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마음의 색

by 서령

노을이 져간다.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점점 희미해지고, 그 자리에 어둠이 서서히 스며든다.

그 경계의 순간이 늘 나를 멈춰 세운다.

낮의 열기와 목소리가 식어가는 하늘 아래서,

나는 어쩐지 조금 초라해진 기분으로 숨을 고른다.


오늘 하루도 나름 열심히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노을빛에 비친 내 모습은 유리창 너머의 그림자처럼 얇고 희미하다.

누군가는 이미 저 멀리 빛나는 건물을 향해 걷고,

누군가는 웃으며 전화를 받는데,

나는 그 사이 어디쯤,

빛과 어둠의 틈에 멈춰 서 있다.


바람이 불면 마음도 따라 흔들린다.

누가 일부러 밀지 않았는데도

작은 외부의 파동이 내 안을 뒤흔든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예상치 못한 일의 방향,

그런 것들에 내 하루의 무게가 쉽게 달라진다.

내가 중심을 잃는 건 언제나 외부의 탓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내가 너무 가벼운 탓일지도 모른다.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을 지나 짙은 남색으로 물들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덮고 벗기며

하루가 천천히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고요해진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잠시 멈춘 것처럼,

나조차 사라질 듯한 정적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마주한다.


그때 깨닫는다.

나는 늘 무언가가 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아무것도 되지 못한 순간에야

조금은 나다운 얼굴이 드러난다는 걸.

그 초라함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별빛이 선명해지는 것처럼,

내 안의 작고 희미한 불빛도

그제야 제 색을 낸다.


밤은 그렇게 나를 받아준다.

감정의 잔해를 부드럽게 덮고,

오늘의 실수와 후회를 조용히 눕힌다.

하늘 끝에 남은 마지막 붉은 선이 사라질 때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내일의 나를 떠올린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히

또 한 번 살아가야 할 이유를 떠올린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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