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by 서령

3월의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어딘가 느슨해진 겨울의 끝을 품고 있다.

두꺼운 코트 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조금 펴면, 캠퍼스의 나무들 사이로 연한 빛이 스며든다. 마치 아직 피지 않았지만, 분명히 피어날 것을 아는 꽃봉오리처럼.

개강은 늘 조금 낯설다.


비어 있던 강의실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이름만 알던 얼굴들이 자리를 채운다. 새 노트의 첫 장은 유난히 하얗고, 다짐은 유난히 또렷하다. “이번 학기는 다르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조금은 달라진 사람이 된다.


새 출발은 거창하지 않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한 번 더 눈을 감는 대신, 이불을 밀어내는 작은 용기.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강의실 문을 먼저 여는 손.

괜히 설레서 괜히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태도.


봄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어설퍼서 더 빛나는 계절.

아직 잎이 다 자라지 않았기에 햇빛이 더 많이 스며들고, 아직 길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발걸음이 더 자유롭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개화한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천천히.

하지만 피지 않는 꽃은 없다. 겨울을 견딘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니까.


개강 첫날의 공기에는 그런 기운이 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

“조금 서툴러도, 이번엔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도 돼.”


교정 위를 걷다 보면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그 바람 속에는 아직 차가움이 남아 있지만, 분명히 봄의 냄새도 섞여 있다.

새 학기라는 이름의 계절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살짝 흔들어 깨운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당당하게 걸어보자.

조금 더 크게 숨 쉬어보자.

그리고 아직 피지 않은 나 자신을 믿어보자.


어쩌면 이 3월은,

우리 인생의 또 다른 개화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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