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는 건 늘 이상하다. 낮 동안 애써 잊고 있던 감정을 어김없이 꺼내놓게 만든다. 번잡한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라앉으면, 남는 건 오직 나와 내 마음뿐이다. 그 고요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얼굴, 오늘따라 더 선명한 그대가 있다.
한때는 그 사람의 눈빛 하나에 하루가 가벼워지기도 했고, 짧은 문자 하나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이 미움으로 바뀌어 내 안을 휘젓는다. 나는 잊고 싶은데, 머릿속은 자꾸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그대를 재생한다. 사랑이었기에 더 아픈 건지, 미움으로 바꾸어야만 겨우 견딜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헤어짐이란 단어는 언제나 차갑고 단호하다. 그러나 현실 속의 이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련이 가시지 않은 감정은 계속해서 흔적을 남기고, 사소한 말 한마디, 그날의 공기, 같이 걷던 길까지 모두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더 미운 그대는, 사실은 여전히 그리운 그대이기도 하다.
사랑은 끝났다고 믿었는데, 왜 나는 아직도 그대의 그림자를 쫓고 있는 걸까. 혹시 미움이라는 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은 아닐까. 누군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워할 이유조차 사라지는 게 당연할 텐데. 차갑게 식은 마음은 무덤덤해지고, 무덤덤해진 마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정말 밉다. 오늘따라 더 미워져.”
나는 안다. 이 미움은 사실, 여전히 붙잡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시간, 그 기억, 그 사랑. 그것을 지켜내지 못한 내 무력감이 결국 미움으로 변해버린 것 아닐까. 그래서 오늘따라 더 미운 그대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미움이기도 하다.
시간이 약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괜찮아진다는 건 어쩌면 위로의 언어일 뿐이다.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아물지 않는다. 다만 아픈 채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갈 뿐이다. 미움도, 그리움도, 언젠가는 옅어지겠지.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기 전까지는 오늘 같은 밤이 몇 번이고 찾아올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대를 떠올리며 미워한다. 그러나 동시에 안다. 언젠가 이 미움마저 사라지고 나면, 나는 더 이상 그대를 원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때가 되면,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고, 그대를 놓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이렇게 미워해도 괜찮다. 오늘따라 더 미운 그대를 미워하는 이 마음조차, 결국은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의 일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