모두에게 표를 주는것은 당연히 아니다. 미션을 모두 수행하고 나면 페스티벌 티켓을 응모할수 있는 자격만 주어지는 것이다. 미션 수행후 응모까지 완료하고 발표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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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페스티벌 티켓 두장을 받았다. 이 메일을 받았을때 그 기분이란! 중복해서 응모한 사람도 있겠지만 (존경스럽다. 이 과정을 어떻게 몇번씩 한거지..) 약 190만명이 응모해서 3만명이 당첨됬다고 한다. 맙소사..내가 이 확률을 뚫고 얻다니...! 이런 기회를 얻은것에 감사하고 감탄하며 페스티벌을 고대하고있었다.


뉴욕에 도착한지 5일째, 눈을 뜨니 마침 날씨도 구름한점없이 화창하고 선선했다. 야외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 플라자호텔 지하 푸드코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싼음식들로 가득찬)로 가서 Luke's Robster로 배를 채운후 간식으로 먹을 덤플링을 포장하고 출발했다.


센트럴파크 양 옆쪽에 경찰들과 진행요원들이 펜스를 이용해 글로벌 시티즌 페스티벌 입장객들을 위한 입구를 만들어놓았다. 총 6만여명의 관객들이 2개의 입구로 들어가야해서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중간중간 공짜로 나눠주는 몬스터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힘을 충전시키고 삼엄한 몸수색후 드디어 센트럴 파크의 Great Lawn으로 입장!!


IMG_5280.jpg 야외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

엄청난 넓이의 Great Lawn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 흘러나오는 음악, 멀리 보이는 무대가 나를 점점 흥분시켰다. 하지만 나중에 나올 켄드릭과 리아나, 메탈리카의 공연때 힘을 쏟기위해 잔디밭에 누워 음악과 페스티벌을 즐겼다.


어셔는 짧게 한곡부르고 들어갔고, 셀레나 고메즈 대신 나온 데미 로바토의 파워풀한 가창력, 그리고 이어지는 제 3세계 음악들, 그리고 호스트들의 이런저런 연설과 영상들이 이어진후, 생각보다 빨리 메탈리카가 등장했다. 메탈리카의 음악이야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숲속, 맑고 밝은 하늘아래서의 메탈리카 공연...? 내가 상상력이 부족한건지 락에 대한 고정관념때문에 그런건지 이전까지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왠지 좀 어두워지고 나서 공연하는게 멋있을거 같은데.... 게다가 아직 관중들의 열기가 올라오기 전이었다.


gettyimages-610191582.jpg?type=w3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나의 이런 우려속에 시작된 공연. 메탈리카는 그들이 왜 전설인지를 증명했다. 그 커다란 Great Lawn을 가득채우는 그들의 쩌렁쩌렁한 연주, 회춘한듯한 햇필드의 열창.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건 트루히요의 퍼포먼스였다.

나는 현재 메탈리카의 베이시스트를 맡고있는 로버트 트루히요가 들어온후의 그들의 음악을 자주 즐기지는 않았다. 메탈리카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전성기라고 할수있는 시대의 앨범들만 주로 듣게됬었다. 하지만 그의 무대를 보니 역시 메탈리카의 베이시스트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원숭이처럼 긴팔로 베이스를 쭈욱 바닥까지 늘어트린후 들려주는 강력한 베이스 음...공연후 트루히요 관련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베이스는 물론이고 기타연주실력도 상당했다. 이종격투기 선수같은 우락부락한 외모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IMG_5290.jpg 열창하는 제임스 헷필드, 평화로운 관객들..

다시 공연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For whom the bell tolls로 등장한후 그들의 메가 히트곡들인 Master of Puppets - One - Nothing else matters - Enter Sandman 를 연달아 불렀다. 중간에 쉴새도 없이 뛰고 소리지르게 만드는 세트리스트! 이번 공연에 동행한 메탈리카의 음악을 처음들어보는 내 친구도 메탈리카 음악이 정말 좋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날씨좋은 센트럴 파크의 주말을 즐기는 평화로운 뉴욕 시민이었다.


아무튼 메탈리카는 단 5곡의 짧은 무대를 보여줬지만 그들의 연주와 카리스마, 밀도있는 세트리스트 덕분에 정말 멋지고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이 페스티벌 며칠뒤 뉴욕의 웹스터 홀에서 새 앨범 프로모션차 단독 콘서트를 가졌는데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1월 11일 한국 내한공연!!)


메탈리카의 무대 이후, 어두워진 센트럴파크가 슬슬 켄드릭 라마와 리아나의 무대를 기다리는 팬들의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IMG_5295.jpg 남자가봐도 훈훈하다..

휴 잭맨이 올라와서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곧이어 등장한 good kid, 켄드릭 라마!


kendrick-lamar-1.png?type=w3 이미지 출처 - Miss Info


켄드릭라마는 등장하자마자 거의 쉬지않고 폭풍같은 랩을 보여줬다. 14곡, Outro까지 포함하면 총 15곡을 보여준 켄드릭 라마. 페스티벌이라기보다는 켄드릭라마의 단독 콘서트 같은 분위기였다. 켄드릭 라마 이전까지 국내외 많은 랩퍼들의 공연을 봤지만 랩스킬로 이렇게 감탄한적은 없었다. 정말 잘한다..라는 신음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어느정도 클래스있는 랩퍼들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쉴새없는 퍼포먼스중에도 숨한번 거칠어 지지않고 뛰어난 랩을 선보여줬다.


-켄드릭 라마의 Global Citizen Festival 세트리스트


3번째로 부른 <Backseat Freestyle> 인트로인 '아릥낑낑~'이 나올때 관중들의 환호성은 낮에 나온 메탈리카 공연때 있던 그 관중들이 맞나 싶을정도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이어지는 <m.A.A.D city>와 <Swimming pool(Drank)>의 비트에 맞춰 다같이 몸을 흔들며 센트럴파크에 모인 관중들의 열기는 미친듯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공연 막판에 나온 <Bitch Don't kill my vibe>와 <King Kunta>!! 중간중간 후렴부분과 추임새부분에서 관중들이 보여준 떼창은 한국이 자랑하는 떼창 못지 않았다.(이로부터 몇주뒤, 이보다 더 심한, 한국을 뛰어넘는 떼창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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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공연때 찍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다. 여자로 보이는 저 관중은 꽤 오래동안 저렇게 올라서서 온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2000년대 들어서 흑인음악이 음악차트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특히 최근 몇년간은 완전히 압도했던것은 알고있다. 덕분에 힙합은 흑인들의 음악이라는 인식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지만 켄드릭 라마의 공연에서 흑인 물론 말할것도 없고 내 주위의 수많은, 거의 모든 백인,황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광하고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약 한시간정도 켄드릭 라마의 랩에 흠뻑 빠지고 흥이 오를데로 오른 나와 수많은 관중들. 이제 남은무대는 리안나.


비욘세가 21세기 팝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최근에 보여준 리안나의 활동과 행보는 여왕 이상이었다. 완성도높으면서도 대중적인 앨범, badgirl이라는 이미지 메이킹, 유행을 선도하는 화려한 패션들.. 대중의 인기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미국내 모든 10-20대 여성의 우상인 테일러 스위프트에 버금가는 리안나이다.


그래서일까? 이 우주대스타는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등장을 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페스티벌 호스트들의 시간과 다양한 영상을 보는 시간이 있었지만 무대를 기다리는 관중들의 열기와 흥은 점점 떨어져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켄드릭 라마 무대 이후 약 1시간 30분정도 지난후 크리스 마틴이 올라와 사과를 했다. '리안나가 조금 (많이) 늦게 도착했다. 지금 무대 뒤에서 공연할 준비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프린스의 Raspberry Beret의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하며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리안나가 나온다. 그녀는 지금 메이크업 중이다~' 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프린스곡의 멜로디도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도 귀여운 가사도 참 좋았다.


직접 보고 확인해보시라.


그렇게 오랜 기다림후 2시간후 리안나가 드디어 무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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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과 추위로 불평을 내뱉으며 웅성거렸던 관객들은 모두 언제그랬냐는듯이 리안나의 첫 곡 전주가 나오자마자 금새 아까의 열기를 되찾고 무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모두 같이 리안나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미국식 떼창을 보여줬다.


리안나도 앞선 아티스트들처럼 꾹꾹 눌러담은 최고의 세트리스트로 꾸려진 엄청난 무대를 선보였다.


-리안나의 Global Citizen Festival 세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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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빌보드차트와 방송,스트리밍 사이트를 지배해온 그녀답게 끊임없는 자신의 히트곡들을 들려줬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피쳐링 아티스트로 참여한 힙합 트랙들 ( T.I의 <Live your life> ,Jay-Z의 <Run this town> , Kanye West의 <All of the light>)도 메들리로 보여주며 힙합팬들의 열기또한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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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은 히트곡을 갖고있는 그녀이기에 21곡이나 되는 곡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못부른 히트곡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 <Disturbia>와 <Rude boy>, <California King Bed>를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이 글을 포스팅하며 리안나의 전체 정규앨범들을 다시 찾아봤는데... 리안나의 극성팬이 아닌 나임에도 많은 곡들을 들어봤고 좋아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속, 그녀의 무대도 막바지로 향해갈때 나온 <Diamonds>. 몽환적인 반주에 맞춰 몸을 흔드는 리안나. 관중들의 함성이 가장 컸던 곡도 아니었고 그녀의 가장 큰 히트곡도 아니다. 하지만 이 곡과 퍼포먼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내게는 제일 인상적으로 남았던 무대였다. 내가 느끼는 리안나 공연의 클라이막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비교적 잔잔한 어쿠스틱 곡인 <FourFiveSeconds> (띄어쓰기 안한게 아니다. 원래 곡명이 이렇다..) 함께 불렀던 카녜 웨스트와 폴 매카트니경은 없지만 리안나 혼자만으로도 긴 페스티벌의 막내릴 준비를 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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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Love on the Brain>으로 그녀의 무대를, 센트럴 파크를 음악으로 가득채웠던 그 주말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시원한 뉴욕의 가을날씨를 즐기며, 센트럴 파크의 넓은 잔디밭에서 내가 좋아하는 랩퍼와, 요즘 제일 잘나가는 뮤지션, 전설적인 락밴드의 무대를 즐기다니. 미국 도착후 처음으로 즐기는 콘서트를 제대로 즐겼다.

밤 11시가 훌쩍 넘은 상태에서 센트럴파크의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힘들게 나온후 코리안타운으로 이동해 바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힘을 보충하며 완벽한 마무리까지.


(할 당시에는 귀찮았지만) 의미있는 Global Citizen의 활동들도 지원하고 실력있는 멋진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도 보고 센트럴파크의 가을도 즐길수 있었던 최고의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