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늘 막연히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줄 알았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선택대로 살아가는 자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어른이라는 이름은 자유가 아니라 책임을 먼저 가져다주었다. 자유롭게 보이던 어른들의 세계는 사실 무게와 의무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어른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나는 어른답지 못하다. 가끔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무너지고, 누군가의 시선에 괜히 작아지기도 한다. 분명 사회는 나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안정과 위로를 찾고 싶어 한다. 이 불일치가 나를 자주 혼란스럽게 만든다. 머리로는 이제는 울지 말아야 한다고, 더 단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어쩌면 나는 아직 성장의 길을 걷는 중일뿐이고, 어른이라는 껍질 속에 아이가 숨어 있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일 때는 빨리 자라고 싶었다.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내린 선택들이 나를 따라다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오는 지금, 자유란 선물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또 다른 굴레임을 느낀다. 울면 괜찮아지던 시절은 끝났고, 눈물은 이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웃는 얼굴로 하루를 살아내는 것조차 일종의 책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배워간다. 불완전한 내 모습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여전히 아이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으로 불려야 하는 삶 속에서. 실패를 겪을 때마다 무너지고, 상처를 입을 때마다 한동안 길을 잃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작은 배움 하나를 발견한다. 세상은 늘 나보다 앞서 가지만, 나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도 결국 나만의 보폭을 만들어 간다. 성장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걸, 어른이라는 건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걸음을 의미한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나는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완전히 아이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 경계에서 서성이고,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다시 일어서면서 살아간다. 어른아이로서의 삶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솔직한 삶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버텨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억지로 어른답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아이 같은 나를 숨기기보다 받아들이고, 부족함을 감추기보다 인정한다.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성장과 미숙함 사이를 오가며, 강함과 약함 사이를 오가며, 성숙과 순수함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완성되지 못한 존재로서 흔들리며 걸어가는 그 길 자체가 삶이고, 결국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고 더 단단해진다.
성숙한 어른이 되려 애쓰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어리광 부리는 아이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