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지 못했던 고민의 종착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다. 아니, 흘러야만 했다. 누구보다 소중했기에 누구보다 깊게 상처를 남겼던 사람, 그를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나도 살아야 했으니까. 두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이 달라졌다. 더는 울지 않았고, 더는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런 사람이 있었을 뿐이라고 나를 설득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이름이 내 휴대전화 화면 위에 다시 떠올랐다. 너무나 낯설고도 익숙한 이름.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스스로 놀랐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그 이름 하나로 다시금 심장이 조여드는 걸 느꼈다.
"그땐 내가 어렸어. 미숙했고, 표현을 잘하지 못했어. 상처 준 거 정말 미안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짧은 문장.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나는 잠시 화가 났다. 왜 이제 와서? 왜 그렇게 떠나버렸을까? 그때 내 마음을 헤아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지금 와서 사과 한마디로 그 모든 시간과 아픔을 지워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나의 지난 2년은 절대 짧지 않았다. 나는 그 공백 속에서 애써 무너진 마음을 붙잡았고, 혼자가 되어도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데 그는 지금, 너무도 가벼운 말로 다시 내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려 한다.
화가 났다가, 서운했다가, 다시 쓸쓸해졌다. 사실은 내가 그토록 잊으려 했던 것이 완전히 사라진 적 없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묻어두고, 덮어두고, 외면해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때 그가 미숙했듯이, 나도 미숙했다. 서로가 어설픈 사랑을 나누었고, 어설픈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러니 지금의 이 연락은 어떤 기회도, 어떤 의미도 아닐 것이다. 다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의 마지막 잔재가 만들어낸 파동일 뿐이다.
나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거의 사람이고, 나는 그 과거에서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그때와 지금의 우리는 같지 않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인정하는 데 2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