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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칠레 Oct 05. 2016

발파라이소, 샘솟는 영감

Top 10 cities for artistic inspiration
  
 2011년 Lonely planet 매거진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을수 있는 도시순위 10곳을 발표했습니다. 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유명 작가, 예술가가 집필 / 작품 활동을 했던 도시에 점수를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발파라이소는 전 세계에서 ‘예술적 영감이 넘치는 도시’ 무려 4위로 선정됩니다.
 https://www.lonelyplanet.com/travel-tips-and-articles/76217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려가면,  주위 자연 풍광이 점점 생기가 돌면서 넓은 골짜기 사이에 펼쳐진 포도밭을 지나게 됩니다. 칠레 최대 와인 생산지라는 카사블랑카 밸리입니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더가면 발파라이소에 도달합니다.

멋진 아르헨티나 여행자 커플



유네스코 도시역사지구
멀리서 대충 지나쳐 볼때는, 부산 감천이나 통영 동피랑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항구에서 시작된 도시 형태와 다양한 색감의 원색 페인트로 외벽을 치장한 주택외관을 볼때, 일견 비슷한면이 있습니다.
  발파라이소는 1800년대 후반 표현그대로 "산업에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 전 세계 항구도시 중 가장 급속한 발전을 이룬 좋은 도시발달의 한예로 꼽힙니다. 산업화 그리고 1세대 세계화 당시 유럽에서 유입된 부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형태의 도시기반 시설이 자리 잡습니다. 유네스코는 ‘19세기 후반 도시계획과 건축발달의 탁월한 사례’라는 이유로 2003년 항구에 인접한 일부지역을 발파라이소 도시역사지구로 선정합니다.  



적극적 시장 개방

남미대륙 한끝에 붙어있는 칠레는 일정 규모 이상 국가만을  대상으로 할때,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외딴 국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세계 3대 경제권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사막, 동으로는 평균 고도 5천미터대 안데스, 서쪽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 태평양 그리고 남으로는 남극대륙 사이에 가로막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적은 인구와 외떨어진 나라에겐 무역만이 살길입니다. 칠레는 어느국가보다 먼저 ‘개방’에 전력을 다합니다. 2004년 대한민국 첫 FTA 국가가 칠레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발파라이소 항. 사진우측하단 대한민국 대표선사 한진해운 냉동컨테이너가 선적을 기다리고


소또마욜광장 (Plaza Sotomayor)
컨테이너 터미널 바로 앞에는 소토마욜광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 쪽에서 광장을 바라볼 때,  정면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은 칠레해군본부입니다. 광장 오른쪽에는 칠레 대표 기업 중 하나이자, 남미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CSAV 본사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대리석 기반에 현대적 마무리가 어우러진 빌딩입니다. 19세기 말 페루, 볼리비아 연합군과 칠레 사이에 벌어진 ‘태평양전쟁’의 영웅 알투로 프랏 (Arturo Prat) 장군이 해군본부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외양으로 누구나 궁금해 하는 건물. 바로 해군본부 입니다


국기하강식. 절도가 없다없다 이렇게 부족할수가 ^^.. 한국군 일일입대라도 해야할듯.


아센솔 (Ascensor) 콘셉시온
 광장에서 해군본부를 등지고 우측으로 5분쯤 걷다 보면, 건물 사이로 아센솔 콘셉시온 (Ascensor) 입구를 만납니다. 아랫동네와 윗동네를 연결해주는 수동식 경사진 엘리베이터입니다. 발파라이소 여기저기 100년이 넘은 이런 아센솔이 여전히 운행중입니다. 안전 문제로 발파라이소 시정부에서 폐쇄를 몇번 검토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습니다. 채 20초도 안되는 탑승시간이지만, 타기 전 심장은 꼭 붙들어 매야 합니다.



Ascensor을 기다리는 유럽관광객, 여기서 부터 대략 5분
편도요금 300페소 (약 500원)
노약자, 임산부... 타셔도 무방하긴 합니다만...


콘셉시온 언덕
 아센솔에서 내리면, 전혀 다른 경관을 마주합니다. 오랜세월 매연에 찌든 대리석 외관 오피스 건물이 즐비한 아랫동네와는 달리 밝은 형형색색 주택, 호텔, 식당들이 여행자들을 맞습니다. 이름난 식당들은 사전 예약 없이는 자리 얻기가 영 수월치 않습니다. 어떤 근심거리와 함께 발파라이소를 방문했다면, 혹시 식당 입구에서 빈자리가 없다는 안내를 받더라도, 기죽지 말고 잠시 구경한다고 하며 이층 테라스 자리로 올라가면 됩니다. 탁 트인 발파라이소만 전경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근심이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언덕 초입, 아무런 장애물 없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주택가 앞줄은, 19세기 말 발파라이소가 과연 얼마만큼 번성했었는지.. 그 화려함을 확인해주는 대저택들을 한 집 건너 마주칩니다. 현재는 대부분 부티크 호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창한 오후, 천상의 화음을 노래하는 거리악사를 마주치는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네루다 하우스  La Sebastiana
 1994년 개봉되었던 이태리 영화 ‘일 포스티노’를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발파라이소에서 꼭 방문할 곳이 있습니다. 파도소리, 갈매기울음 이외에는 어떤 소음도 없는 한적한 이태리 외딴섬.. 순박하디 순박한 섬청년과 칠레에서 망명 온 노작가 파블로 네루다의 우정과 음율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서정시처럼 잔잔히 전개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실제로 네루다는 칠레공산당 당수였습니다. 비운의 대통령 아옌데가 피노체트 쿠테타과정에서 서거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만, 영화 속 네루다 망명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도 반전입니다. 현재 세 곳 네루다 하우스 중 내부 수집품과 전시물이 제일 미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네루다가 잠들어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 가볼 여유가 없다면, 이곳은 꼭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일정이 빡빡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둘러볼 수 있는 앞마당에서 발파라이소 전경만 눈에 담은 후, 기념엽서만 한 장 사고 나와도 아쉬운 대로 노벨문학상 시인의 감성을 담아 올수 있습니다.
 

아빠가 관리인에게 허락을 받았슴에도, 룰을 어기면 안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아들은 걱정스런 표정입니다. 2014.3



해군박물관 & 21 Mayo전망대
 발파라이소 항은 칠레 최대 상업항인 동시에 칠레 최대 군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상선이 접안하는 부두 반대편에는, 칠레국민 큰 자부심인 전함들이 365일 접안중입니다. 앞서 언급한 해군본부가 발파라이소 광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고, 터미널 바로 윗언덕에는 해군박물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앞에는 팔각정 전망대는 하루종일 방문객과 관광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쉼없이 바쁘게 활동중인 발파라이소 항이 손금처럼 들여다 보이고, 그 너머로는 해변 신도시 ‘비냐델마르’와 산티아고 부유층 주말별장지 ‘레냐까’로 이어지는 해안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발파라이소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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