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알리는 작은 소음

by 서령

아침의 알람은 언제나 잔인하다.

시간을 알리는 단순한 소리일 뿐인데, 그 울림은 내게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깊은 잠 속에 남아 있던 온기를 단숨에 끊어내고, 마치 날카로운 명령처럼 나를 현실로 끌어올린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 나는 이미 하루의 무게와 마주한다.


계획은 날 도와주는 걸까.

빈 종이에 적힌 글자들은 언제나 완벽하다. 그 안에는 피로도 없고, 감정의 흔들림도 없다. 효율과 성취, 목표와 결과만이 차갑게 자리한다. 계획은 본래 따뜻하지 않다. 삶의 불완전함을 품지 못하기에 언제나 냉정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계획을 등대가 아니라 벽으로 느낀다. 나를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죄책감을 확인하게 만드는 차가운 거울처럼.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스스로 세운 계획을 배신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 잠깐의 해방은 달콤하다. 짧은 자유는 곧 무거운 죄책감으로 바뀌고, 미뤄진 일정과 흔들린 다짐이 하루 종일 내 곁을 따라다닌다. 결국 알람과 계획은 서로를 닮았다. 둘 다 냉정하고, 둘 다 피할 수 없으며, 둘 다 나를 시험한다.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알람은 정말 나를 일으켜 세우는가, 아니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지치게 하는가. 계획은 정말 나를 성장시키는가, 아니면 단지 좌절을 기록하게 만드는 도구일 뿐인가.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는 여전히 알람에 깨어나고, 계획에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냉정한 알람은 시간을 알려주고, 차가운 계획은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두 가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그것들이 내 삶을 정돈하지만, 동시에 나를 갉아먹는다. 이 모순은 늘 함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람을 맞추고, 계획을 적는다. 실패를 알면서도 반복하는 이유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리라는 희미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히 지켜낸 계획이나 정확히 맞춘 기상 시간이 아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계획이 무너질 때마다 또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반복 속에서 조금은 단단해지고, 어제보다 덜 흔들리는 내가 된다.


알람과 계획은 차갑다. 하지만 차갑기에 나를 끊임없이 일깨운다. 버겁고 힘들지만, 그 냉정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하루를 버티고, 또다시 다음 날을 준비한다. 차가운 기계음과 차가운 글자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9월이 다가오면서 하나둘 새로운 계획과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 모두가 힘차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수영장이 내게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