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정도는 나의 순수한 마음으로, 나머지 반은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오랜만에 손편지를 썼다.
생각해 보면, 건조하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던 순간들을 마련해 준 사람들이었다. 마음을 저리게 한 감정들을 떠올리니 쓸수록 진심이 되어 갔다.
휴대폰의 메모장 앱으로 쓴 초안은 제법 괜찮았는데, 종이에 옮겨 적고 나니 투박한 손글씨 때문인지 묘하게 어설픈 느낌이 되었다. 다정하고 사랑 가득한 편지를 적는 데에는 생각보다 재능이 없음을 깨달았다. 편지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 글이 결국 상대에게 읽힐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과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진심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마음을 숨기는 것도 아닌 ㅡ 적당한 수준에서 나의 마음을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면 종이 위 적힌 문장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해야겠다 느꼈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라 느껴지는 문장 하나도 사실은 수많은 감정들을 짚으며 고민한 것일지 모르니 말이다. 정확하게 적히지 않은 마음이 서툰 문장들로 남더라도, 그 안의 몇 배는 다정한 마음을 읽기 위해 아주 조금만 더 들여다본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