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끝자락

by 서령

밤은 언제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그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소리들이 있다.

누군가는 울음을 삼키고,

누군가는 아무 일 없는 듯 웃음을 흉내 낸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남는다.


나는 그런 밤을 많이 지나왔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수백 번 되뇌다가

결국 한숨으로 삼켜버리던 날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살아 있다는 게 오히려 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끝자락에서 이상한 문장을 떠올렸다.


“죽지 말자.”


누가 시켜서도, 누가 구해줘서도 아니었다.

단지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그 아픔이 끝나기 전까진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건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더 깊은,

‘견디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어떤 밤은 유난히 길다.

휴대폰 불빛 하나에도 눈물이 고이고,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도

잊고 싶던 이름이 스민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미워하다가도,

다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그러면서도 또 내일을 기다린다.

이 모순이 나를 살린다.


나는 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아주 천천히

무너진 벽을 지나갈 때,

그 안에서 새벽 같은 빛이 자라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기억의 온기다.

한때는 그 온기가 나를 불태웠지만,

이제는 그 온기가 나를 숨 쉬게 한다.


어둠은 사람을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슬픔은 잔혹할 만큼 정직하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숨이 막힐 만큼 괴로워도,

심장이 아플 만큼 울어도,

결국 다시 고개를 들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그 슬픔 속에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밤을 건넌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자리에

작은 희망의 불빛 하나가 남아 있다.

그 불빛은 미약하지만,

그게 있기에 나는 다시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


밤은 나에게 늘 말했다.

“괜찮아, 아직 끝이 아니야.”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의 명령 같았다.


이제 나는 안다.

죽지 않는다는 건 단지 생존이 아니라,

다시 한번 나를 믿는 일이다.

사랑이 사라져도,

눈물이 말라가도,

나는 또 살아내야 한다.

그게 삶의 방식이니까.


그리고 언젠가

이 긴 밤이 끝나고 새벽이 올 때,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죽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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