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의 음반 리뷰
A583 바흐: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BWV1014-1019
트리오 소나타는 18세기 기악 작곡의 시금석이었다. 두 선율 성부와 베이스가 각자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것, 바흐는 이를 “모든 성부가 서로를 통해 놀랍도록 엮여 작동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BWV1014-1019의 여섯 소나타는 그 이상의 정점이다. 바흐가 하프시코드를 단순한 반주 악기가 아닌 오블리가토 파트너로 격상시켰기 때문에, 이 음반에서 두 연주자는 대등하게 만난다. 그린골츠와 코르티는 각 소나타의 개성을 믿음직하고 능수능란한 대화로 생생히 펼쳐낸다. 위촉곡인 앤드루 맥킨토시의 <테르티아 데피키엔스>는 바흐보다 앞선 옛 조율법으로, 평균율로는 들을 수 없는 음정을 되살렸다.
연주: 일랴 그린골츠 (바이올린), 프란체스코 코르티 (하프시코드)
디아파종 도르, 스케르초 익셉셔널
A573 C.P.E. 바흐, W.F. 바흐, 벤다: 하프시코드 협주곡 외
후기 바로크와 빈 고전주의라는 두 기둥 사이, 감성주의(Empfindsamkeit) 세대는 아직도 일반 청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코르티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 Sense and Sensibility>을 길잡이 삼아 이 역설의 시대를 항해한다. 형식의 엄격함을 벗어나 개인적 감정 표현을 최고 가치로 삼았던 세대, 그러나 아버지 바흐의 그늘 아래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한 두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의 <드레스덴 신포니아>와 협주곡,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의 <폴리아 변주곡>과 ‘안단테’, 그리고 베를린 악파의 충실한 계승자이자 독자적 목소리를 찾은 게오르크 벤다의 두 협주곡을 한 자리에 모았다.
연주: 프란체스코 코르티 (하프시코드), 일 포모도로
디아파종 도르, 쇼크 드 클라시카, 텔레라마 만점
ALPHA996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쇼뱅의 ‘심플리 모차르트’ 3부작이 이 음반으로 완결된다. E플랫 장조라는 조성이 세 작품을 하나의 호흡으로 엮는다. <코지 판 투테> 서곡은 음반 전체를 압축한 소우주로, 우아함과 신랄함,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모차르트 특유의 신비한 세계로 단숨에 끌어들인다. 교향곡 39번은 제목도 없고 떠들썩하지도 않지만, 이웃한 두 곡(40번, 41번) 못지않게 많은 것을 말한다. 그 사이에 <신포니아 콘체르탄테>가 있다. 모차르트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레퍼토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비올라 협주곡일지 모를 이 작품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스가 쇼뱅과 협주한다.
연주: 쥘리앙 쇼뱅 (바이올린), 르 콩세르 드 라 로주, 아미하이 그로스 (비올라)
스케르초 익셉셔널
ALPHA1074 드뷔시 & 시마노프스키: 현악 사중주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이끌던 두 작곡가를 묶은 앨범.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인도네시아 타악까지 흡수한 청년 드뷔시(1893)는 프랑크의 순환 형식을 자유롭게 변용해 인상주의의 문을 연 기념비적 작품을 썼다. 시마노프스키의 첫 사중주(1917/24)는 러시아 혁명으로 완성이 지연된 채 피날레 없이 남겨졌지만, 인상주의 음향과 첨예한 다조성 탐구를 결합한 독창적 언어를 들려준다. 사중주 2번(1927)은 라벨에 대한 오마주이면서도 타트라 산악 민속음악의 격렬한 리듬과 버르토크의 긴장감을 품어 시마노프스키 후기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 시대의 발견상을 현악 사중주라는 가장 내밀한 형식으로 추적한 탁월한 기획.
연주: 벨체아 사중주단 (제2 바이올린 강수연)
디아파종 도르,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CKD772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외
2009년 당시 17세로 뮌헨 ARD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했던 박혜윤은 린 레이블 데뷔 앨범. 박혜윤은 ‘침묵을 강요받은 두 작곡가’를 하나의 서사로 묶었다.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 1번은 1948년 당 문화 총책 즈다노프로부터 ‘형식주의자’로 낙인찍힌 작곡가가 서랍에 감췄다가 스탈린 사후 2년 뒤인 1955년 초연한 작품. 네덜란드의 헨리에터 보스만스는 나치 점령기 저항으로 금지되었다가 1952년 56세로 타계한 여성 작곡가. 약혼자의 돌연사 직후 쓴 그녀의 <협주 소품>(1934)은 2022년 저작권 해제 뒤 재조명된 숨은 걸작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초기 습작이 억압과 망각에 맞선 음악적 회복력의 증언을 당당히 마무리한다.
연주: 박혜윤 (바이올린), 서독일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게르겔리 마다라스 (지휘)
BBC뮤직매거진 이달의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