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되기 시작한 이메일과 뉴스레터
콘텐츠 공부를 시작하면서 트렌드와 뉴미디어에 관한 정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양서를 통해 통찰력을 얻는 것도 좋았지만, 빠른 속도로 변하는 트렌드의 분석을 얻기 위해선 뉴미디어 또한 유용했다. 생각노트, 퍼블리와 같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뉴미디어를 접하면서 몇몇 웹사이트들이 뉴스레터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들의 뉴스레터를 하나 둘 구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이메일을 인증메일을 받거나 광고메일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했다. 보통 회원가입 후 이메일을 필수적으로 적는 칸에 메일 주소를 적고나면 꾸준히 광고메일을 받는 것이 이메일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계속 늘어나는 메일을 관리하기 힘들어지면 999+라는 숫자와 함께 메일함을 방치하곤했다.
하지만 뉴스레터를 하나 둘 구독하면서 메일함에 읽을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읽기 위해 이메일의 푸시 알람을 기다리기도했다. 내가 구독한 뉴스레터는 개별적인 연재 글도 있었고, 외부의 다른 글을 소개하는 글도 있었다. 메일함으로 오는 뉴스레터들은 마케팅 메일과 콘텐츠가 담긴 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모습이었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퍼블리의 경우 자사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인기 있었던 콘텐츠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짧은 소개로 이루어진 글을 작성해 발송한다. 제목에 하이라이트된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퍼블리 웹페이지로 접속하며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는 뉴스레터 '오디티 스테이션'을 통해 음악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매주 주제에 따라 최신 콘텐츠들을 구성하거나, 새로 나온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선정해 소개하는 글을 보낸다. 오디티 스테이션은 링크가 걸린 이미지를 클릭하면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뉴스레터라는 콘텐츠 혹은 비즈니스 모델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대화체로 구성된 콘텐츠를 이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뉴스레터를 제작한다. 뉴닉은 현재 7만 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최근 6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성장하고 있다.
뉴닉의 경우처럼 뉴스레터는 독자적인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고, 이메일함은 뉴스레터를 통해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뉴스레터는 기존 언론의 대안적 형태로 등장한 미디어다. 모바일과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전통적 미디어의 대안이었으며, 기존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뉴미디어의 대안이었다.
뉴욕타임즈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전통적 언론사였다. 뉴욕타임즈는 2014 혁신보고서를 통해 저널리즘의 위기와 대안을 말하며 디지털과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되는 시장에서 저널리즘의 미래를 진단했다.
뉴욕타임즈가 당면했던 상황은 디지털 혁신을 등에 업고 뉴욕타임즈를 따라온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경쟁언론들의 등장이었다. 이로인해 뉴욕타임즈 웹페이지의 트레픽이 감소했으며 이는 곧 기존 수입원이었던 광고수익의 감소를 의미했다.
뉴욕타임즈가 진단한 문제점은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들과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신문은 구독자에게 신문을 직접 배달하는 방식이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저 웹사이트에 신문을 올리고 독자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디지털 저널리즘의 새로운 유통을 위해 독자 중심적인 전략을 제시했고,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활용한 전략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즈는 뉴스레터를 통해 디지털 시장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보통의 언론사들의 뉴스레터가 1~2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뉴욕타임즈는 5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기존 신문처럼 정보의 중요도에 따른 뉴스 브리핑을 발송하기도 했고, 독자의 취향에 맞게 기술, 문화, 비즈니스 등의 분야에 따른 큐레이션을 제공했다.
뉴욕타임즈는 뉴스레터와 함께 유료화 전략 등을 이용해 디지털 시장에 적응해 나갔으며, 2017년 3분기의 광고수입이 11%가 증가하고, 디지털 구독자가 10만 5,000명 증가한 성과를 달성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전통적인 언론들이 영향력을 잃어가고, 넘쳐나는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양질의 정보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몇몇 뉴미디어 언론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했다.
2016년 설립된 미국의 언론 악시오스(Axios)는 고가구독 모델을 이용해 기록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악시오스는 디지털 환경에 대해 독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들이 넘쳐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를 통해 독자가 원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제공했다.
악시오스는 핵심 주제에 대해 간결하고 요약된 기사를 제공했으며, 효율적인 정보전달을 추구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200단어 이내의 기사를 작성하도록 훈련했으며, 믿을 수 있는 효율적인 정보를 만들었다. 이후 악시오스는 2018년 월 1,180만명 방문자와 36만명의 뉴스레터 독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뉴스레터들의 성공을 말하기 앞서, 기존방식의 뉴스레터들은 콘텐츠의 성격보다 광고의 성격이 강했다.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는 뉴스레터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가 담긴 메일을 계속 보냈고, 일방적인 정보전달방식 때문에 스팸메일이라고 인식되는 뉴스레터만 늘어났다. 선별된 정보제공이라고 해도, 단순히 독자들이 관심 없는 마케팅적 정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광고성 뉴스레터는 독자 중심의 '필요한 정보'는 없었으며, 발신인의 마케팅 의도에 부합하는 정보를 나열한 광고수단으로 쓰이고 있었다. 독자는 발신단체로부터 메일 수신에 동의했다는 사실 외에 마케팅 메일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다.
이와 달리 현재 주목받는 뉴스레터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구독 기반의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구독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신동의 이외에 뉴스레터가 독립적인 콘텐츠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플랫폼의 역할이든, 자체적인 글을 전달하는 콘텐츠의 역할이든 뉴스레터 자체의 충분한 가치가 보장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구독을 신청한 것이다.
뉴스레터 제작은 마케팅과 트래픽 증가의 목적을 아예 배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뉴미디어 언론사인 악시오스는 다른 언론사들과 동일하게 광고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네이티브 광고를 통해 광고 도달률을 높이고 광고수익 또한 높였다. 이는 악시오스의 뉴스레터가 광고의 유무와 상관 없이, 독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뉴스레터는 '뉴스'와 '레터'의 두 가지 성격을 지닌다. 뉴스레터는 정보전달의 역할과 독립적인 콘텐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뉴스레터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이 두가지 요소의 비중이다. '뉴스'의 성격이 강해지고 정보전달의 역할이 부각된 뉴스레터는 단순히 외부링크를 모아둔 마케팅 메일이 되며, '레터'의 성격이 강해지면 이메일로 전달되는 독립적인 콘텐츠가 된다.
이슬아 작가가 연재하는 '일간 이슬아'는 매달 1만원에 20일 동안 수필을 이메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다. '일간 이슬아'는 외부 웹페이지의 글을 링크로 전달하지 않으며, 마케팅 목적으로 글을 발송하는 것도 아닌 독립적인 수필을 이메일을 통해 판매한다. 이것은 뉴스레터의 두 가지 성격 중 '레터'에 완전히 집중한 구독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뉴스레터의 '뉴스'와 '레터'의 두 가지 요소를 섞기 위한 방법은 큐레이션이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을 피하려면 독자의 요구를 파악한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독자적인 콘텐츠로 수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몇몇 뉴스레터들은 큐레이션의 방법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오디티 스테이션'의 경우, 한 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선정해 뉴스레터를 작성한다. 주제에 따른 큐레이션은 개별적으로 소개될 수 있는 콘텐츠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고, 콘텐츠들을 담는 컨테이너가 다시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게 한다.
독립적인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는 뉴스레터는 높은 열람률을 보이며, 동시에 웹사이트로의 유입 가능성 또한 높인다. 이처럼 큐레이션을 이용한 뉴스레터는 마케팅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콘텐츠에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뉴스레터의 플랫폼인 이메일은 뉴미디어 환경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이전의 메일의 용도는 파일 전송과 온라인 상에서의 대화 수단이었다. 하지만 IM과 드롭박스, SNS의 등장 등으로 대화수단과 파일 공유의 이메일은 몰락했고, 디지털 환경에서 이메일의 역할은 잠시 축소되었다.
이메일의 몰락과 SNS의 부상으로 인해 콘텐츠 전달과 마케팅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는 SNS 채널이 되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하락세와 더불어 SNS마케팅의 안정성은 의심받기 시작했다. SNS의 의존도가 높은 뉴미디어 언론사들은 페이스북 트레픽 하락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SNS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마케팅 성과가 좌우되는 환경은 더욱 SNS의 불안정성을 늘렸다.
이러한 SNS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이메일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과 밀접함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는 구글, 네이버 아이디와 같은 계정에 항상 접속되어있다. 그래서 PC나 스마트폰 기반의 활동을 위해서라면 계정과의 연결을 끊을 수 없다. 이메일이 이러한 계정에 연결되어있는 개인적인 우편함이라는 점은 어느 SNS채널보다 더 밀접한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SNS와 어플의 점유율과 관계없는 이메일 채널은 미디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을 보장한다.
뉴스레터는 '글'을 담는 콘텐츠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뉴스레터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참여의 유도, 그리고 편리한 제작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 참여자와 탄탄한 제작 지원 서비스가 있어야 콘텐츠와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다.
국내의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인 '스티비'는 뉴스레터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정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뉴스레터, 팟캐스트 제작 지원 서비스인 '서브스택(Substack)'은 유료 뉴스레터 개설을 도우며 제작자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돕고있다. 실제로 많은 뉴스레터 제작자들이 뉴스레터 제작 툴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수익창출의 기회 또한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과 빅데이터가 보여준 개인화된 정보의 패러다임은 디지털 시장에 정착되었다. 이메일 플랫폼을 활용한 뉴스레터 콘텐츠는 개인정보 이용 이후의 개인화된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열고있다. 이메일과 뉴스레터를 통해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글'플랫폼의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