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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Oct 19. 2022

등교를 거부하는 사춘기 아들

갈등해결난이도 ★★★★★ 

   아침식사 준비를 마친 뒤 작은 아이를 깨웠습니다. 아이는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 부터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는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뻗치는 것이 신경쓰인다며 아침에 샤워를 하고 학교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화장을 하며 출근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샤워를 마친 아이가 나와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 엄마, 어지러워요."

" 에고, 어지러워? 어떻하지?"

" 학교에 안갈래요. 학원도 안갈꺼예요."

"......" 

공부방 가기를 힘들어하는 아이의 투정이 최근들어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제 바로 나가봐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와의 실갱이를 또 해야하는 생각에 슬쩍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 그런데 어지럽다고 학교에 안 갈수 없을 것 같은 데...... 정말 몸이 힘들어서 도저히 갈 수 없을 때 학교는 빠지는 거야. 좀 힘들어도 참고 갔다와봐."

참고 갔다와봐라는 말이 떨어지자 아이는 화가 나 소리쳤습니다.

" 싫어! 난 학교에 안가요. 오늘 난 학교도 안가고, 학원도 안가고 아무 데도 안갈꺼예요. 오늘은 내 맘대로 할거예요!"

" 학교든, 학원이든 빠질 수는 없어. 네가 가기 싫다고 빠지는 게 아니야!"

" 상관없어요. 난 안갈꺼니까."

" 네가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해!" 

출근 시간이 늦어져, 마음이 조급해진 저는 아이에게 반 협박의 말을 남겨놓고 서둘러 집에서 나왔습니다. 가슴이 부글거리고, 무엇인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쌩하니 춥습니다. 좀 전까지 부글거리는 마음은 어디갔는지 금새 아이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 지금 밖에 날씨가 너무 추워. 옷 따뜻하게 입고 가." 

 " 나 지금 학교 갈 준비도 안하고, 게임하고 있어요.  나 학교 안갈꺼예요. 그런 줄 아세요. 뚜뚜뚜......."

아이는 할 말만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다시 분노가 일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전화연결도 되지 않고,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일단 담임선생님에게 아이가 등교거부를 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남겨놓고, 내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나의 감정과 욕구를 잠시 떠올려보았습니다.


 나의 감정 :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난다.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스럽다.

                 아이가 학교에 안갈까 두렵다.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아이와 잘 이야기하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스럽고 마음아프다.


나의 욕구: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 잘 다녔으면 좋겠다.

               아이가 따뜻하게 옷을 입고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으면 갔음 좋겠다.


나의 감정과 욕구들을 떠올려보니 아이가 걱정되고, 즐겁길 바라는 마음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아이에게 문자를 남겼습니다.


" 우리 아들 많이 힘든가보네. 조금만 힘내서 해봐. 하기 싫다가 아니라 네가 잘 마무리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끝까지 해냈으면 좋겠어. 학교도 옷 따뜻하게 입고 가고. 우리 아들 사랑해."


 공부방을 힘들어하는 아이는 언젠가부터 학교등교까지 거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아프다, 배아프다 하며 공부방 가는 전 날 밤부터 아이는 징징댔습니다. 더 이상 억지로 공부방을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  뜻에따라 10월까지 다니며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처음 생각과 달리 날이 갈수록 하루 빨리 그만두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처음 아이가 계획 한 대로 잘 마무리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지만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 실갱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 뒤 담임선생님에게 아이가 학교에 잘 왔다는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세지를 받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안간다고 하며 학교에 가 준 아이가 고마워 다시 문자를 남겼습니다.


" 가치 있는 것은 대부분 부딪쳐야 얻을 수 있다. - 헨리나우웬-

  오늘도 가치있는 것에 한발짝 나아가줘서 대견스럽다. 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걸 축하해!"


하교시간이 되서야 답문자가 왔습니다.

" 그래도 (나 자신과)싸우기 싫어요. 힘들고, 하기 싫고. 학원은 안갈꺼예요. "

" 그래, 많이 힘들지? 안하고 싶고, 그냥 쉬고 싶고, 티비만 보고 싶고 게임만 하고 싶고...

  우리 아들 엄마가 기도할께,  이겨낼 수 있는 힘 주시라고."


아이는 당일 학교와 학원까지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퇴근 후 아이를 대견하다며 끌어안아주었습니다. 아이는 저를 살짝 밀어내며 " 왜 그래?" 했지만 싫지만은 않아보였습니다. 그런 아들이 너무나 사랑스러보입니다.


  늘 시간에 쫒겨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기 보다는 무조건 가! 안돼! 협박과 명령으로 빨리 해결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이게 통한다 싶었는데 아이가 사춘기가 되니 아예 귀와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더이상 통하지 않는 방법이란 뜻이지요.  살짝 내 마음을 가다듬고, 내 감정과 욕구를 들여보니 내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나눠집니다.  내 감정이 복잡할 때는 수정이 가능한 문자나 편지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화가나면 말은 비난, 협박 등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기 쉽습니다. 무서운 것은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한마디 :  오늘도 잘 참아내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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