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곤 <나 회사 너무 오래 다닌 것 같아> 중
주인의식, 말이 쉽지……
주인의식은 주입하거나 교육시켜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주인의식은 내가 진짜 주인이거나, 주인 대접을 받았을 때만 생겨난다.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만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내가 조직의 한낱 부품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느낀 경험이 있어야 한다. 주인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요되는 주인의식은 그저 잔소리일 뿐이다.
주인의식을 말하려면 우선 주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올바른 목표와 가치 공유, 성과에 대한 정당한 피드백 등이 포함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말로도 주인의식은 생겨나지 않는다. 주인의식은 단순한 이벤트나 교육을 통해서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며 회사와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통해 직원들의 의식에 ‘내가 주인이구나.’라는 생각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인의식에 따르는 책임과 권한에 대한 범위가 사람마다 다른 것도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과연 직원은 어느 선까지 주인의식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수직 구조의 회사에서 아래 직원이 상부에 보고 없이 주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주인의식이 넘쳐 컨펌 없이 추진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네 거냐? 왜 너 마음대로 하냐.”라는 구박을 받을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을 익히 아는 직장인들에게 주인의식은 가당찮은 말이다.
게다가 주인의식을 발휘하면 조직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호수에 오리들이 살고 있다. 흰 오리, 검은 오리, 회색 오리 그리고 얼룩덜룩한 놈도 있다. 이 호수의 주인이 오리들에게 ‘호수는 너희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흰 오리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호수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힘들더라도 밤 늦은 시간까지 물 위의 쓰레기들을 호수 밖으로 옮겨 놓았다.
하지만 흰 오리는 이내 주위의 시기와 질시를 받는다. “지가 뭔데 혼자 난리지?” “혼자만 잘난 척하네.” “잘 보이려고 저러나?”라는 말도 듣는다. 다른 오리들의 시기를 받으며 혼자가 되어 버린다. 결국 흰 오리도 생각을 바꾸게 된다. “나도 그냥 남들처럼 저렇게 살아야지.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서 이러고 있나?” 한탄하며 말이다.
젊고 패기 있는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들어와 금세 실망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해 봐야 다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혼자 독야청청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그리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다른 이들처럼 검게 변하거나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직원에게는 직원의식을
그렇다면 직원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일에 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원에겐 ‘직원의식’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회사와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지키고 그 시간 동안 당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위해 숫자로 된 성과를 내 주기 바랍니다. 회사는 당신과 서면으로 약속한 금액을 매달 지급할 것이며, 조직의 구성원인 당신에게 이러한 편의와 혜택을 제공해 주겠습니다.”
회사는 이렇게 ‘직원의식’을 말하는 것이 맞다. 아울러 직원들이 올바르게 일을 하도록 명확하게 수치화되고 납득할 수 있는 ‘목표’를 주어야한다. 또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야 하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적확하게 ‘권한 위임’을 해야 한다.
이런 직원의식을 위해 회사가 해 주어야 하는 일의 대부분은 중간관리자인 팀장을 통해 전파된다. 중간관리자인 팀장은 일반 직원에게는 곧 회사의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
그리고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 중인
손성곤 저자가 전하는
'꼰대와 선배 사이'
'퇴직과 이직 사이'
월급쟁이들이
직장에서 진화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