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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론 프라이 Mar 30. 2023

맥락없이 듣는 오늘의 한곡 (1)

옥상달빛 /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아마 우린 또 다시
슬픔을 감추며 살겠지



이번 포스팅은....

옥상달빛의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이다.


이 곡은 2020년 7월에 발표된 그들의 5번째 EP앨범 [Still a Child] 에 수록된 곡이다.


옥상달빛을 처음 알게 된 건, 10년 전쯤 유희열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다. 당시, 매주 고정 게스트로 10cm 와 함께 옥상달빛이 등장했었다. 나는 그 코너를 즐겨 들으면서 옥상달빛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물론, 그때는 권정열과 김윤주가 부부가 될 거라는 건, 꿈에도 몰랐지만...









SIDE A


옥상달빛의 노래는 솔직하다.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다.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내 현실을 한 측면을 되뇌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의 현실 속 또 다른 측면에 공감하기도 한다.


이게 그들의 노래에 대한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지금 포스팅하는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도 이런 이유로 나에게 놀라운 현실감을 전달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살면서... 많게 또는 적게...

"괜찮지 않은 밤"을 겪은 후, 맞이한 현실적인 시간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게 학창시절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고 맞이한 시험 첫날의 아침일 수도 있고,


전날 밤 9시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후, 혼자서 무너져버린 마음을 품고 선 잠을 깬 새벽일 수도 있고,


중요한 계약을 나의 책임으로 날려버리고, 밤새 다음날 출근을 할지 말지를 서른 일곱번이나 고민하다, 결국 출근을 위해 도살장 가듯 첫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렛폼 노란선 앞에 서 있는 시간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맞닥뜨려, 장례를 치리고, 장례비용을 정산하고, 부의금 리스트를 정리한 후, 삼일장에 지친 가족들이 모두 잠든 다음날 이른 아침에, 그저 물을 먹기 위해 들어간 부엌에서, 정수기에 컵을 갖다 대는 순간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 노래는 이런 모습들의 삶과 시간에 대한 노래다.



https://youtu.be/OAEOdCK7dTs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라이브 클립




이 노래 도입부에서 김윤주는 내게,


아래의 가사 처럼...


어제 또는 언젠가 "그런 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나직한 음성으로 공감을 표한다.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이 지나고

눈물을 안고 하루를 살아내


괜찮아 괜찮다고 말하다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도입부는 연주가 없이 순수한 가창으로만 진행된다. 이런 전개는 그녀가 우리의 상황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래 가사의 첫 음절 "또~" 부터 연주와 가창이 함께 진행된다.


또 참고 있던 눈물이 나

점점 두려워져


미안하다는 그 말

그 말에 또 무너져도


이 부분부터...

밀려오는 현실감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쏟아진다.


가창으로만 이루어진 도입부를 지나, 연주가 병행되는 부분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전개는 가사가 주는 맥락의 변화와 맞물려 듣는 내게 기막힌 현실감을 내던진다.


참 좋은 곡이다.


이 곡은 내게 그들의 첫번째 정규 앨범인 [28]에 수록된 [수고했어, 오늘도]를 떠올리게 한다. 두 노래는 닮았다. 하지만, 차이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 [수고했어, 오늘도]를 한번 살펴보자.



https://youtu.be/U3e4AOd-DzE
첫번째 정규 앨범인 <28>에 수록된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는 상대적으로 밝은 느낌의 곡이다.


스타카토 형식의 경쾌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도입부는 멜로디적으로 유쾌함을 가져다 준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그리고, 이어지는 리듬과 멜로디는 슬며시 고조되며 내게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이렇게 ~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이런 흐름은 이 곡을 상대적으로 밝은 뉘앙스의 곡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런 밝은 선율 위로 흐르는 가사는 매우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멜로디와 충돌을 야기한다.


이런 대비는 허울 좋은 "청춘"이라는 단어와 엄혹한 현실 속 청춘의 삶이 충돌하는 실재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야 말로 리얼한 현실감이 아닌가.


이제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과 [수고했어, 오늘도]의 닮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https://youtu.be/R_JIv7d_F1s
EBS <스페이스 공감> 중,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라이브 클립




내가 느끼는 두 노래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그들이 경험한 20대의 현실감과 30대의 현실감이 주는 닮은 점과 다른 점에서 오는 것 같다.


우선, [수고했어,오늘도]와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이 두 곡은 모두 녹녹치 않은 현실을 사는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낸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을 대하는 두 노래의 뉘앙스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수고했어,오늘도]는 부정적인 현실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한 뉘앙스는 밝은 톤의 멜로디와 "응원"이란 말로 다가온다. 이렇게 말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이건 그들 자신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고, 그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우리들에 대한 응원과 위로이기도 하다.


그래도 막연한 희망강요는 아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느끼는 이유는 [수고했어,오늘도]를 발표할 당시 그들이 20대 중반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힘들고 불안한 현실에 대한 막연한 극복의지 같은 것 말이다. 정말 막연한...


이러한 그들의 현실인식은 30대 중반인 2020년에 발매된 곡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에서 좀 더 부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인 뉘앙스를 갖게 된다.


이 곡은 응원과 극복의 의지만으로는 좀 처럼 덜어낼 수 없는 현실의 무게와 그로 인해 관성이 된 슬픈 삶의 실체를 약간은 냉소적인 뉘앙스로 전달한다


그들은 또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20대에 내 안에 존재했던 현실 극복의 막연한 의지가 많은 장애물로 지속적인 좌절을 격으며 냉소적으로 변한 자신를 실감하게 된다.


위로와 공감은 잠시 나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밤이 지나 아침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 슬픈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이 곡은 이런 현실의 실재감을 온몸으로 와닿게 한다.


참 솔직한 곡이다. 그래서 매우 사실적이다. 슬프지만...




SIDE B


이제 그들의 노래를 몇 곡 더 추천한다. 유명한 곡과 덜 유명한 곡을 섞어서...



https://youtu.be/zwKyXiSbi60
<없는게 메리트>






https://youtu.be/lAX0-INMlLU
<하드코어 인생아>







https://youtu.be/fnQiXMOp8V0
<걸어가자>






https://youtu.be/fu_cjlJpHSI
<희한한, 시대.>






https://youtu.be/1CMIm7gktN0
혼술남녀 OST 중 <떠날 수 있을까>





HIDDEN TRACK


[하드코어 인생아] 가 BGM 으로 사용된 시트콤 하이킥 3 중에서 백진희의 처량한 신세 씬~


정말 짤떡으로 잘 어울리는 장면 이었음~


그녀들의 노래는 이토록 현실적이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도 괜찮지 않은 밤] 으로 제가 직접 만들어본 영상도 함께 소개합니다~








life is a 픽션
written & created by 카메론 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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