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침 출근길의 메이트는 “조정식의 fm 대행진”이었다. '이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식디는 에너지 뿜뿜하며 아침 방송을 하고 있을 테고 그 텐션 언젠가는 다시 찾아가겠으나, 지금 나는 잠시 다른 세상에 있다. 여행을 다녀오면 어김없이 남는 후유증을 위한 나의 처방은 그곳에 더 깊이 빠지는 것이다. 작년 싱가폴 여행 이후엔 싱가폴 여행 카페에 가입해서 남들이 올려놓은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치유를 했었고, 올해 미국 여행 이후엔 각종 영상과 영어 방송에 푹 빠져 지냄으로 후유증을 이기고 있는 중이라 잠시 식디랑 거리두기 중인 거다.
아무튼 조금 시간을 되돌려, 식디와 굿모닝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문자를 보내며 아침을 깨우던 그때, ‘콩식이랑 옴뇸뇸’ 주제가 ‘어릴적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콩식이랑 옴뇸뇸 : 그날의 주제에 맞는 사연을 보내고 당첨이 되면 간식을 받을 수 있는 코너) 고민할 것도 없이 떠오른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은 밤잠을 못 자던 모습이었다.
그때는 어둠이 무서웠다. 잠드는 게 무서웠고, 그 밤에 모두의 순간이 멈추는 게 무서웠고 그래서 쉽게 잠들지 못했었다. 그 두려움을 못 이겨 내가 택한 방법은 언니 깨우기. 나 혼자 깨어 있을 수 없으니 옆에서 자던 언니를 툭툭 건드려 깨웠고 자다 깨 짜증이 난 언니와 투닥대면 엄마가 깨고.. 그렇게 나만 깨어 있는 게 아닌 상황이 한바탕 지나가면 어느새 스르륵 잠들었던 나였다.
그래서 이렇게 사연을 보냈나 보다.
"밤이 무서운 영아, 걱정하지 마. 네가 잠든 사이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둠을 빛으로 밝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잠들면 좋겠어, 좋은 꿈 꾸고. "
사실 보낼 땐 당첨되면 그날의 소소한 간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식디의 목소리로 그 사연을 듣는데 아침부터 주책맞게 눈물이 찡한 거다. 뭐지 이거? 이렇게 위로를 받는다고?
어릴 적 그 모습으로 가끔 언니와 에피소드인 듯 얘기는 했지만 그때의 나를 안쓰러워해 본 적은 없는 듯도 하다. 그날 내 마음을 식디의 목소리로 들으며 묘하게, 진하게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안쓰럽던 어릴 적 내 모습에 더 이상 마음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문득 그런 '맞음'이 내 일에서도 아주 자주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일들이 아주아주 많으면 좋겠다. 내 힘으로 안되는 순간들에 우주의 기운이 마구 닿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