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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겁쟁이 May 30. 2024

"한번 찍어봐"라며 카메라를 건넸다

포토그래퍼 어시로 일한 지 어느덧 5개월 차다. 시간이 참 빠르다. 어시 초반에는 스튜디오 이벤트였던 "서브 스냅"이 있어, 카메라를 많이 잡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벤트가 끝이 나고 있어, 인물 스냅 찍어주는 일이 없다. 요즘 내가 찍는 건, 이미지 컷 정도랄까.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열심히, 충실히, 멋지게(?) 실장님 옆에서 어시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촬영 마지막쯤에 실장님께서 한 마디를 하셨다.


"OO씨, 직접 한번 찍어드려봐요"


이 말을 듣고 내가 한 첫 번째 말,

"에...? 제가..? 갑자기요..?"


다시 생각해도 진짜 개 멋없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일단 카메라를 건네 받고 "알겠습니다. 한번 찍어볼게요"라고 답했다. 다행히 신랑, 신부님께서도 기분 좋게 받아들여주셨다. (실장님이 어차피 다시 찍거든요)


에어컨을 18도로 틀어놔서 땀이 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러닝머신 20분 탔을 때만큼의 땀이 나기 시작했다. 땀과 동시에 평소 사진 찍을 때, 이미지 컷 찍을 때는 그렇게 잘 눌렀던 카메라 셔터를 못 누르겠더라.


그래도 '나, 5개월 차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라는 생각에 최대한 셔터를 누르려 하고, 이와 동시에 "한번 정면으로 서보실게요! 카메라 보고~ 서로 마주도 보고~ 가볍게 손도 잡아볼까요?" 등등 생각나는 말들을 다 뱉었다.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몇 컷 찍고 실장님 쳐다보는 행동을 3번 정도 하고 나니, 그제야 카메라를 내 손에서 가져가셨다. 촬영이 끝나고 내 사진을 보니, 나는 같은 곳에서 가만히 찍었는데 앵글이 미친 듯이 다르더라. 실장님 왈, 손을 발발 떨었다고 한다.


솔직히 카메라 받기 너무 무서웠고 '왜 갑자기 카메라를 주셔서 나를 힘들게 만들어..!' 싶었지만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떨림을 느껴봐서 다행이다...',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구나...', '내가 너무 어시의 일만 하고 있었네, 나는 실질적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데...'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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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위 얘기를 이사님에게 했더니 "ㅋㅋㅋㅋ 어땠어? 야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빼지 않고 찍어본 건 잘했다"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기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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